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고사세대들에겐 유머가 될듯 싶습니다...^^;;;
뭐ㅡ 교육문제 하루이틀 일도 아니지만
도대체 교육과정개편은 누가 하는지...
05학번 이공계 학생들 "미분.적분이 뭐예요?"
"미분.적분하라구요? 몰라요. 우린 7차교육과정으로 들어온 05학번(2005년 입학생)이라구요."
7차 교육과정 첫 세대인 2005학번 경제.경영학과와 이공계 학생들이
미분.적분을 몰라 수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작년부터 선택형으로 바뀐 수능을 치른 첫 세대이기도 한 이들은
고교에서 미분과 적분을 배우지 않아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공계 학생들은 물론이고 인문계 학생들도 고교 때 수학시간에 미분과 적분을 배웠다.
그러나 7차 교육과정은 수리 과목을 인문계/자연계 구분없이 '가형'과 '나형'중 선택하도록 했고,
이 가운데 '가'형을 택한 학생만 미분적분/확률통계/이산수학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인문계 학생들은 어려운 '가형' 대신 '나형'을 택하고 있어,
고교에서 단 한번도 미.적분을 풀어 본 적이 없다.
이 때문에 05학번들을 가르치는 경제.경영학과 교수들은 경제학 원론 정도를 듣기 위해
필요한 수준의 미.적분도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고려대에서 경제원론을 강의하는 장정인 씨(경제학과 박사과정)는 "MR(한계수입)=MC(한계비용)와 같은
기본 개념을 가르쳐 줄 때, 예전에는 미분으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05학번들은 '미분'이라는 간단한 툴을 이해하지 못해 당혹스러웠다.
미.적분이라는 간단한 수학 개념만 알면 쉽게 응용될 수 있는 문제인데,
일일이 말로 증명을 해야 하니 힘들고 학생들은 그들대로 당황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05학번인 최혜연 씨는 "경영수학 등을 따라가기가 벅차다.
6차교육과정을 경험한 재수한 05학번들하고 점수 차이가 확 나, A학점은 재수생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수업을 못 따라오는 05학번 제자들 때문에 일부 교수들은 별도의 미적분강의를하기도 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05학번들이 미적분을 몰라 과목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수업을 시작하면서 2주정도를 할애해 미.적분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설명을 한다"며
이 때문에 진도가 늦어진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학부로 모집하는 경우 2학년때 다른 전공을 선택하면
미.적분개념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선수과목을 개설하거나 보충수업을 마련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기초 수학실력이 필수로 요구되는 이공대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05학년도 입시부터 일부 상위권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학들이 자연계 학과를 지원할 때도
수리 '가'형을 필수로 하지 않고, '나'형으로도 지원할 수 있도록 '교차지원'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홍범일 경희대 수학과 교수는 "대학에서 배우는 수학을 따라 갈 만큼 고교과정에서 미리 배우지 않아
기초부터 새로 가르치고 있다."며 "2006학번부터는 시험을 보고 나서
테스트 통과 못한 학생들은 선수과목을 따로 개설해서 가르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보규 대원외고 수학교사는 "처음 7차 교과과정 수립시
미.적분이 공통수학 과정에서 빠져 우려를 많이 했다.
상위권 대학은 학생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해결될 것이지만,
중하위권 대학에 간 학생들은 무척 고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대학에서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미.적분도 배우지 않은 학생들에게
공대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며 대학에서 구체적인 보완없이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재철 숭실대 공과대 전자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공과대에 학생들이 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교차지원을 2006년 전형부터 실시했다."며
"인문계 출신 신입생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상위권 대학의 전자공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해오던 강의 이외에
부가적인 (수학)강의를 해야 하니까, 교수들 입장에서도 부담이 생긴다"며
"(상황이 심각해서) 전형 조건을 내부적으로 재고하는 단계다"라고 밝혔다.
지난 5월 경희대에서 이공대생들을 기초학력을 알아보기 위해 전자정보대학,
테크노공학대학, 토목건축대학, 환경응용화학대학, 생명과학대학의
미분적분학수강자 1,098명(74.1%)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초학력평가에선
100점 만점에 평균점수가 44.1점에 불과했다.
당시 평가 문제는 고등학교 미.적분과정의 수준이었다.
이 과목 수강자들중 고등학교에서 미적분을 공부하지 않은 학생은 절반에 가까웠다.
[윤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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