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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731267
    작성자 : 익명amJoa
    추천 : 9
    조회수 : 1437
    IP : amJoa (변조아이피)
    댓글 : 23개
    등록시간 : 2017/11/10 03:40:49
    http://todayhumor.com/?gomin_1731267 모바일
    1년 넘게 일을 했는데 퇴사 후 통장 잔고가 0원일것 같네요..^^;
    해외 근무하고 있구요. 유럽입니다. 지나가는 유치원생 붙잡고 물어봐도 알 만한 나라, 수도입니다.

    월급은 세후 200입니다. 처음에는 천직으로 생각하고 들어왔으나 한 달 아니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저와는 너무도 맞지 않는 회사 시스템, 업무 강도에 질려서 3개월차 수습 마치고 퇴사를 하려고 했었어요.

    그 때 정말 며칠동안 엄청나게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계속 이 일을 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다시 귀국할 것인가...

    그런데 회사에서 붙잡고, 저도 3개월만에 손 털고 나가는 것이 후회될 것 같아서 근무를 쭉 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남은건, 줄어든 체중과 자존감 상실, 의욕 상실, 매너리즘 뿐이네요..


    회사 생활 하면서 제가 살 집을 계약 했는데 방세가 매달 우리돈 120만원. 그걸 현지 화폐로 지불합니다.

    여기에 난방비+가스비+인터넷비+전기세+관리비 명목으로 내는 돈이 거의 40만원 선.. 정확하진 않아요.

    거의 30~50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두 달 전에야 신입 직원이 새로 들어와서 방세를 반 반 부담하고 있는데

    이미 너무 늦은 것 같아요. 원래 올 해 4월 부터 방세를 반 반 부담할 직원이 들어왔어야 했는데

    신입 직원 두 명을 새로 뽑았는데 오자마자 이 업종의 현실(?)을 깨닫고 한 명은 2주, 한 명은 3일만에 항복하고 퇴사했습니다. 



    동종업계에서 알게 된 사람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제 얼굴이 왜이렇게 뼈만 남았냐고 깜짝 놀라더라구요. 살이 너무 많이 빠졌다고... 진심으로 걱정하더라구요.

    저도 알아요.. 몸은 몸대로 고생, 마음은 마음대로 고생.. 

    제가 선택한 일이라 누굴 탓할 수도 없어서 속으로 끙끙 앓기만 1년..


    더 이상 하다가는 우울증 걸릴 것 같아서 퇴사 하기로 했는데

    제가 계약한 집 보증금을 빼야 하는데 그게 회사에서 내 준 돈이거든요. 근무를 계속 하면서 조금씩 갚기로 하고 

    회사에서 집 계약할 때 지불을 해줬던 돈입니다.

    근데 퇴사를 하니까 그 보증금을 제가 뱉어내야 하는데 액수가 390만원이네요.

    1월 말 까지 근무 하기로 했는데 남은 기한 2개월. 월급 200씩 들어와도 두 달이면 400... 후 남는 돈은 10만원...

    이미 마이너스 인데, 참 갑갑하고 눈물도 안나네요...



    지금 업무가 많이 밀렸는데 도저히 손에 잡히지도 않고

    저녁 먹으려고 멘탈 부여잡고 저녁 차렸는데 몇 숟갈 먹다가 도저히 안넘어가서 전부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체할 것 같아서..


    저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비참하고..

    1년 동안 자존감은 바닥에, 살이 너무 빠져서 가족들이 제 사진 보고 우셨대요. 외할머니께서...우리 손주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냐며...

    한국에서 직장 생활 하면서 1년 정도 일 한 제 친구들은 이번에 차를 하나 뽑았네 뭐를 샀네 마네 돈이 잘 모이네 어쩌고 하는데

    저는 퇴사하고 한국 귀국 할 편도 항공권 살 돈도 없네요.



    생활비, 식비 매 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이 있다 보니까 돈이 도저히 모을 수가 없었어요.. 

    저에게 2018년이 올까요..? 올 1년 저는 하루 하루 우울감과 상실감에 혼자 싸워왔는데, 저에게 미래가 없을 것 같아요.

    한국 들어가면 히키코모리가 될 것 같습니다.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집에서 책만 보면서 누워 있을 것 같은

    제 모습이 벌써부터 연상이 되네요...

    너무 슬프고 괴롭습니다. 몇 년 전으로 인생을 리셋 시키고 싶어요. 처음 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네요.. 

    정말 오래 일해서 터를 잡을 생각으로 온 이 곳에서 1년동안 울면서 보낸 날들이 너무 많아요..


    이제 회사에서 제가 두 달 뒤 퇴사할 사람인걸 알아서 업무량을 늘린다거나 추가적으로 요구사항을 내놓진 않을 거에요.

    제 자리를 대신 할 누군가가 올 테고, 저는 그냥 사라지면 되겠죠.


    한국 들어갈 때 통장에 단 돈 200만원 정도만 모으고 가야겠다 했는데 그마저도 실패했어요..


    한국에서 이보다 훨씬 적은 월급에, 월세, 생활비 다 내면서도 돈에 쪼달린 적은 없었는데,

    한국보다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생활 한 이 곳에서 저는 마이너스가 되었어요..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해주더라구요.. 아니다 싶을 때 빨리 발을 빼라고... 미련 갖고 시간 지나면 좋아지겠지 생각하지 말고

    초반에 아닌 것 같으면 미련없이 털고 나오라고... 저는 그러지 못했어요.. 저 스스로를 너무 믿었고, 그보다 현실이 이렇게 냉혹하지는 않을거라는

    막연한 망상같은 것이 있었나 봐요.


    한국은 지금 새벽이겠죠? 오늘 잠이 올까 싶네요.. 한심한 뻘소리였어요.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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