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슈틸리케 최초의 쓰리백
사실 기대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슈틸리케호의 경기력을 볼 때 상대가 걸어잠그면 개인돌파가 부족해 뚫지 못하는 대표팀에게
풀백의 적극적인 공격가담이 기본이 되는 쓰리백 전술이 그나마 공격숫자라도 늘려줄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이게 말이 쓰리백이지 공격시엔 예전 포백과 다를바가 없고 수비시엔 기성용이 깊이 내려오면서 오히려 파이브백이 되어버리면서
공격전환은 더 느려졌고 움직임과 패스플레이로 승부하겠다던 슈틸리케호의 말과는 다르게 기성용의 발에서 시작하는
롱볼 위주의 소위 뻥축구가 되어버렸습니다.
2. 이청용과 박주호
이번 대표팀 가장 큰 논란의 발탁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클래스는 어디가지 않는다. 라는걸 보여주었습니다.
박주호는 몇몇 장면에서 감각이 떨어진걸 보여주긴 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이었고 수비적인 풀백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봅니다.
특히 이청용은 순간적인 돌파나 패스, 그리고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움직임에서
지금까지 오른쪽윙에서 뛰던 그 어떤 선수들보다 나아보였습니다. 하지만 경기감각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역시도 보여주네요.
번뜩임은 있으나 볼관리에 지속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전반전 이라크 역습의 절반은 이청용의 공을 끊어내는 것에서 시작했다고 보여질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술에서 안정을 절대가치로 생각하는 것 같은 슈틸리케가 아니라
모험적이고 공격적인 것을 선호하는 감독이라면 체력적으로 준비만 되어있다면 선발카드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할 것이고
현재 슈틸리케호에서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점유율은 쓸데없이 높은데 골을 넣지 못한 채 후반 중반을 넘어갔을때라면 조커카드로는 사용할만 하다고 봅니다.
윙어로 활용할 수 있었던 선수중에 이번 경기에서 뛰었던 지동원, 이명주, 이재성, 이근호보다는 그래도 나아보이니까요.
3. 다시 포백
전반전이 끝난 이후 현재 가장 폼이 좋은 손흥민, 남태희를 빼고 실험대에 올렸던 이청용을 제외하고 황희찬 이근호 이명주를 투입하고
기성용을 다시 위로 올리면서 원래 하던 포백으로 돌아갔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현재 슈틸리케는 결과를 내기 위한 압박에 많이 시달리는걸로 보입니다.
전술실험을 위한 평가전에서 성공적이지 못했던 전술을 하프타임이후로 수정, 보완해서 가져오는게 아니라 예전의 전술로 돌아가버린다는건
과정보다 결과에 더욱 치중하는 모습이라고 보여지네요.
그리고 이 선택으로 과정과 결과를 모두 잡지 못했다. 라고 생각되네요.
그나마 새로 대표팀에 들어온 선수들의 현재 상태를 확인해봤다는 정도가 이번 경기에서 가져간 유일한 소득이었다. 라고 생각합니다.
4. 선수들의 개인기량
이번 대표팀을 놓고 가장 먼저 슈틸리케가 까여야 하는가? 라는 이야기에 대해 전 항상 말해왔었습니다.
슈틸리케가 그냥 커피면 선수들은 T.O.P라고......
전술이 발휘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선수들의 개인기량이 받쳐주질 못하면 어떤 전술을 들고 나오더라도 전술이 제대로 가동되기 어렵습니다.
퍼스트터치, 패스, 돌파, 크로스, 슈팅 그 어떤 것도 기본 이상이 되어주질 않는데 기본 이상의 경기력을 바라는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몇몇 팬분들은 소속팀에서 잘 뛰던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만 오면 죽쑤는데 그건 감독탓 아니냐. 라고들 얘기합니다.
하지만 모든 기량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전 세계의 국가대표 선수들만 즐비한, 흔히들 얘기하는 빅리그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리그도 국가대표급 선수보다 기량이 뒤떨어지는 선수들이 뛰게 됩니다. 그 리그에서 잘했고, 씹어먹었다고 하더라도 국가대표
레벨에서 그 기량을 똑같이 보여줄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축구의 레벨이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 되었고 대표팀의 레벨은 오히려 이전보다 떨어졌음을 생각해볼때
지금의 경기력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5. 앞으로의 대표팀은?
전술적으로 크게 변화할 시점은 지났고 특히 이번 평가전에서의 쓰리백도 실패하면서 더더욱 전술변화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선수들의 기량도 1주일만에 크게 변화할 일은 없을테니 아마도 계속 답답한 경기력이 지속될 것 같습니다.
다만 감독과 선수들의 마인드 자체가 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공격수와 수비수가 1:1로 붙었을때는
70~80%는 공격수가 유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표팀에서는
1:1 돌파나 전진패스를 시도하는 선수들이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보이질 않습니다.
이것이 감독지시인지 선수들의 선택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0번을 시도해서 9번을 실패하고 1번만 성공하면 되는 것이 공격수입니다.
앞에 누군가가 막아서면 뒤로 볼을 돌리는게 아니라 어떻게든 앞으로 나가려는 시도를 좀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현재의 대표팀은 공격 위치에서 공격을 하고 수비 위치에서 수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 위치에서도 수비를 하고 수비 위치에서도 수비를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창의적인 것은 바라지도 않으니 저돌적으로라도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