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조언 주시려고 이렇게 글을 들어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직장에 들어온 지는 2년이 겨우 넘었는데, 그냥,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저희 회사는 남자가 많습니다.
남초집단의 여직원으로 생활하는 거니까 더 씩씩하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 덕분에 인정도 많이 받았구요.
사실 지금도 관리자 팀장님, 이사님, 사장님은 예뻐하세요.
열심히 했고, 실적도 많이 냇고, 저희 지역구에서 제가 맡은 파트가 1위도 했습니다.
직장 특성상 언론사와도 연계가 많이 되어 있는데,
제 업무가 아니라도 저희 부서랑 관계되어 있는 거면 관련 자료 등 정리해서 많이 보내고..
그걸로 인정받아서 저희 부서에 상장도 내려올만큼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승진도 그래서 빨리 한 편이에요.
그런데 그 때문일까요.
남초집단이고 원래 술자리 등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또래 직원들과 밖에서 놀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승진 준비나, 원래 혼자서 공부하던 것도 있고 해서 보통 바로 집에 들어가는 편이었습니다.
물론 공식적인 회식 자리 등은 다 참석했어요.
어쩌다 보니 업무상 챙겨주시는 선배님들 몇 분, 그리고 저희 팀장님 외에는 특별히 친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더라고요...
출근을 하면 사무실 전체에 인사를 하고, 제일 안쪽 자리에 앉으신 팀장님께 가까이 가서 인사를 한 번 더 드립니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제가 다른 분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하시네요.
같은 선배인데 팀장님한텐 한 번 더 인사한다고.
팀장님이 나이가 젊은 편이라 그런건가요? 이해가 안 갑니다.
제 딴에는 안쪽에 계시고 보통 팀장님 자리는 칸막이도 높아서 사무실 들어오자마자 인사하면 잘 안보이잖아요.
그래서 가까이 안 가면 계신지도 모르고 해서 가까이 가서 얼굴보고 인사드린건데, 그게 그렇게 다른 선배를 무시하는 행동인 건가요?
그리고 제가 지난 번에 언론사 통해서 저희 부서 상장 받은거,
그거 덕분에 사장님께서 공개석상에서 칭찬을 하셨는데,
그걸 가지고, 사장님이 편애하는 덕분에 안에서는 더 갈등이 깊어진다고 하시네요.
제가 사무실 갈등의 근원이래요.
제 또래 직원 한 명과도 계속 이간질하며 팀장님이 저만 칭찬해서 일할 맛 안 나겠다, 하며 시비를 걸더라고요.
윗 선에서는 좋게 봐주시니 대외적으로는 참 인정받고 있는 것 같은데,
말 그대로 빛 좋은 개살구입니다.
사무실에서는 모두가 제 실수 하나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필사적으로 일합니다.
일하는 건 즐거워요.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제, 그걸 가지고도, 애가 저렇게 독해서 연애도 못하고 혼자 지낸다,
대인관계가 엄청 안 좋은 것 같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시네요.
저는 그럴 여유가 없는 것 뿐이거든요.
저는 돈도 없고, 아직 갚을 빚도 많고, 집안에 손 벌리지 않고 혼자서 살아야 해요.
연애를 할 여유가 없는 것 뿐이고, 아직 하고 싶은 공부도 많고, 그런데 그 공부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받는 건 더 싫어요.
그랬던 것 뿐인데...
하긴, 애초에 승진이 되었을 때 제일 먼저 들은 이야기가
선배들 제끼고 승진하고 쟤는 위아래 모른다, 였거든요.
그런데 승진이라는 게 저 혼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분명히 객관 평가부터 들어가는 건데 저에게 그러는 건 좀 모순 아닌가요.
그리고 더 결정적인 문제는, 막상 저희 사무실 당사자들은 아무도 저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결국 돌고 돌아서 소문은 제 귀에 들어오는데 말이죠.
출장 다녀오던 어느 날, 사무실 문을 열려는데 제 이름이 들려서 조용히 귀를 대 보니
선배님들이 제 욕을 하고 있더라고요.
버릇이 없다, 인간 관계가 안 좋은 것 같다, 팀장님만 선배로 보는 것 같다, 인간미가 없다, 일에 너무 집착한, 높은 사람들에게 너무 쉽게 말한다 등...
아 참, 다른 직원, 다른 사무실 욕하면 제가 그냥 가만히 있었더니, 그게 사무실에 융화되지 못하는 거래요...
공부하러 가고 그런 건 숨막히는 거고요, 사무실에서 일만 하니까 답답한 걸까...
전 그냥 관심이 없어요. 남 욕하는게 재미도 없고, 보람차지도 않고, 그보다 즐거운 일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요?
잠시 후 다시 모른 척 들어가니 언제나처럼 그냥 평범하게 대해주십니다.
똑똑하고 열심히 한다고, 그러니 이것 좀 도와 줘, 이것 좀 해 줄 수 있을까.
부탁 받은 거 특별히 거절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냥 저는 조용히 가만히 제가 할 일 하면서 열심히 지내고 싶었던 것 뿐이에요.
그냥 열심히 할 일 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그냥 그거면 족했어요.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이 운 좋게 잘 들어왔고,
제가 실적을 내는 게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고 팀장님 실적이 되고, 이사님, 사장님 실적이 되니까
그러다보니까 직속 상관들은 예뻐하는 것도 이해는 가요.
빨리 승진하고 예쁨받으니까 질투가 나고 화가 나는 것도 알겠는데,
어째서 그 비난이라는 게 이렇게 인신공격으로 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직접 이야기하시면 얼마든 저도 받아들이고, 혹은 사과를 할 게 있다면 하고, 아니면 따지기라도 하겠어요.
논리적으로 말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말을 할 기회조차 없네요.
팀장님을 통해서 다른 직원들의 불만 이야기도 들었고, 더 열심히 조심히 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팀장님이 일단은 제 편이 되어주시고 좋게 충고해주셔서 마음을 다잡고 몇 달째 보내고 있는데,
여전히 다른 직원분들의 분위기는 그렇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올 때마다, 상장이 나올 떄마다, 아무도 칭찬 안 해요.
위에서는 계속 불러서 칭찬해주고, 자리 있으면 부르고, 그런데 사무실에서는 오히려 분위기가 더 쎄할 뿐이에요.
그냥, 고민이 됩니다.
다른 부서로, 다른 지역으로 지원해서 나가면 될까, 하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요.
분명 나의 입장이란 것도 굉장히 이기적이고, 나의 시선일 뿐이라 단편적이니 이해해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어디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다른 곳으로 만약에 간다고 해도 난 계속 이렇게 할 것 같아서, 그럼 또 같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아서 두려워요.
일하는 거, 정말 좋아요.
실적을 내는 것도 좋고, 뭐든 열심히 잘 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번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공부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손 안 벌리고, 그냥 그거면 딱 삶이 타이트해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숨막히는 건가요.
난 괜찮아요. 그냥 나랑 상관없는 사람들 욕하고, 이야기하고, 술마시고, 그냥 그런 게 싫어요.
그냥 열심히, 그리고 그 업무에서 인정받고, 그냥 그거면 족한데, 그게 안 되네요.
다른 지역으로,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면 달라질까요.
이번에 제가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만난 것 뿐일까요.
사무실에 제 편이 팀장님 한 분 밖에 없어요.
회사 전체로 보면 저 챙겨주시는 다른 부서 선배님들 몇 분과, 이사님, 사장님 정도일까.
잘하면 위아래 모르는 거고, 못하자니 또 바로 변했다는 소리 나올까봐 두려워요.
차라리 그냥 여기서 계속 버티면 될까, 하는 생각도 해요.
죽지만 않으면 분명 무뎌질 것이고, 그럼 그만큼 더 강해질 거다, 뭐든 나에게 도움이 될 거다, 라고.
타인이 바뀌기를 바라지는 않아요. 그런 건 제 바램으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그냥 꾸역꾸역 버티면, 더 강해지고, 더 집요하게 살아남는 애가 될까요.
그럼 앞으로의 삶은 조금은 더 나아질까요.
오래도록 직장에서 버티신 선배님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버티는 게 맞나요?
아니면 새롭게 시작하는 게 맞나요?
그냥 말씀드릴 곳이 없어서, 이렇게 글을 써 봤습니다.
답답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운데 다들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