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편 '신문배달 상편' 보러가기(클릭!!)
*이성찬님의 글입니다.
[8] 신문 부수.
새벽 4시 30분! 요란스런 자명종 소리에 눈을 뜨긴 했는데 얼마나 피곤한지
몸이 방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느낌이다.
일어나보니...정말 몸이 방바닥에 달라붙어있었다. -_-
한번 깼다가 다시 자는 잠은 이상스레 꿀잠이다.
신문배달하면서 가장 힘든게 바로 이 새벽에 일어나는거다.
벌떡 일어나서 세수하고 나가느냐, 조금만 더..조금만 더..하면서 계속 자느냐..
이것이야말로 자기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인것이다.
어디선가 악마와 천사의 유혹이 들리는듯 했다.
악마 : 리앨아...피곤해 죽겠지? 5분만 더 자.....더 자......더 자....
천사 : 리앨아. 어서 일어나. 아가씨들 팬티 보고 싶지 않니? (전편참조-_-;)
결국 천사(?)의 말에 따르기로 하고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세면하고 비몽사몽간에 보급소에 도착했다. 신문을 챙겨서 또 다시 달동네로...!
근데 신문을 돌리는 도중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마지막집까지 신문을 다 돌렸는데 신문 1부가 남는거다. 이럴때는 미치고 환장한다.
' 아...어디에 안넣은것일까? 신문을 잘못 챙겨온것일까?
아까 아파트밑에 잠시 신문두고 올라갔다왔을때 누가 훔쳐간것일까? '
실제로 이런 도둑이 있다. 거지 동냥바가지에서 누룽지 긁어먹을놈들..!
차라리 한부가 모자라면 다시 보급소 갔다오든지 길거리에서 사서라도 채워넣으면
그만이지만 이렇게 남으면 도대체 어느집에 신문을 넣지 않았는지 알수가 없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다시 코스를 밟아가며 확인할수도 없고..!
신문 빼먹었다고 고객이 열받아 끊기라도 한다면...난 천원을 손해 보는거다.
기억을 더듬어보며 빼먹은 집을 알아내려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나를 부른다.
아저씨 : 어이...신문 한부 줘.
리앨 : 헉!...아..안돼요..이건
아저씨 : 왜 안돼?
리앨 : 이건 천원짜리에요..
아저씨 : -_-;;;
[9] 던지기
신문을 돌리다보면 신문을 던지게 될때가 많다.
신문을 던지는게 쉬워보이지만 요령과 짬밥이 없으면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오늘부턴 신문을 던져서 넣어봐야지 "
아파트 3층까지 올라가기가 힘들어 밖에서 베란다로 신문을 던졌다.
" 얏 "
신문은 그만 2층 베란다로 들어가고 말았다. -_-!
리앨 : 젠장..어쩌지? '아랫층에서 신문 찾아가세요'라고 종이에 써서 대문에
붙여 놓을까? -_- 아냐.. 그냥 신문 한부 손해보는셈 치고 다시 넣자.
이리하야 할수없이 3층베란다에 신문 한부를 또 던져 넣었다. 결과는?????
2층집에서 신문 2부를 공짜로 보게 되었다. -_-!!
이래서 첨엔 쉬운집을 골라서 연습을 해봐야한다.
다세대 주택가의 양옥집 2층에 넣을때는 이런일도 있다.
" 얏 "
기얍을 넣으며 신문을 2층으로 던졌는데 그만 벽을 맞고 튕겨져 나오는 신문!
그냥 떨어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여러부수로 산산조각나 눈발처럼 날리는 신문...신문들..!
' 누가 섹션신문 아니랄까봐..-_-;; '
다시 하나로 모아서 던져보지만 바람이 또 신문을 흐트려놓아 마구 날린다.
스포츠란은 1층집으로, 경제란은 옆집으로, 문화란은 개집으로 들어가버린다.-_-;
이게 능수능란해지면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서 밑에 보이는 베란다로 하나씩
던져 넣을수도 있다. 바람의 세기, 던지는 각도, 신문의 무게, 접는 방식,
도착하는곳의 깨지는 물건 유무등을 종합판단하여야 하는 고난도 기술인것이다.
물론 모든집을 이렇게 던져서 넣을수 있는것도 아니다.
미국영화에 나오는 신문배달부를 보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배달할 집이 나오면
뒤에서 신문 한부를 빼내어 마당으로 휙~ 던져 버리던데...
한국에서 이렇게 했다가는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협박을 듣게 된다.
" 신문 당장 끊어 버릴껴 " -_-;;;;;;;;;;;;;;;
이놈(?)의 한국 아줌마들은 요구사항이 얼마나 다양하고도 복잡은지...원.
아줌마1 : 우리집은 마당은 항상 물이 있어 젖으니 비닐에 싸서 던져줘.
아줌마2 : 우리집은 문을 열면 신문이 '톡' 떨어지도록 손잡이에 끼워줘.
아줌마3 : 우리집엔 우유넣는 보자기있지? 그안에다 넣어줘.
아줌마4 : 우리아파트엔 도둑이 많어. 문밑에 구멍있지? 그 안으로 넣어줘.
아줌마5 : 문위에 경첩있지? 신문을 3번 접어서 그곳에다 끼워줘.
아줌마6 : 우리집은 요 밑에 가게 셔터위에 보면 구멍있지? 거기다 넣어줘.
아줌마7 : 항상 6시에 신문배달하지? 그럼 신문 넣으면서 벨을 눌러줘.
아줌마8 : 마당에 신문 떨어지면 개가 짖으니까 밑으로 살짝 넣어줘.
아줌마들의 넣어주고(?) 끼워달라(?)는 요구가 왜 그리도 많은지..
외우기도 힘들거니와 요구사항대로 안했다가는 또 지국장이 전화를 받게 된다.
" 당장 끊을 버릴껴.."
오오..무서운 한국 아줌마들이여.. 사임당님도 그러시나? ^^*
[10] 친절하기와 인내심.
무슨 사업을 하든지간에 친절과 서비스는 생명이다.
외국에 비해서 울나라는 바로 이게 뒤떨어지는거 같아서 나는 그동안 무슨
알바를 하든지 간에 친절과 서비스를 생명으로 여기고 일에 임해왔었다.
하지만 어떤때는 정말 참기 힘들정도로 너무한다 싶을때도 많았다.
하루는 한 아파트에 신문을 넣고 돌아서는데 문이 열리더니 한 아줌마가 나와서
나를 불러 세웠다.
아줌마 : 얘!
리앨 : 네? 저요?
아줌마 : 그럼 여기 너 말고 누가 또 있니?
처음 보는 아줌마가 다짜고짜로 반말이다. 신문배달부에겐 반말해도 된다는
법이 새로 통과 되었나? 나도 대학생이며 엄연한 성년인데 우찌 이럴수가..
순간적으로 열 받아서 아줌마에게 쏘아부쳤다.
리앨 : 아~예. 왜 그러십니까? -_-;;
아줌마 : 신문이 대체 왜이렇게 늦는거니?
리앨 : 아..예. 이집이 제일 마지막에 배달이 되어서 그래요.
아줌마 : 우리 아저씨는 일찍 출근을 한단말야. 이럴거 같으면 조간신문 뭣하러
받아보니? 내일부턴 30분정도 더 일찍 배달하도록 해!
리앨 : 저어..그렇게 되면 코스가..
대답도 안듣고 그냥 문을 쾅 닫는다. 제기랄..정말 이 아줌마 신문에 나오고 싶나?
또 어떤날은 이런일도 있었다.
아줌마 : 니가 신문배달하니?
어딜가도 반말은 기본이다.
리앨 : 예..아주머니..
아줌마 : 못 보던애네?
리앨 : 아..예. 이번에 바뀌었어요.
아줌마 : 뭐그리 자주 바뀌는거야? 그건 그렇고 요 앞에 중앙일보 받아보는
사람은 첨에 신문신청했을때 뻐꾸기 시계를 받았다는데 왜 조선일보는
그거 안주지?
리앨 : 그.....글쎄요..
아줌마 : 지국장에게 말해서 내일 뻐꾸기 시계 하나 가지고 와라.
안 그러면 나도 중앙일보 받아 보련다.
리앨 : ' 협박을 해라..협박을 해! 신문 받아보면서 혼수 장만할꺼냐?
차라리 뻐꾸기 시계 사면서 신문 공짜로 넣어달라고 해라..된장.'
하지만 이것역시 약과다. 심지어 한 아파트에서는 이런일도 있었으니 원..
아줌마 : 얘..너 일루 와봐.
리앨 : 예?
아줌마 : (아래위를 훑어보며...) 물어볼게 한가지 있는데 ...
리앨 : 예...아주머지.. 뭔데요?
아줌마 : 혹시 여기 있던 우유 못봤니?
리앨 : -_-;;
아줌마 : 최근 우유가 매일 없어지는데 너 혹시 못봤니?
대체 그걸 나에게 물어보는 저의가 무엇일까?
말로만 물어보는듯 하지만 얼굴은 이미 나를 도둑으로 보고 있는 표정이다.
리앨 : 그...글쎄요.. 신경을 안써서 잘 모르겠는데요.
아줌마 : 에이..내 이놈의 우유 도둑을 잡히기만 해봐라...
그러면서 문을 닫고 들어가버린다.
리앨 : 망할놈의 아줌마..! 제길.. 우유 도둑 화이팅이다...-_-;;
그뒤로 그 아줌마는 내가 배달하는 시간에 미끼(우유-_-;)를 대문앞에 두고는
대문 구멍으로 나를 감시까지 하고 있었다. 우찌 아냐고?
문바로 뒤에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와 조용히 숨쉬는 소리가 바로 그 증거다.
내가 눈을 부릅뜨고 대문을 홱 노려보면 흠칫!..하는것까지 들린다. -_-;
돈을 번다는게 참, 더럽고 치사하고 이렇게 비참하기까지 한것인가보다.
[12] 몰래 넣기.
하루는 신문배달을 하던중 대문앞에 '조선일보사절'이라고 붙어있는걸 봤다.
어찌할줄을 몰라 지국장에게 연락해봤다.
지국장 : 나쁜놈들. 받아본지 3개월만에 신문을 끊어? 굴하지 말고 계속 넣어.
첨에 가입하면 서비스로 2~3개월정도 넣어주는데 고것만 받고 끊는사람도 많다.
다음날에는 붙어있는 문구가 새로 바뀌었다.
' 조선일보 절대 사절'
~~~~
지국장에게 다시 연락해봤다.
지국장 : 죽을때까지 계속 넣어.
리앨 : 누가 죽을때까지요.. -_-;
위로 상관의 지시와 아래로 고객의 요구사항 사이에서 갈등하는 신문팔이소년!
할수없다. 능력것 몰래 넣는수밖에는...!
이때부터 무시무시한 한국아줌마와 가련한 신문배달부의 아슬아슬한 대결의 시작!
① 신문 안 넣고 그냥 지나치는척 하다가 다시 돌아와 넣고 도망가기.
② 멀리 떨어져서 던져 넣고 도망가버리기.
③ 새벽일찍가서 넣기.
④ 신문배달원이 아닌척 옷차림을 달리하고 지나가면서 갑자기 넣기
⑤ 빠른속도로 자전거타고 지나가며 던져넣기
문구는 점점 포악해지고 있었다.
'절대사절' →'넣지말라니깐...' →'넣어도 돈 안줘' →'이사간다. 넣지마'
→ '경찰에 신고하겠음' → '지국장 너 전화 안받을래?' -_-;;;
[13] 수금하기.
오늘은 드디어 수금하는날!
새벽부터 벨 눌러가며 돈을 수금할순 없으니 수금은 오후에 따로 해야한다.
배달을 마치고 점심때쯤 다시 보급소에 갔다. 하루에 두번이나 출근하다니..
지국장 : 아무쪼록 100여군데 모두 수금하는데 반드시 성공하길 바란다.
리앨 : 뭐 그리 반드시 성공할것 까지야..^_^;
지국장 : 한집 수금하는데 500원이 니돈이 되는건 알지?
리앨 :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_-;;
당시 신문을 한달 보는데 5,000원이고, 그중에 500원이 배달부 몫이었다.
120군데를 다 수금하면 월급 12만원외에 6만원이 또 내돈이 된다.
에허라..디여..6만원으로 새 카세트나 살까나...룰루루.. 소니 카세트..룰루루
즐거운 마음으로 수금에 나섰는데 ......세상에 이럴수가 있을까?
고객들은 결코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왜그리 수금하기가 힘든지..
리앨 : 안냐세요. 신문대금 받으러 왔습니다.
아가씨 : 지금..어머니가 안계신데요..나중에 오실래요?
리앨 : ' 대금 달랬지. 네 엄마 소개시켜달랬냐? 띠부럴...-_-'
리앨 : 안냐세요. 신문대금 받으러 왔습니다.
아줌마 : 젠장..벌써 한달이 지났나? 지금 돈이 없는데 내일 오도록 해요.
리앨 : '뒤져서 나오면 10원에 한대씩 맞을래? 돈 5천원이 없다는게 말이돼?'
리앨 : 안냐세요. 신문대금 받으러 왔습니다.
남학생 : 지금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나중에 오실래요?
리앨 : ' 이자식..넌 원숭이냐, 띠부럴...-_-'
리앨 : 안냐세요. 신문대금 받으러 왔습니다.
할머니 : 에잉...한달 더 서비스로 넣어줘! 안 그럼 끊을껴..
리앨 : ' 이 할망구... 한달 더 살수나 있을까? '
리앨 : 안냐세요. 신문대금 받으러 왔습니다.
아줌마 : 뻐꾸기 시계 가져 왔남?
리앨 : 안녕히 계세요..-_-;
난 그날 소니카세트는 커녕 테이프도 살수 없었다.
[14] 대타 확보하기.
신문배달이 익숙해질무렵 난 더이상 신문배달을 못할 사정이 생겨버렸다.
리앨 : 지국장님. 저어.. 신문배달을 더 이상 못하겠는데요.
지국장 : 왜? 보급소 차렸냐? -_-
리앨 : 그게 아니고요..이러쿵 저러쿵해서요.. 죄송합니다.
지국장 : 그럴수도 있지뭐. 근데 너 대신 할사람은 확보해 놨겠지?
리앨 : 그...그럼요..-_-;
지국장 : 그애가 출근하게 될때까지는 계속 하거라.
리앨 : 하하..당근이죠..
그날밤 나는 친구에게 은밀한 통화를 하고 있었다.
리앨 : 하하..우린 배달의 민족! 알바 할꺼면 나처럼 신문배달을 해보지 않으련?
동근 : 에이 별재미도 없고 돈도 별로 못 벌지 않냐?
리앨 : 매일 아침 잠깐만 산책을 하면 용돈이 저절로 생기지. 후후..
동근 : 그래도 신문배달은 칙칙해서 싫은데..
리앨 : 우리 보급소엔 이쁜 여대생 배달부도 많지. ' 제기럴..-_-;; '
동근 : 난 우리과에 있는 이쁜 여대생으로 만족해.
리앨 : ' 이놈이..' 배달하다보면 그 여대생 속옷도 보게 되지.
동근 : 정말 잠깐 산책을 하면 용돈이 저절로? -_-;;;;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