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건 당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의 공기 감염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기 감염 가능성에 대해 대비가 필요하다는 권고를 내놔 주목된다. 복지부는 메르스의 공기 감염 우려에 대한 질문에 대해 수차례 걸쳐 감염자의 재채기와 기침 등을 할 때 나오는 ‘비말(飛沫·작은 침방울)’을 통해서만 전염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WHO는 1일(현지시각) 세계 감염병 발생 상황과 대응 상황을 발표하는 GAR 페이지를 통해 한국에서 MERS감염 환자 2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WHO는 한국의 방역 당국에 대해 정확한 감염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와 특이한 패턴이 있는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면서 몇가지 주의를 당부했다.
WHO는 이 권고문에서 병원 등 의료시설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감염 예방과 적절한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며 의료진이 환자에 대해 모든 환자에 대해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WHO는 우선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를 대할 때 눈 보호경을 착용하는 등 비말 감염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말감염이란 지름 5마이크로미트(㎛) 이상의 큰 비말입자에 부착된 미생물에 의한 감염이다. 주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해 감염되고 대화 중이거나 기관지경 검사 과정에서 걸리기도 한다. 보건당국은 비말을 손으로 닦는 과정에서 묻은 바이러스가 악수와 피부 접촉 등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메르스 확진 환자들도 첫 환자가 병원에 퍼뜨린 비말을 통해 감염된 것으로 복지부는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WHO는 에어로졸이 발생하는 치료과정에서 반드시 공기매개에 대한 주의(airborne precautions)가 필요하다는 권고도 내놨다. 공기매개는 감염을 유발하는 지름 5 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입자가 공기 중의 먼지와 함께 떠다니다가 사람 폐로 흡입돼 들어오면서 감염을 시키는 것으로 흔히 공기감염이라고 불린다. 복지부가 WHO의 권고 사항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거나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기감염의 경우 입자 크기가 작아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에게 감염을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에 공조 설비와 환기가 감염의 전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비말감염의 경우 1m 이내에서 집중적으로 접촉했을 때 감염되지만 공기감염은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돌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사람까지 감염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