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한국 문화를 만화 소재로 활용할 때를 기준으로 합니다
그리고 쫌 김
이런 떡밥 나올 때마다 계속 생각하는 건데 그놈의 일본식 일본식 이거 어쩔 수 없는 거거든요
그쪽 시장과 문화, 양식 모두 일본이 다 개척한 거라는 거죠 어떻게 대안을 제시하지 못 한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어요
일단 일본 만화/애니/특촬 문화는 일정한 패턴(클리셰)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촬물인 슈퍼센타이(파워레인저)를 볼까요? 항상 주인공이 어디 가서 뭔 일 하다가
악당이 나타나면 처음엔 그 에피소드 주인공 한 명이 싸우다가, 주인공들이 같이 모이고,
그렇게 되면 쫄개들이 나와서 열심히 맞아주다가 적이 필살기에 쓰러지면 그제서야 거대화 해서 주인공들 로봇이랑 싸우고
에피소드 주인공과 인연을 맺은 일회용 엑스트라들은 아리가또~ 하면서 훈훈하게 한 편이 끝납니다.
물론 애들이 본다는 점도 한 몫 하지만, 이런 뻔한 전개를 무려 40년 가까이 우려먹어 왔습니다.
바뀐 건 슈트의 모습, 로봇들 합체 방법, 주인공들의 컨셉(가족, 경찰관, 마법사, 탐험가, 닌자 등등...)들이 조금씩 바뀝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이런 슈퍼센타이 시리즈가 1년마다 바뀌는데, 이 시리즈마다 한 편 씩은 일본 전통 문화가 나옵니다.
기모노를 입는다던지, 초밥집에 간다던지, 온천에 간다던지...
현대 문화도 등장합니다. 다다미를 깔고 코타츠에서 귤 까먹고..... (클리셰이긴 하나 히로인 아침은 꼭 딸기쨈 토스트)
컨셉이 잡힌 마을이나 주요 도시의 광경들을 배경으로 많이 삽입합니다.
이제까지 슈퍼센타이 얘기만 했지만, 만화나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입니다.
만화 애니 한 두 개 정도 보면 꼭 한 시리즈에선 서비스화에서 일본 문화가 등장합니다.
만화의 장르를 세부 분할하자면 러브코메디물, 배틀물, 멜로물 등등... 각각 장르마다 '일본만화식' 특징이 나타나게 됩니다
(여기선 굳이 긴 말 안 하겠습니다.)
이렇게 '오타쿠'가 전 세계에서 양성됩니다. 구글로 동인지를 찾아다보면 영역본, 중역본, 서역본, 불역본 등등
어디서 들어본 듯한 제2외국어로 된 얘기들이 깔렸습니다. 유튜브만 가도 노래 영상에 스페인어 자막이 넘쳐납니다.
이 사람들 애니만 보고 땡인 건 아니죠 나름 얘기할 만한 것들 서로 모여서 얘기를 합니다
이 바닥 특성상 똑같은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서로 의존하는 경향이 큽니다
그리고 팬아트, 동인지까지 마구 그려내는... (하나 의문인 건 왜 만화/게임 같은 2D계에서만 이런 경향이 있는지...)
여기서 요점을 찝자면
1. 지긋지긋할 만큼 뻔한 양식과 장르를 꽤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함
(슈퍼센타이는 약 20~30년, 애니는 10~20년 정도
특히 러브코메디, 배틀물은 일본의 것이 꽤나 독자적)
2. 항상 똑같은 이야기를 피하기 위해 컨셉을 이렇게 저렇게 바꿈
(바뀔 수 밖에 없음. 특히 만화계는 흥행을 위해 자유 경쟁 체제이기 때문)
3. 여기에 스리슬쩍 자국의 문화를 조금씩 집어넣음
(전통 문화, 현대 문화 막론하고)
4. 만화/영상 자체만이 아닌 부가 컨텐츠(goods) 생산에 주의를 기울임
(배경 장소 성지순례, 캐릭터송, 피규어, 로보트 장난감 등등)
5. 2차 창작(동인 활동)이 융성함
(팬들이 얘기하고, 언쟁하는 걸 넘어서 동인지를 그리며, 그 시장이 거대해져서
기업까지 나타나는 게 현재 일본에선 가능)
주로 이 네 가지에 의해 일본 만화/애니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은 패전 이후 아톰 시절부터 지금까지 몇 십 년에 걸친 노하우로 하나의 흥행 법칙을 성립시켰습니다
한 가지 제안해 보자면, 한국에서 이렇게 성공하려면 3, 4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겁니다
1의 클리셰라면 이미 아침저녁 막장 드라마로 나름(?) 성공한 사례가 있으니 됐고요
2는 시장이 완전 활성화된다면 스스로 경쟁 체제가 생길 것입니다 (이 과도기 시점에 기존 소비자들의 역할이 중요)
문제인 건 3, 4인데 3의 경우엔 한국인의 일상적인 문화, 아니면 그걸 좀 과장하고 미화한 것들을 자연스레 집어넣으면 됩니다.
4는 한국인들이 소프트웨어 구입을 등한시하는 특성상 (현재 기준) 내수에 가장 적합합니다. 또한 부가 상품 자체가 힘이 되고요
일본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도 자연스럽게 체득했을 겁니다. 애니가 이쪽 시장에서 얼마나 중추가 되는지...
어느 삼류 듣보잡 만화, 라이트노벨이라도 애니화가 성공하면 엄청나게 인기를 몰게 됩니다.
(ex. 인피니트 스트라토스. 물론 이 괴작은 작금의 문화 향유 수준을 보여주기도 함)
5는 알아서 이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베오베에 있는 그 글엔 무녀와 대비되는 '무당'의 개념이 대두되더라고요...
한 소재를 어떻게 써먹을지 참 고민이 되는데
무당은 별로 친근하지 않은 소재인데, 이걸 어떻게 써먹어야 잘 활용했다고 칭찬받을 수 있을까?
1. 일본 만화계처럼 '미소녀화, 모에화'를 할 것인가?
2. 기존 드라마 형식처럼 '사극'을 만들 것인가?
3. ?
1을 선택한다면 우린 일본의 방식을 차용할 수밖에 없고,
2를 선택한다면 기존의 방법을 토대로 머리 굴리는 일이 됩니다.
제 3의 방법은 어떨까요? 기존의 방법을 다 짬뽕하거나, 진짜 색다른 것을 발견하거나...
'무녀'의 경우엔 이 소재를 계속해서 활용하다 보니 사람들이 모에의 요소를 발견하게 되고
이 점을 각색해서 계속적으로 만화계의 소재로 친근하게 만든 것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상업적 흥행을 기준으로 삼자면 일단 일본 만화계의 상술을 활용해야 할 겁니다.
일본식을 그대로 베낀다면 위에 있는 5가지 장점들을 모두 얻을 수 있습니다
헌데..... 이렇게 되면 확실히 전 세계에 'Korean Deokhu'를 만드는 것도 가능해지지만,
전통이고 현대고 뭐고, 예를 들자면 붕당 대립이 학원 배틀물로 바뀌는 기이한 현상도 목격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재미도 없고, 율곡 선생이 초미니스커트를 입는 학생회장이 되는 데다
그러다 선조(남주)를 위해 여종 주막을 열고 "으으으... 시, 신의... 찻상을... 받아주시옵, 소서... 저, 전하!!"....
솔직히 말해서, 병신 같죠...
그런데 이게 마냥 헛소리는 아니고 일본식 패턴을 그대로 따라하면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게 기존 만화계의 흐름이니까요 ㅎㅎ
즉, 껍데기만 남은 졸작들만 남을 수도 있겠죠
현재 한국 막장 드라마들이 다 그렇습니다. 자극적인 소재, 뻔한 클리셰에만 매달려 본질을 잃고 노잼이 되어가는 모습들...
'창작물'의 본질인 메세지 전달, 그걸 밝혀내기 위해 나름 깊게 생각하고 토론하는 바람직한 문화가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현재 일본 만화계는 상업적으로는 성공했으나 이게 새로운 게 안 나타나고 수준도 낮아져서 점점 몰락 중입니다
뭐, 저는 일본의 흥행을 토대로 글을 썼으니 당연히 일본식을 따르면 우리도 흥행시킬 수 있다는 단순한 글을 썼지만
좀 더 한국적인 문화 전파 방법을 찾으려면, 제 머리 하나 가지곤 안 될 문제겠죠? 어려워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