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면 8월 중으로 우리나라에 위대한 영웅이 23명씩이나 나오게 생겼다.
아주 한 명 한 명 죽을 때마다 고인의 평소 눈부신 행적이 대형 포털 메인을 장식한다. 심씨가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 아주 잘 알겠다. 그가 보살핀 교회의 장애인이 눈물을 쏟으며 비통에 젖을 정도라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겠다. 그가 25년 간의 새마을 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수여받은 도의회 의원의 아들이자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은 사람의 조카이며 자랑스러운 독립 투사의 손자라는 것을 잘 알겠다. 그는 단순한 봉사단원이 아니라 저 머나먼 이국에서 테러리스트의 흉탄에 희생된 선량한 한국인이자 독립 투사의 후예인 것을 아주 잘 알겠다.
꼭 대놓고 영웅이라고 해줘야 영웅 되는 줄 아는 순진한 사람들은 빠져라. 자, 그럼 여기서 국민 여론은 어떻게 될까? '남은 21명의 영웅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해라.' 중간 중간에 끼는 '전쟁하자' '구출작전 하자' 같은 현실성 떨어지는 방법은 다 튀어나가고 결국 좀 그럴싸 하게 보이는 진국만 남겠지
'협상 타결시켜서 영웅들을 구하자.'
이게 탈레반이 노리는 거라는 걸 모르고 어설픈 광대춤 추고 자빠졌냐 언론들?
인질 육성 한번 찔끔 공개해주고, 인터뷰 한번 찔끔 해주고, 남자 인질 한 명씩 죽이고, 여자 인질도 죽일 수 있다고 협박 한번 슬쩍 흘리면, 그 때마다 벌벌 떨며 '쟤네 요구 다 들어줘서라도 우리 영웅적인 국민들 살려와야 돼'라고 질질 짜기를 바라고 탈레반들이 사람 생목숨 가지고 장난치는 걸 모르겠나? 어떤 상대적으로 눈치빠른 한국언론은 '탈레반 생각보다 똑똑'이라고 대서특필 해놨던데 이건 무슨 착각이냐? 우리나라 언론과 정부가 '심각하게 멍청한 것 뿐' 이라는 걸 정말 몰라서 저런 무식한 소릴 할까?
탈레반이 '테러와는 협상을 하면 안되는 일국의 정부'를 '위대하며 가련한 영웅적 자국 국민을 구하기 위해 두팔 걷어야 하는 멍청한 정부'로 만들어서 자기들 집어먹을 거 먹으려는 뻔한 의도가 안 보이나? 안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탈레반 하수인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열성적으로 그 의도에 넘어가 주고 있다. 한심 천만도 유분수지.
그리고 이놈의 영웅화 자체도 이가 갈린다.
배 형규 씨가 살해당했을 때도 그놈의 영웅화. 다음 아고라에서는 심심찮게 제대 군인들의 울화통을 들을 수 있었다.
무장 공비 침투 때, 전사한 장병들을 영웅이라 하던가? 진돗개 발령하고 강원도를 발칵 뒤집어가면서까지 공비 몇은 결국 놓쳐버린 오합지졸이라는 소리만 듣지 않았나? 어르신들 '요즘 젊은 놈들은 총알 무서워서 대가리도 못들다가 공비를 놓치지'하다가 피랍건 보고는 '견실하고 훌륭한 젊은이들이 살아돌아와야지' 한다. 언론이 우리 어르신들 꼴을 뭐로 만들고 있는 건가 지금?
연평 해전 때 전사한 사람들은 월드컵이라는 나발 축제에 밀려 한 달도 안되서 없던 사람 됐다. 그 사람들 추모영상 링크 걸어서 '나라를 지키려 했던 진짜 영웅은 다 잊어버리고 세금 날리는 건 둘째 치고서라도 온 국민을 납치테러 대상으로 만들고 한국을 테러리즘이랑 협상하게 만드는 23인을 영웅이라 하는냐'고 걸면 링크가 삭제된다. 이게 언론이다.
내 친구가 공비한테 총맞아 죽는 것도 아니고, 내 가족이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연평해전 전사자 유족 분들이 이 나라를 왜 떴는지 알겠다. 미국이 좋아서가 아니라 한국이 아니면 어디든 좋았기에.
이놈의 나라에서는 국가를 지킨 사람은 영웅이 아니고 오합지졸에 없던 사람이다. 이놈의 나라에서 영웅은 1년이나 준비하고도 현지의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고 여행하다가 전국민을 해외여행 가려면 목숨걸어야 하는 존재로 만든 23명이다. 그들이 이 나라의 진짜 영웅이다.
꼴이 이러니
테러범에게 놀아나기 딱 좋은 사망 인질 영웅화는, 그 이전에 좀 더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용납이 되지 않는다.
정말이지 용납이 되지가 않아.
어젯밤에 뉴스보고 열뻗쳐서 쓴 글인데 우연히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어쩌다 베스트가 됐으니 여러 사람들 둘러보라고 몇자 더 적어본다.
인간의 생명이 중하다는 개소리 아직도 씨부리는 사람 있냐.
어젠지 그젠지, 아프간 현지 경찰 병력이 납치지점 부근에서 탈레반 테러범 놈들하고 총격전하다가 사살당했다는데, 지금 그 뉴스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원래 그런 동네니까 그것도 원래 그런 건가?
천만에 하나로 협상 타결되서 테러범 놈들 23명 풀려나면 그놈들은 알라신께 예배드리며 고향 가서 농사지을 거 같나?
3월에 이탈리아 기자 한 명 살리자고 풀려난 탈레반 광신도 하나가 8월까지 쳐죽인 현지인 공무원 민간인이 세 자리 수라는 건 알고 인간성 운운하나?
그놈의 인간성은 어째 가치차등이 좀 있다?
어떤 뉴스 기사는 납치 테러 인질의 80퍼센트가 생환하니까 희망적인 전망을 잃지 말재. 그 생환한 인질의 몇 배가 되는 생목숨이 날아갔을지는 알고 그 기사 썼을까?
전투병 파병하자는 사람들.
전투병 파병해서 탈레반 공격하면, 아프간 땅에서 전쟁하면,
전쟁이 아프간에서만 일어날 것 같지?
여느 외국인 노동자하고 외견상 별로 분간도 안가는 테러범 한둘이 밀수선 집어타고 어기적어기적 들어와서 서울시 지하철 역에 깡통 두 개만 까도 하루아침에 수만명이 죽는 대형참사 터질 수 있다는 건 알고 파병하자고 하나?
우리나라가 테러란 놈에 얼마나 취약한지 알고 파병하자고 하나?
대구에서 한 명이 수백명을 죽인 건 알고 파병하자고 하나?
우리나라에서 달랑 한 명이 수백 수천 수만명을 죽일 방법이 없는 것 같아서 파병하자고 하나?
지하철마다 군인들이 총들고 서서 검열하는 꼴 보고 싶어서 파병하자고 하나?
중동이나 아프간에서 '소년 자살폭탄병' 소식 나올 때마다 외국인 어린애들 보고 흠칫흠칫 하고 싶나?
정리 좀 해 볼까.
인간애 운운하면서 21명의 목숨 운운하는 가식좀 제발 치워라. 이제까지 이 납치 건으로 죽은 사람이 몇 명일지 상상 안 되나? 앞으로 몇 명이 죽고 몇 명이 납치 위협에 시달릴지 상상 안 되나? 아프간에 봉사하러 가서 아프간 현지인 수백명이 테러범 총탄에 맞아 죽을 상황 만드는 게 인간적인 봉사활동이고 21명의 생환을 위해 테러범이랑 협상하자는 소리를 하는 게 인간적이야? 한국인 21명이 아프간 현지인 수백명보다 더 소중하다는 게?
제발, 당신 같은 사람 인간성이 의심된다고 말하지 말아줘. 도대체 인간성이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나는 이런 사람들 볼 때마다 인간성 이전에 상식이 의심된다. 중국이나 일본이나 러시아가 지들 나라 사정 때문에 우리나라한테 유영철이 신창원이 발바리 석방 좀 해줘-라고 하면 그 나라 국민 생명 살려야 되니까 '생명이 소중해서' 그것들을 놔줄 건가? 탈레반 테러범 23인은 십중팔구 그런 범죄자보다 손에 더 피를 묻힐 것들이다.
그리고 아직 아프간 현지인 안 죽었다고 하는 사람.
3월에 풀려난 당일로 지 고향 가서 아프간 현 정부에 협력한 공무원 민간인 수십명 총살한 놈이 이제 외국인은 눈에 띄는 데로 납치해오라고 미친 소릴 해대는 판에 그 참극이 '아직 안 죽었다' 수준인 것 같은가?
아니면 '그 동네는 원래 그런 동네니까 사람이 죽어나가는 거야 당연하다'고 할 참인가? 현지 경찰들이야 원래 탈레반이랑 싸우는 사람들이니 사살당한 것도 당연한 거고?
협상하자는 사람들.
돈이 우선이냐 사람 목숨이 우선이지 하는데
탈레반 놈들이 돈 쥐면 그 돈으로 뭐하지?
AK소총이 그 동네에서 애들 가져노는 BB탄총보다 싸다는 건 아나?
그럼 총 사서
그 총으로 걔네들이 사슴 잡고 멧돼지 잡나?
테러범 풀어줘서라도 협상하자는 사람들.
대우 직원들이 해외에서 제 2 제 3의 납치를 당하는 거 보고 뭐 드는 생각 없나? 탈레반은 아마 드는 생각이 있어서 '납치는 성공적인 작전이다'라고 지껄이는 것 같은데?
풀려난 테러범들이 뭐 하고 다닐지를 안다면 제발 21명 생환시키기 위한 협상에 '인간애'니 '사람됨'이니 그 따위 가식 좀 집어넣지 마라. 볼 때마다 속이 미식거린다.
셋째로 '역지사지'를 논하는 사람들.
당신들이나 역지사지를 해 보라. 잡혀있는 탈레반 테러리스트 23명을 거기 처넣기 위해 아군을 잃어야 했던 다국적군이나 미군이라고 생각해 봐라. 언제 카불 지방정부라고 불리는 아프간 현 정부가 테러범 놈들에게 쓸릴 줄 몰라 불안한 카불 시민이라고 생각해 봐라. 앞으로 테러범들의 협상용 돈자루가 될 위험지역 봉사중인 해외 한국인 봉사단원이라고 생각해봐라.
역지사지 할 사람이 지금 한 둘인 줄 아나?
넷째로 파병하자는 사람들.
더이상 당신들과 할 말이 없다.
내 글이 대책없고 대안없는 소리라고 한 분들.
내가 말한 대안을 못알아들은 건가, 아니면 그게 잔혹하다고 생각해서 외면하는 건가?
진짜 잔혹한 게 내 대안인 것 같은가, 아니면 당신들 생각하는 대안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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