머나먼 서울까지 올라와서 고시생을 하고 있는데
오늘 학원이 종강을 하는 날이다.
바깥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앞자리에 여자사람이 자리를 잡았다.
쉬는 시간이 되었고 여자사람이 급하게 일어났다.
의도치 않았으나 내 시야는 정면을 향해 있었고,
여자사람의 치마가 심하게 습기를 먹어서인지 몸에 부착되다시피 하였다.
앉았던 자국이 여자사람의 엉덩이를 여지없이, 팬티라인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차마 민망하여 무슨 말도 하지 못하고 얼어버렸으나.
여자사람은 그렇게 아무 것도 모른채
학생들이 아직 앉아있는 책상 앞을 종종걸음으로 지나갔다.
나는 분명 대부분 사람들의 시선이 그 여자사람 엉덩이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ㅠ.
그렇게 쉬는 시간이 끝나고 여자사람이 자리로 돌아왔을 때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치마는 멀쩡했다.
그렇게 수업은 종강을 향해 달려가고. 결국 수업이 끝났다.
앞자리에 앉은 여자사람은 수업시간에는 그렇게 촐싹 방정을 떨더니
끝나는 시간은 귀신처럼 알고서 누구보다 빠르게 짐을 쌌다.
여자사람은 아주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아직 책상의 책도 다 안 덮었다.
그런데 이런 망할.
안 그래도 짧던 여자사람의 치마는
구김이 심하게 생긴건 물론이거니와 어째 좀 위로 올라갔는지
엉덩이 아래 부분이 다 보이는 것이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여자사람이 안쓰럽다고 생각했던 건지,
아니면 풍기문란을 용서할 수 업었던 것인지
나는 별 생각 없이? 아니면 무수한 번뇌 끝에?
손을 내밀어 치마 끝단을 잡고 살짝 당겨 내려 주었다.
이것이 문제였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내가 평소에 여자사람과 통상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상태였다면.
아마도 그 선택 대신 여자사람의 팔을 툭 치며
아주 조그마한 목소리로
'저기요 치마..'
라는 다섯음절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나는 초등학교 시절을 빼면
남중, 남고, 남녀비율30:1의 경영학과와 군대를 나왔을 뿐이고,
평소에도 말 잘 안 하는 성격일 뿐이고,
도대체 이 많은 여자사람 수강생은 대학시절엔 없다가
어디서 이렇게 잔뜩 모인 건지 모르겠고..
아.. 경영학과만 듣는 학원강의는 아니구나..
아마 거기서, 여자사람의 치마가 구김은 조금 남았을 지언정
무사히 하의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되고,
남의 시선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상태로
모든 것이 종결 되었다면.
나도 사실 지금쯤 그랬었다는 사실도 잊은채
어제 먹다 남겨둔 햄치즈샌드위치를 씹으며 오유를 즐길텐데.
그 조금의 당김이 여자사람에게 느껴졌는지,
여자사람은 급하게 치마를 앞쪽으로 끌어 당기며
수업이 끝나고 웅성대는 타임이었으나
주변 책상 네개 범위의 사람의 주의를 끌 수 있을 데시벨로
하지만 여자사람 특유의 날카로움을 담은 목소리로
'어마!'를 시전하면서 나를 돌아 보았다.
나는 해명할 시간도 없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나와 여자사람을 향해 있고.
여자사람은 아주 빠르게 도망쳐(?) 나갔고 ㅜ
단 두명의 증인은 내 양 옆에 앉은 사람일진데.
양 옆의 남자 사람들은 방금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아주 쿨-하게 가방만 쌌다.
나는 두칸 건너에 앉은 두명 여자사람의 대화를 분명 들었다.
'왜? 무슨 일인데?'
'저기에 앉은 남자가...'
그 뒤의 대사는 두 여자사람이 귓속말을 시전해서 정확히 듣지 못 했지만.
왠만하면 그 상황을 모를 여자사람 둘이서 했을 대화를
나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한다 해도
내가 앞자리 앉은 여자사람의 치마를 잡아 당겼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구나.
세상은 등가교환을 한다던데
나는 왜 좋은 일을 하고도 변태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나라를 위해 몸바친 애국지사들께서 한순간 빨갱이로 몰리는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이었을까.
나는 아주 태연-하게.
그래 나는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며
이런 사소한 오해야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고, 필기구를 필통에 너고, 가방을 쌌다.
아마 생각컨데 내 얼굴은 춘삼월 산딸기처럼 빨개졌을 것이다.
심박수는 급하게 상승해서 옆사람한테 고동소리가 다 들릴 지경.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며 조금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리고 아주 작은 소원이 두가지 있다면.
다음 연강도 그 여자사람이 들어서 해명할 기회가 생긴다거나
아니며 그냥 학원이 의문의 사고로 폭발해 버렸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 다음 강의를 수강하고, 나도 수강한단 말이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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