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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l_172662
    작성자 : AmBiTiOn
    추천 : 4
    조회수 : 724
    IP : 58.121.***.229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3/02/06 20:39:30
    http://todayhumor.com/?lol_172662 모바일
    결승전 마지막 경기.txt

    "......"


    아무런 말이 없다.


    경기전 사기를 올리는 농담을 하던 딜탱,


    전체적인 판짜기를 주도하던 정글러,


    그리고 웃으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던 팀원들.


    그들 모두, 지금은 아무런 말도 없다.


    그저 그들이 만들어내는 차가운 침묵만이 그들 스스로의 가슴을 조여올 뿐이었다.


    "형."


    조금은 조급한 목소리로 민성이 말한다.


    하지만 정작 픽을 골라주어야할 정글러는 아무런 말이 없다.


    "형!"


    재차 대답을 요구하는 민성. 그러나 정글러는 여전히 말이 없다.


    괜찮다는 말도, 의견을 구하는 말도, 심지어는 장난스럽게 던지는 그 흔한 말조차 없다.


    "형, 뭐해."


    정글러는 말이 없다.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떨리는 눈으로 수많은 챔피언의 아이콘을 바라볼 뿐이다.


    "형, 뭐...."


    "잠깐."


    드디어 입을 연 그들의 정글러, 겨울을 살아가는 초식동물.


    그러나,


    "잠깐, 만...."


    그의 입은 그 이상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그 입은 그저 허무하게 뻐끔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주위 팀원들의 시선이 그에게 쏟아진다.


    지금껏 게임을 할 때마다 받아왔던 시선이다.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다.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이 시선의 압박감은 마음을 다잡는 수단 이상이 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 시선이 칼이 되어 자신에게 꽂히고 있었다.


    피부를 뚫고 살을 지나 그대로 심장을 찔러오는 것 같았다.


    처음이었다.


    팀원들이 주는 압박, 팬들의 응원, 픽을 요청하는 이의 절박함.


    그 모든것들이 피부로 직접 느껴지는 것처럼 다가와 몸을 둘러싸고 있는 이런 느낌을, 그는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체감적인 압박감은 그의 뇌에서 객관성이라는 잣대를 빼앗았다.


    냉정함이 장점인 그에게 냉정함이 사라졌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놓고 생각해볼 여유도 없었다.


    심지어는 시간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그에겐 남아있는 카드가 없었다.


    아무무와 쉔이라는 카드는 불과 몇 분 전에 상대팀에 의해 찢겨버린지 오래다.


    지금와서 꺼내든다 한들 달라지는것은 없을것이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는 전판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막눈의 랜턴? 올라프? 그렇게 놀림거리가 되던 느낌이 이런 것이었나?


    지금와서 다시 아무무를 잡고 진다면 어떻게 되지?


    머리속의 계산은 마음속의 불안을 이기지 못한다.


    한 번 일어난 부정적인 생각은 멈추질 않는다.


    그것이 더욱 그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저 신짜오라는 챔피언이 3경기 내내 그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신짜오와 레넥톤, 두 챔피언이 계속해서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하....."


    그의 입에서 결국 탄식섞인 한숨이 세어나왔다.


    그것이 신호였다.


    그의 상태를 팀원 모두에게 알려주는 신호와도 같은 것이었다.


    적어도 이 픽밴에서 그들의 정글러, 클라우드 템플러의 멘탈은 이 곳에 있지 않았다.


    "일단 서폿 먼저 뽑자."


    매드 라이프, 민기의 말이었다.


    현우의 시선이 위로 올라간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약 10초.


    지금도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이 시간은 생각을 정리하기엔 너무 촉박했다.


    일단 시간을 벌고 다시 한번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것을 현우도 알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다.


    그래도,


    "......"


    선뜻, 그러자고 말 할 수 없었다.


    적어도 그로선, 초식형 정글러 대표라는 이름을 내건 그로선 정글러로서 누군가에게 밀리고 싶지 않았다.


    다급하게 쫓기듯이 픽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그럼 서폿 뭐?"


    민성의 다급한 요청이었다.


    이제 시간은 5초 남짓이다.


    빨리 고르지 않으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


    빨리.... 빨리....


    "자...."


    "리...."


    순간, 민기와 현우의 말이 겹친다.


    민기의 말에 집중하고 있던 민성의 손이 갑작스런 현우의 목소리에 움찔한다.


    그러나 이내 곧 줄어드는 카운트 다운에 재차 소리친다.


    "형, 빨리!"


    민성의 눈이 힐끔 위를 살핀다.


    "형!"


    이제 2초밖에 남지 않았다.


    "자이라."


    민기의 말이었다.


    "자이라 뽑아."


    그에 민성의 손이 재빨리 자이라를 찾아 스크롤을 내렸다.


    그러나 그런 민성의 귀에 현우의 말이 들려왔다.


    "리신."


    그 순간 민성의 손이 움찔했다.


    "일단 서폿 먼저 골라. 정글은 좀 뒤에 뽑아도 되."


    "그래, 일댠 댜이라 먼뎌 뽑아."


    건웅이 민기를 거든다.


    민성의 눈이 현우를 힐끗 바라본다.


    현우는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손을 모으고만 있을 뿐이었다.


    "형, 그럼 자이라 고른다?"


    "....."


    "형 고른다? 형?"


    "......"


    "형!"


    -깽판 칠 시간이다!


    그 목소리와 동시에 모두의 헤드셋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민성의 커진 눈이 모니터로 향하고 모두의 아, 하는 목소리가 그들의 귀에 들려온다.


    "....형."


    민성의 목소리.


    ".....내가 서폿 먼저 뽑자 했잖아."


    그리고 이어지는 꾹 누르듯이 말하는 민기의 목소리.


    그에 민성은 그저 미안해, 하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민성의 사과에 현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입을 꽉 물었다.


    눈을 꾹 감았다.


    자신의 실수였다.


    "트런들 할 수 있어?"


    "....."


    자신있게 할 수 있어, 라고 말 할 수 있을리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못 해, 라고 할 수 있을리도 없었다.


    정글러는 그런 고민속에 입을 다문다.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차마 목 위로 올라가지 않아, 생각만이 머리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해."


    민기의 말에 현우가 천천히 눈을 떴다.


    "전에도 랜덤픽 했던적 있었어."


    ".....그건."


    로코도코가, 하는 말은 입 속에서만 머물 뿐이었다.


    현우는 그저, 무언가 예전 생각에 잠긴듯이 말하는 민기의 말을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도 했었어. 로코도코 있었을때."


    "......"


    말이 없는 현우를 슬쩍 바라본 민기가 말을 잇는다.


    "말파이트로 서폿 했었어."


    "......."


    현우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트런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정글 뿐이잖아."


    그 말에 순간, 현우는 눈에 무언가가 고이는 것을 깨달았다.


    눈 앞이 하얗게 번지는 것 같았다.


    뭐라고 말해야 하는데,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평소에 번지르르한 말을 쏟아내던 입이 꾹 잠긴채, 세어나오는 울음을 막고만 있었다.


    "그래 형, 괜찮아."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현우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말없이 픽밴을 지켜보고 있던 탑솔러, 상면이었다.


    "나 이렐이잖아. 버틸수 있어."


    ".....너."


    그런 탑솔러의 말에, 정글러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2:1 하려고 한 픽이잖아. 괜찮아."


    "......"


    정글러는,


    대답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정글러가 필요한 탑솔러는,


    자신이 좋아하는 챔피언을 포기하고,


    정글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이빨없는 정글러를 위해 자신의 온몸으로 상대방의 이빨을 막아낸다.


    "우리 잘 할 수 있어, 형. 탑은 내가 버텨볼게. 어차피 저쪽도 탑만 올거 뻔하니까."


    ".....상면아."


    그 말에 현우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적팀은 트런들픽을 조롱하기라도 하는듯, 별다른 고민없이 4,5픽을 고른다.


    픽 차례는 재차 돌아온다.


    그러나 민기는 별다른 고민없이 알리스타를 픽한다.


    그것은 정글러를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는 의지였다.


    손에 익숙치 않을, 트런들이라는 챔피언을 이끌어보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동시에, 아직 게임을 포기하지 않은 서포터라는 포지션의 한 수 이기도 했다.


    그런 민기의 마음에 현우가 후우, 하고 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곤 이내 천천히 스킨창을 바라보았다.


    몇 번 해보지도 않았던 트런들의 스킨, 그것들중 유난히 그의 눈길을 끄는것이 있었다.


    무언가에 홀린듯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클템의 눈에서 이내 피식 하는 웃음이 세어나왔다.


    "트런들의 몽둥이는 왜 노랄까?"


    "......"


    팀원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


    그런 팀원들에게 현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분명, 아직 아무도 잡아보지 않아서일거야."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아주부 프로스트가.....


    새삼스럽게 자신의 인터뷰 내용이 머리속에 떠오른다.


    그에 다시 한 번 피식 웃음을 흘린 현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겨울을 살아가는 초식동물은, 초식동물임에도 겨울을 날 수 있는 힘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지금, 그 힘을 주고 있던 두 개의 카드가 전부 찢겨져버렸다.


    그래, 겨울에서 살아가려면 언제나 같은 곳에 머물러서는 안되겠지.


    언제나 움직여서, 더 좋은 곳을, 더 따뜻한 곳을 찾아가야만 하겠지.


    "언제나 같은 곳에 있을수는 없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현우였다.


    그리고 그것은, 팀원들에게 또 하나의 신호였다.

    게임이 시작되고 로딩 퍼센트지가 올라간다.


    하지만 현우는 그 숫자들 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작템을 뭘 사야하지...


    어느 라인을 키워야 하나...


    전 경기 때 넥서스 오더만 잘 내렸다면...


    하지만 그에겐 다음 경기란 존재 하지 않았다.


    지금 그의 주변에 있는 건


    상대방의 칼날에 상처를 입어 거친 숨을 몰아 쉬는 와중에도


    눈빛만은 잃지 않으려 노력 중인 네명의 팀원이 보였고,


    그의 손에는 트런들이 잡혀 있었다.


    그래..할 수 있어.. 이길 수 있어.. 우린 프로스트니까..


    로딩 창에 퍼센트지가 다 찰 무렵 이였다.


    "민기야, 첫 블루 네가 먹고 로밍으로 승부를 봐야해"


    "웅아, 너는 미드 라인에 혼자 가서 버텨줘, 민기랑 나랑 정글 다니면
    소규모 교전이 많아 질꺼야 빠르게 합류해"


    "그리고 민성이 상면이는 미안한데..최선을 다해 버텨줘..어떻게든 해볼께.."


    현우의 오더에 팀원들은 마음속으로 한번 더 칼날을 갈았다.


    "...응..."


    민기는 현우의 말을 듣곤 마우스를 쥔 손을 다잡았다.


    그들의 맏형이며 오더가 게임을 포기 하지 않았다. 아니, 제 정신을 차렸다고 해야 할까?


    아직 이대로 끝내긴 이르다. 우린 프로스트야. 수없이 많은 게임을 해왔고,


    어려웠던 상황도 수없이 많이 겪었다. 이 경기.. 이길수 있어..


    하지만 그의 머릿속 역시 복잡하긴 마찬가지였다.


    "초반에 이득을 보자 적 레드로 달려"


    모든 팀원들이 달려 가 봤지만, 불운일까 ? 아니면 그들의 혼란이 경기력에 나왔던걸까.


    인베이드 상황에서 와드만 박고는 적 정글을 나올수 밖에 없었다.


    "민기는 민성이랑 빠르게 블루 먹고 나 따라 적정글로 들어가자"


    민기 역시 현우와 같은 생각으로 블루 버프를 치고 있지만, 오늘 따라 유난히 강해보이는


    이 골렘은 민기의 혼란한 마음속을 진정시켜주지 못했다.


    "형, 거기 와드 같은데?"


    "형! 봇듀오 올라갔어 빠져!"


    하지만 퇴각로로 포위망을 좁혀가던 적들에게 트런들은 둘러 싸이고,


    죽음의 직전까지 몰렸다.


    안돼.. 여기서 죽으면 경기는 기울어버린다..


    현우는 급한 마음에 가까운 벽쪽으로 최대한 달려가며 점멸을 사용 하였지만,


    그의 뜻대로 벽을 넘지 못했다.


    "...................."


    체력게이지가 두칸도 안남은 상황. 하지만 그 체력이 닳아 없어질 때 까지의


    시간은 마치 영원과도 같이 천천히 흘러갔다.


    차라리.... 여기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적들의 총탄이 서서히 트런들의 몸에 다가왔고, 마치 지나가지 않을것 같던


    시간이 지나가며 현우의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었다.


    "..... 미안하다...."


    "...................."


    평소라면 별것 아니라며, 격려와 위로의 말들이 오갔겠지만,


    지금은 네 팀원 모두, 아니 현우 자신 또한 할말을 찾지 못했다.


    고독과도 같은 침묵. 이 침묵 속에서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은 뭘까?


    날 원망 하고 있겠지?


    그래도 이전까지 난 정말 열심히 했는데...섭섭하다...


    현우는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았다. 그의 흑백 화면엔


    쓰러져있는 트런들이 보였고, 오늘따라 이 흑백화면은 마치 자신을 감싸가고 있는것 마냥


    몸 전체를 뒤덮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형! 정신차려! 이제 시작이야"


    민기다.. 민기..


    "내가 어떻게든 돌아다녀볼께, 형은 정글좀 돌면서 크고 있어."


    민기의 말이 맞다.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건 없었다. 하지만 민기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하지만.. 너도 .."


    "괜찮아~ 형이 블루버프를 줘서 레벨도 금방 올렸는걸? 라인에서 경험치 훔쳐먹으면 부족하지도 않아"


    에써 태연한척 오히려 현우의 마음을 달래주려는듯 민기의 목소리.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다른 팀원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민기야! 형 라인에 경험치좀 먹으러 와"


    "현우 형, 나 집가야돼 여기 cs 먹어"


    "레넥톤이 귀엽게 생겼네, 쟤도 타워 깰 생각 없이 파밍만 하는걸? 버틸만 하겠어."


    현우는 왈칵 쏟아지려는 눈물을 머금고 레이스를 공격하기 시작 했다.


    그의 트런들은 열심히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어려운 상황.. 아니 이미 모든걸 끝내고 나가버리고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지만,


    입술을 깨물며 참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건웅은 자신이 무언가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이태껏 자신이 팀을 위해 해온것보다 도움을 받은적이 더 많지 않았던가.


    타팀의 원딜 처럼 자신도 나만 지켜줘! 라고 소리를 질러 볼 만큼 도움을 준적이 있었던가?


    .... 그게 오늘이야....


    결승전을 앞두고 누구보다도 많은 연습을 해왔던 건웅이다.


    주위 시선의 조롱에도 아랑곳 않고 질릴만도 한 cs먹기 연습을 수없이 반복하며,


    묵묵히 쫒아가고 있던 건웅이였다.


    그리고 그의 시선에 신짜오가 보였다.


    오늘따라 마치 유도탄 인듯 신짜오에게 스킬이 적중했고,


    방심했던 탓일까, 미니언이나 먹고 가려는 신짜오가 황급히 놀라 도망가는게 건웅의 눈에 보였다.


    '한발만..한발만 더!'


    비전이동을 사용하여 신짜오에게 다가갔지만 그는 더이상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돌아 서야 했다.


    그리곤 아무말 없이 집으로 향했다.


    보통때라면, 아깝다느니 저놈 별거 아니네 하며 팀원들에게 알렸을 상황이지만,


    건웅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괜한 아쉬움은 팀원들에게 혼란만 더 부축일수 있다....


    아마 나머지 팀원들도 미니맵을 보고 이상황을 봤겠지만,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경기는 흘러간다.. 마치 강물이 흐르듯, 정해진 자리를 찾아가려는 듯..


    그들은 흐름 속에 그저 몸을 맡겨가고 있었다.


    자신들의 흐름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프로스트!! 패패승승승으로 섬머 시즌 우승을 차지합니다!!!!!"


    "메드라이프!! 정말 .. 정말 대!단합니다!!"


    "블라인드 무패신화 프로스트! 오늘도 연승을 이어가며 결승에 진출합니다!!!!!"


    "프로스트한테 패패는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기적의 한타!! 대단합니다 아주부 프로스트!!!"


    매번 들어오던 말들.


    슬로우스타터. 벼랑 끝에 몰려야 실력을 발휘하는 팀.


    그런 평가에 익숙해져 있는 프로스트.


    하지만 그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은 첫 경기부터 최선을 다한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더 연승을 좋아하며, 쉽게 이기고싶어했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게임이 기울어져 가고 점점 궁지에 몰려가는 경우가 많이 나온다.


    그럴수록 그들이 마음속으로 외치는 말. 수도 없이 외치는 말.


    우리는 프로스트잖아.


    우리는 프로스트야...


    벼랑 끝에 몰렸을때 역시 믿고 의지 할수 있는 단어.


    그들은 아주부 프로스트 였으며, 그들은 항상 견뎌냈고, 버텨냈고, 이겨냈다.


    건웅은 손을 모아 조용히 기도한다. 이 경기가 끝나면 환하게 웃고 있을 동료들을 생각한다.


    아마 다음 경기는 기세를 몰아 쉽게 이길수 있을것만 같았고, 블라인드에 들어간다면


    패배따윈 생각할수없다.


    우린 프로스트잖아... 이겨낼수있어...


    동분서주 맵을 돌아다니는 민기와 현우가 미니맵에 잡힌다.


    하지만 그들이 가는곳엔 어김없이 와드가 설치되어있고, 신짜오와 레넥톤에


    쫒겨다니기 일수였다.


    봇라인에 있는 민성 역시 더 이상 버텨내기가 힘들다.


    상면이 또한 이미 너덜너덜해진 타워 옆에서 힘겹게 포션을 마시고 있는 상황이 눈에 띈다.


    ..........


    내가....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내게 조금만 더 실력이 있었더라면....


    건웅은 팀원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감에 쉽사리 미드타워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형.. 탑 라인 커버를 좀 가야 할거 같은데....."


    "응, 바로 갈께"


    "형 바텀 타워 부셔져요"


    "어 거기도 갈께"


    레넥톤은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듯 교활한 웃음을 지으며


    타워 사이를 누비고 있었고, 신짜오 또한 프로스트의 정글에서 사냥을 하며


    시시탐탐 상태가 좋지 않은 이렐리아를 노리고 있었다.


    탑라인은 이미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


    그렇다고 지원을 안갈수도 없다....


    현우의 트런들이 잠시 자리를 멈춰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현우 형?"


    "상면아, 미안한데.. 탑 가면 신짜오에게 죽을꺼야 분명..정글에 있을께 분명해.."


    "형 그래도 이 라인 못지키면 2차 타워까지 순식간에 밀려요.."


    ".... 그래도 킬을 내주는것 보다 낫지 않냐?"


    "........"


    지금 현우는 상면이 아는 현우가 아닌것 같았다.


    아무무를 움직일때도 챔피언만 아무무였지, 그의 움직임은 흡사 리신과 같은 매서움이 느껴졌다.


    어느 라인의 갱킹을 두려워 하지도 않았으며, 그 어떤 적 챔프가 카정을 오더라도


    쉽게 대처 해 나갔다.


    하지만 현우는 지금 죽는 걸 두려워 하고 있었다. 아니, 교전 자체를 무서워 하는것 같았다.


    그때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 우리 프로스트에요."


    민기의 목소리.


    마음 속으로 항상 외치던 말. 내 주위를 둘러보면 항상 존재해주던 이들.


    그들을 부르는 단어. 프로스트.


    현우는 헉 하고 가슴 속을 파고드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질수도 있는거잖아... 우린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했어... 우리가 주인공도 아니였고,


    우리가 매번 이길거란 생각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우린 프로스트잖아?


    우리는 주인공이 됬고... 우리는 이겨왔어... 사실 우리는 지는것도 익숙하잖아...?


    "얘들아..."


    현우의 목소리에 잠시 협곡에 존재하는 챔피언들의 움직임이 멈춰든다.


    "핫.. 이거 못이길거 같다.."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오는 현우.


    "그래도, 지더라도 프로스트 답게 져 주자.. 우리 게임은 이게 끝이 아니니까."


    잠시 현우의 말을 듣던 팀원들 역시 피식 헛 웃음이 나온다.


    "하운이한테 뭐 뜯어먹을지나 정해놔요"


    "하, 그럼 저 악어자식을 잡아볼까? 셋이서 패면 죽지 않겠어?""


    "어우 라이즈로 미니언만 먹었더니 너무 심심하네, 나도 올라간다!"


    지고 있는 게임. 우승에서 점점 멀어져 단상 아래로 내려가기 한발자국 전.


    많은 이들이 프로스트의 우승을 점쳤고, 승리를 당연하게 여겼으며


    그들이 최강이라 치켜 올려 줬다.


    하지만 바뀐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에게 이기던 지던, 우승을 하던 못하던


    다음날은 따뜻한 햇살이 그들을 반겨줄것이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 될것이다.


    "좋아쓰! 저 악어 잡았어!"


    "야 우린 셋 다 죽었는데?"


    "크크큭. 그래도 저 악어 500원이에요 비싸잖아~"


    세명이 모든 스킬을 퍼부어 힘들게 레넥톤을 제거한 프로스트.


    분명 손해지만, 그들의 입꼬리엔 웃음이 조금 씩 퍼져 나갔다.


    "건웅형! 저거 딸피! 쫒아 !"


    "좋아쓰 맡겨!"


    건웅의 이즈리얼도 과감한 앞비젼으로 를루를 쫒았지만, 상대방의 백업에


    오히려 데스를 기록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들의 관심사는 건웅의 데스 보단 룰루의 생존에 맞춰졌다.


    "아 저게 살아가네!"


    "쟤 원래 미꾸라지같이 쏙쏙 빠져나가잖아."


    "이따 끝나고 한대 쥐어박아줘요 형 큭큭"


    게임은 점점 기울어져갔다. 이제 그들과 나진은 레넥톤 하나 이길 수 없을만큼 큰 차이가


    나버렸고, 사실 상 우승의 단상에서 발을 띈 상황이였다.


    상대팀 나진은 자신들의 우승을 확신하면서도 혹시나 혹시나


    자신들에게 다가온 기회를 놓쳐버릴까 조심조심 타워를 밀어가기 시작 했고,


    외각 타워들을 모두 철거했다.


    "형, 프로스트 좀 이상한데요?"


    "왜?"


    "아니 셋이 가서 형 잡는것보다 라인관리하는게 골드도 더 많이 벌릴텐데..굳이 거기 가서 잡힐 필요가.."


    "맞아, 건웅형도 좀 이상해요. 나 점멸 있는거 알았을텐데?"


    "쟤네 던지는 수준인데?"


    그들을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막눈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던지는게 아니야.."


    "프로스트는 자신들을 보여주고 싶은거 겠지, 질질 끌려다니다가 힘없이 주저앉는건 우리가 아는 프로스트가 아니잖아?"


    "..........."


    네명 역시 막눈의 말을 듣더니 순간 잠잠 해 진다.


    "자, 가자구. 전 시즌 챔피언이 양팔을 벌려 우리를 환영 해 주고 있잖아. 그게 예의라고 생각해."


    그리고 외쳐진 한마디.


    두 다이브.


    봇 2차 타워에서 나진은 다이브로 한타를 열었고, 프로스트 역시 빼거나 도망가지 않고,


    모든스킬을 퍼부어 맞상대를 했다. 하나 둘 죽어가는 챔피언들을 보며


    암울해질만도 할 분위기였지만, 프로스트는 그 누구 하나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막눈 저놈 은근 싸가지가 없다니까? 그냥 대놓고 들어오네"


    "이따 혼을 내주자고요. 하핫"


    그렇게 게임은 막바지로 향했고, 이윽고 우물에서 상대방이 자신들의 숨통을 끊어버리면 모든게


    끝이나는 상황이 되버렸다.


    "웃자, 얘들아. 웃어주자. 새로운 챔피언을 축하해주고, 웃어주자.
    하지만 그 웃음은 잘 기억해둬, 우리가 축하해주고 있는 의미도 잘 기억해둬."


    "다음번에 우리가 받아야 할 것 들 이니까."


    이미 게임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프로스트의 맴버들 역시 적들의 활약을 인정해줄수 있었고, 웃어줄수 있었다.


    그렇게 모두들 마우스에서 손을 놓았을 때, 모두 패배를 인정하며,


    상대방의 실력에 대한 평가와 칭찬을 하고 있을 무렵.


    유일하게 마우스를 잡고 마지막 까지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챔피언이 있었다.


    알리스타.


    이미 끝나버린 상황에서, 막눈의 우물 다이브 세리모니를 저지하며,


    넥서스가 부셔지는걸 1초라도 늦추겠다는 의지가 시청자들에게도 보여졌다.


    민기는 웃지 않았다. 그렇다고 실망 하지도 않았다. 팀원들에 대한 원망도 없었다.


    우승을 차지한 상대방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 역시 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무슨생각인지. 1초라도, 아니 조금이라도 더 버텨내고 싶었다.


    ... 미안하다. 너 없이도 이기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


    끝끝내 막아내지 못한 레넥톤에게 우물 다이브를 당하고 골드가 들어왔다.


    그의 아이템 창에 있는 골드는 800골드.


    상점을 보니 800골드로 살수 있는 아이템 중 흡혈의 낫이 민기의 눈에 띄었다.


       출처: 롤인벤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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