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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PT는 갑작스럽지요
금요일 오후
학과사무실의 부재중 전화
전화를 했더니...
“행사가 하나 있는데”
“한국인은 너뿐이다”
“모두가 한국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미사어구로
모국어 소개 PT 당..첨..
언어소개 프레젠테이션이라니..
안 봐도 비디오 아닙니까..
발표자는 열심히 모국어를 자랑하겠지만
듣는 사람들은 "박수, 짝짝짝”
단순히 소비하는 수준!
아마도, 행사에 외국인학생 섞어서
신선함을 더하려는 시도겠지요
고민했습니다
‘그래도 그냥 평범하게 할까..?’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특히 일본발표자와 중국발표자 보다는 뛰어나야 했고(?)
한류에 편승한 한국인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없었으며(?)
어머,어머, 쟤 한국인이야(?) 수군거리는 기대(?)를 저버릴 순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생각!
아이디어, 생각, 집중, 생각!
재밋게, 한국인답게, 쿨하게!!
오. 좋다, 이거!
하고 나온 주제!
"도깨비말"
..히잌
PT날
여러 발표자들이 있었지만
관심이 가는 건 역시나 일본과 중국
일본
얘들 PT배경은 항상 뻔합니다
벚꽃같은 핑크핑크..
중국
얘넨 매번 길어요, 아휴, 장황해
내용은
둘 다 평범하게
주최측이 주문한 대로
평이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한국인 차례...
시작
설명은 최대한 짧게
초성, 중성, 종성, 단모음 짧게 치고
그리고 바로 본론!
"그래서, 여러분들께
한국어와 관련된 재미있는 은어 시스템을 알려드릴려고 해요
이게 옛날 궁궐에서 궁녀들이 사용했다는 설도 있거든요?
쉬우니까, 먼저 예를 보여드릴게요”
처음이니까
쉽게쉽게
안녕(하이Hi)를 예로 들면서
“음절에 시옷(S)을 추가하고
앞의 모음음절을 복사하면!
하이Hi → 하사-이시[Hasa]-[iSi]가 되어서
다른 언어처럼 들린답니다!
어때요? 간단하죠?”
아니!! 절대!! 절대 간단할 리가!!
라고 말하는 표정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바로 질문이 들어왔지요
[바로바로 말하는 방식인가? 아니면 쓰는 방식인가?]
“당연히 바로바로 말로 하지요”
[그럼 단어 예시 말고, 우리가 대화하는 것처럼, 문장으로 보여주길 바란다]
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유창히 가능하니까
I LOVE YOU를
아사이시(I) 러서브스(LOVE) 유수(YOU)라고 바로 답했지요
“한국어 특징을 살짝 적용한 후
이 은어 암호화를 적용한 것인데
누구나 금방 할 수 있답니다”
그 폴란드남자는 고개를 휘저으며 앉더군요
이어서,
다양한 언어에 적용한 예를 보여주다 보니
주어진 시간은 막바지에 다다랐고..
이제,
마지막 스크린
"뿐만 아니라, S이외에 H, P, B 등
모든 자음을 넣을 수 있어요" 라고 설명하자
수군거림은 절정에 다다랐고
눈은 충분히 커졌지요
"아이 러브 유"를
독일사람 맥주 마시는 것 같은(?) 성조로
"아바이비 러버브브 유뷰"라고 말하고
다시 휘바휘바 같은 고음으로
"아하이히 러허브흐 유휴"로 바꿔 말했는데
박수가 터져 나왔지요
한 분께서는 너희는 한국인이니까
그래서 가능한 거라고 하시던데
그때 마주친 일본 발표자 눈빛..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지요
크흐....!!
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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