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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722999
    작성자 : 익명amJoa
    추천 : 1
    조회수 : 326
    IP : amJoa (변조아이피)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7/09/07 16:21:07
    http://todayhumor.com/?gomin_1722999 모바일
    저는 그렇게 치사하고 화장실 들어갈때 나올때가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재미없는 인생사와 넋두리입니다. 하소연할 곳도 없고해서 적어봅니다.


    고등학교때 저는 공부를 꽤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연고대 정도는 너끈하게 가고 서울대도 갈수 있을 줄 아는.. 그런 학생으로 주변에서 분류되었죠.

    사실 공부를 좀 한다는 것에 대한 자긍심도 좀 있었습니다. 어릴때만해도 세상의 전부가 공부인줄 아니까 나름의 자뻑에 살기도 했습니다.

    주변에서 계속되는 방방띄워줌과 제 스스로에 대한 근거없는 믿음으로 결국 저는 이른바 의치한으로 분류되는 학교로 진학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자뻑이 너무 과했던 걸까요?

    모의고사에서도 거둔 적도 없는 성적으로 수능에서 미끄러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수학을 완전 망해버렸죠. 나머지는 다행히 잘봤습니다. 수학만 올리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하에 저는 고민도 없이 재수의 길에 돌입했습니다.

    뭔가 반전이 있으면 좋겠지만 역시나 재수에서도 수학이 망했습니다. 평소 모의고사 보는 수준 정도만 나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망했어요.

    이 정도되면 제 자신이 부족함을 눈치챈채로 저는 수학을 포기하고 적당한 명문대로 갔어야했습니다. 하지만 아둔하게도 삼수의 길에 돌입했죠.


    사실 엄청나게 치열하게 공부했습니다. 근데 안되는건 안되는거 더라구요. 역시나 다른 과목들조차 좀 떨어졌을 정도로 가장 못본 수능성적표를 들고 부모님의 타들어가는 가슴과 눈물을 양어깨에 짊어진채 저는 그냥 저냥한 인서울 대학교의 기계공학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학교 이름은 비하로 오인될것 같아 안밝히겠습니다.)

    만약 이때 오유를 알았다면 고민글에 정말 치열하게 징징댔을텐데 풀길이 없어서 정말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속을 들고 매일 매일을 절망하고 내 자신을 저주하며 살았습니다.

    그래도 살아지더라구요.

    점차 우울과 슬픔을 잊은 채 나이어린 동기들과 어울려지내면서 시름을 잊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진짜 친구를 만났다고 할만한 친구를 얻었습니다.

    형인 저에게 먼저 다가와서 말도 걸어주고 이것저것 얘기도 나눈 그 동생 덕분에 저는 어색하고 뻘줌할 학교생활을 적응했고 다른 동기들과도 어울리며 그야말로 신명나게 놀아제끼며 학교생활을 만끽했습니다. 

    입학전 1,2월에 우울했던 내 자신이 맞나 싶을 정도로 대동제와 방학기간동안의 여행등을 통해 완연히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났습니다.

    솔직히 너무 행복했습니다. 근 7~8년이 지난 지금도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시기가 아닌가 싶네요.

    세상의 모든 즐거움이 내 것이 된양 재밌게 놀고 즐겁게 동기들과 지냈습니다.


    특히나 저를 아웃사이더가 아닌 인사이더로 이끌어 준 동생과는 자취방도 공유하고 동생의 집에가서 놀기도 하고 해외여행도 다니고 할 정도로 친하게 지냈습니다.

    특히나 둘다 인생 처음으로 좋아하는 여자들이 생긴 탓에 할 얘기도 많아서 그 여인네들로 인해 타들어 가는 속을 술로 달리기도 하며 친하게 지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연애사를 몽땅 알정도로 친한 관계로 동생이 없던 저에겐 친동생같은 녀석이었습니다.

    특히나 수학을 망쳐서 이 대학에온 저와 다른 대학교를 꿈꿨지만 수학만 잘봐서 올 수 없었던 동생은 필연적으로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사이였습니다.

    대학의 학벌에 대한 푸념 및 진로고민들도 조금씩 해가며 단순히 같이 노는 관게에서 서로 인생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갔습니다.

    다만 이 녀석의 단점은 돈 쓰는 것을 너무 아낀다는게 문제였죠.

    강남 한복판에 큰 집이 있고 아버지의 수입이 월급이 아닌 연봉으로 계산되고 온갖 헤드헌터들이 데려갈려고 용을 쓰는 아버지를 둔 집안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짠돌이였습니다. 다만 자기 것을 사는데에는 기백만원도 너끈히 쓰지만 남들을 위해서는 만원 한장 쓰는 것도 아까워했습니다. 

    그냥 평범한 회사원을 아버지로 둔 제가 오히려 이 친구보다 밥도 많이사고 술도 많이사고 여행경비도 압도적으로 많이 썼습니다. 사실 해외여행을 같이 간적도 있지만 겨우겨우 비용을 마련한 저와 달리 이 녀석은 이미 대학 입학전에도 수십번 해외여행을 다녀왔었습니다. 

    그 때는 그냥 친동생 같았고 주변 애들이 '걔는 돈을 너무 안쓴다'고 비난할 때도 성격이 좋고 경제관념이 투철하다며 쉴드쳐줄 정도로 아꼈습니다.

    사소한 단점이라 치부하며 흘러넘겼습니다.

    그렇게 새내기 시절이 지나가고 2학년이 되었습니다.

    새내기의 즐거운 시절따위는 온데간데 없는 채로 군대, 진로고민등과 같은 인생의 커다란 관문들이 우리의 패밀리들을 갈라놓기 시작했습니다.

    군대를 미리 해결하겠다는 친구들은 군대를 갔고 학점을 관리하겠다는 친구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 녀석도 학벌에 대한 욕심이 강했기 때문에 이것저것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유학을 생각하기도 하고 재수를 생각하기도 편입을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저 또한 여러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3수까지 한 처지에 재수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고 편입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습니다.

    1학년때 재미있게 놀던 시절이 무색하게 패밀리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저와 그 녀석은 단둘이 술을 마시며 노는 시간이 늘어갔습니다.

    오히려 이때 저와 그 녀석은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같이 노는 것보다 같이 고민을 깊게 공유하고 서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만큼 가까워지는 수단이 없다는 것을 배운 시기였죠.

    하지만 그 시절 저와 그 녀석의 미래에 대한 고민에 대한 대처가 너무 달랐습니다.

    사실 이 녀석은 고등학교 1학년을 외국에서 보낸터라 다시 수능을 본다는 것 특히나 언어영역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컸고 결국 자신이 잘하는 수학과 영어만 가지고는 좋은 대학에 가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편입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 녀석을 자꾸 불러내고 놀자고하는게 뭔가 죄를 짓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돈도 내가 내고 녀석이 바쁘다고 하면 만남을 포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만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저에겐 부담이 되었습니다.

    뭔가 피해준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결국 그 녀석이 편입 공부에 목매도록 도와주고 저는 혼자서 대충 시간을 떼우기 시작했습니다.

    게임도 하고 늘어지게 잠도 자고 친구 하나 변변히 없이 혼자 수강신청한 과목을 듣고 밥도 혼자먹는 삶으로 1학년 초의 삶으로 돌아갔습니다.

    여전히 저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1도 없었습니다.

    저는 졸지에 학과에서 나이는 가장 많은 축에 속하면서도(저말고도 몇몇 삼수생이 있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1도 하지않는 무개념 대학생이 된채로 시간을 보내고 2학년 여름방학을 맞이했습니다.

    저는 아주 좋은 학교는 아니지만 그래도 인서울이라고 몇몇 과외자리를 맡게되었습니다. 할일도 없고 목표도 없는 대학생이 돈이나 벌자는 개념이었죠.

    사실 공대생임에도 불구하고 수학을 가르치지 않는 조건으로 과외자리를 수락했는데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러웠지만 사실 가르치는데 재주가 좀 있더라구요.

    영어와 언어를 가르쳤는데 몰라보게 성적이 올랐습니다. 덕분에 어머님이 저에게 수학까지도 부탁을 하시더라구요.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수학은 제가 자신이 없고 못한다고..

    하지만 제가 가르치는 애가 성적이 좋지 못한 애였고 제가 다니는 학교만 가도 자기는 선생님께 넙죽 절을 드리고 싶을 정도니까 부탁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가르치는 능력만 보고 부탁드린다는 말씀과 페이도 올려주신다는 말씀에 넙죽 수락했습니다. 한창 술먹느라 돈이 후달렸던 시기라.. 방법이 없었습니다.

    진짜 사람이란 존재는 무섭고 신기합니다.

    수학을 못하고 물리에 익숙하지 않은 주제에 기계공학과에 온탓일까요? 기계공학과에서 필수적인 공업수학과 물리 및 여러 역학과목을 수강한 탓일까요.

    수학이 너무 쉬워졌습니다. 정말 이상할 정도로 쉬웠고 물리 같은 경우는 갑자기 애들 장난으로 느껴질만큼 쉬워졌습니다. 분명히 고등학교 수학이라고는 손도 대지 않은 저인데 이렇게 쉬워도 말이 되나할정도로 머리속의 무언가 봉인이 해제된 느낌이었습니다.

    그 아이를 과외하면서 저 스스로도 전반적인 고등학교 수학에 대해서 복습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뭔가 정말 삼수할때까지는 꽝꽝 언 얼음밑 호수에서 숨쉬는 물고기같은 느낌이었다면 이 때는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너무 만만했습니다.

    그리고 슬며시 마음 한켠에 철통처럼 쌓아둔 욕망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수능을 다시보고싶다.."

    도무지 어머니 아버지께는 말씀드릴 처지가 못되었고 저는 모아둔 용돈으로 근처 재수학원의 모의고사를 신청했습니다.

    영어와 언어는 과외를 하면서 계속 복습했고 수학도 과외를 준비하면서 철저하게 복습할 기회가 있었기때문에 질러본 결과였습니다. 자연과학에서는 원래 신청하던 생물화학이 아닌 물리, 화학을 신청했습니다. 대학물리와 역학들을 공부하고 화학은 대학화학으로 복습했으니 당연한 선택이었죠.

    결과는 수학이 무려 1등급을 아깝게 놓친 2등급이었습니다. 나머지 과목들도 그럭저럭 성적을 거두었지만 한달이면 일등급으로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사실 수학 실력이 얼마나 올랐나 궁금했기에 모의고사를 신청하고는 수학만 지겹게 팠습니다.

    놀라운 결과에 저는 아무도 모르게 미친짓을 합니다.

    그 해 수능을 신청하는 거였습니다.

    수학의 묘를 일깨워준 과외를 죄송하지만 그만두고 2학기 학점을 10학점만 신청한채 저는 수능준비에 돌입했습니다. 모든 것은 비밀이었고 만약 실패하게 되면 전공을 하나도 신청하지 않은 탓에 3학년 2학기때 전공만으로도 20학점이 넘는 공부를 해야하는 미친 스케쥴로 보상해야했지만...

    욕심이 났습니다. 자신도 있었구요. 다만 부모님께 말하면 의절할 것 같아서 말을 안했습니다.

    어차피 1학년때 패밀리들은 각기 제 갈길을 가느라 해체된 상태였고 저는 집 도서관 학교만을 오고가며 공부했습니다. 대학교 도서관에서 수능공부를 하는 미친 짓을 반복했습니다.

    은연중에 제가 반수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슬슬 들리더군요.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고 그냥 치열하게 공부했습니다.  

    수능날에 당연히 강의를 째버린채 수능 고사장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도시락 싸줄 사람도 없어서 파리바게트에서 샌드위치 하나 사들고 점심으로 떼웠습니다.

    3수하는 동안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매우 잘봤다'라는 느낌이 든 채로 저는 집에 돌아왔고 채점을 시작했습니다.

    수학은 2등급.

    안되는 놈은 안되더군요. 하지만 다행히도 다른 과목들은 죄다 1등급

    이제 저에게 남은 것은 원서영역이었습니다. 어느 배치표를 들이대도 최소 지방대 의대는 너끈했습니다. 치대와 의대를 고민했지만 아무래도 인원이 적어서 변수가 발생하면 감당할 수 없는 치대대신에 세군대다 의대로 지원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별다른 변수 없이 의대에 합격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께 알려드렸을때 정말 장난치는줄 아시다가 등록금 고지서를 보니 같이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의대에 간다는 얘기를 들은 동기들은 모두 벙찌더군요. 삼수나해서 우리학교 들어온 형오빠가 갑자기 의대라니...

    다소 질시어린 시선도 많았습니다. 의대를 합격했다는 기쁨에 그려러니 넘기며 수많은 축하와 질투를 받으며 학교에 자퇴서를 냈습니다.

    그 동안에 친동생 같은 그녀석은 편입 준비에 실패했습니다. 2학년까지 마쳐놓은 학점도 좋지 못했고 자신있던 영어도 상상을 초월하는 편입영어와는 격이 달랐기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의 실패와 저의 얄팍한 성공은 우리 사이에 어떠한 장애도 되지 못했습니다.

    이녀석은 애초에 의치한 계열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죠. 제가 의대진학을 위해 지방으로 가고 이 녀석은 편입을 재도전 하기보다는 유학을 생각했습니다.

    의예과 시절이라고 해도 워낙 빡센 군기와 적응에 힘겨운 탓에 이 녀석과는 문자나 주고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본과에 진학하고 이 녀석은 결국 유학에도 실패하고 학교를 졸업한채 취직을 합니다.

    이 후에는 이 녀석도 저도 워낙 바빠서 방학때나 가끔볼뿐 연락조차 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볼때마다 이 녀석은 분명히 그래도 대기업이라 적지 않은 돈을 벌면서도 학생인 저에게 모든 비용을 내기를 은근히 바랬습니다.

    돈을 안벌던 학생때보다 돈을 버는 사회인일때가 오히려 내가 버는 돈이라 더 아까운건지..

    나이가 먹어가면서 동네 햄버거나 먹던 우리는 질좋은 고기가 나오는 고기집이나 횟집들을 다니며 밥을 먹었는데도 이 녀석은 단한번도 사지 않았습니다.

    해도 좀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밥 좀 사라고 구박했더니 1만원짜리 정식집에 데려가는게 이 녀석이 베풀수 있는 호의의 전부였습니다.

    다소 기분이 상했지만 몇년간 쌓아온 정이 있어 그러려니 하면서 지냈습니다.

    다만 이 녀석을 만날때마다 꽤나 지출이 크게 생기고 의사가 아니고 의대생인지라 돈이 수중에 없고 용돈을 받아 쓰는 탓에 이 녀석이 만나자고 해도 오히려 제가 핑계를 대며 거절하기 일 수 였습니다.


    이러다보니 관계가 점차 서먹해지더군요. 이 녀석은 자신의 문제는 모른채 "형 의대가더니 확실히 우리 사이가 멀어졌네"라는 식의 얘기를 하면서 서먹해지는 관계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해왔습니다.

    정이 무서워서 인지 아니면 좋았던 인간관계의 아쉬움탓이었던지 저는 그럴때마다 그게 아니라며 이 녀석과의 만남을 주도하고 무리해서 서울까지가며 얼굴도 보며 지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저는 6년의 과정을 마쳐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장수생이 많은 의대에서도 나이가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학교를 마치자마자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동안에 학교에서 좋은 여자친구를 만나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면서 결혼까지 하게되었습니다. 요즘 추세에 비해선 다소 어린나이였지만 이때가 아니며 결혼을 엄두도 못낼만큼 바빠질 것이기 때문에 인턴을 하면서 힘든 여자친구 대신 모든 준비를 하면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문제는 그 때였습니다.

    사실 이 녀석이 아주 일찍 결혼한 전적대의 동기들 결혼식에 가서도 축의금 가지고 온갖 진상짓을 하는걸 익히 알고 있었고 관계가 점차 서먹해졌기 때문에 연락을 할까 망설이다가 이 녀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하더군요.

    저에게 매우 서운하다며 무조건 갈꺼라고 너무 축하한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저에게 다른 친구들은 누구를 불렀냐고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전적대의 친구들은 얘를 제외하곤 한두명밖에 연락이 안되었기 때문에 거의 못불렀습니다. 저는 얘한테 무리해서 올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저보고 다른애들을 불러주며 얘네들한테도 연락하면 자기가 같이가도록 설득하겠다고 하더군요. 스몰웨딩으로 치렀기 때문에 사실 하객이 많이 올필요도 없었고 스몰웨딩인만큼 좀 비싼 곳에서 하다보니 인당 식대도 꽤나 비싼 곳이었습니다. 지속적으로 자기는 무조건 갈꺼고 제발 좀 불러달라는 얘기에 마지못해 연락을 했습니다.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실수였습니다.

    결혼식은 잘 치렀습니다.

    이후가 문제였습니다. 보고싶지 않지만 어쩔수 없기 보게되는 축의금 명단..

    걔를 포함해서 세명의 전적대 친구들을 더 불렀습니다. 당연히 저와 친하지 않은 애들을 불렀으니 큰 기대는 안했습니다. 그래도 다들 어느정도는 냈더라구요. 사실 친하지도 않은데 와준것만으로도 고맙고 그정도 내준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문제는 그 녀석이었습니다.

    분명히 있어야하는 축의금 명단에 그녀석 이름이 없었습니다. 오지말라고 해도 자기가 우겨서 온 그녀석이 말입니다.

    저는 황당해서 연락을 했습니다. 

    그 녀석의 변명입니다.

    "형 내가 좀 늦어서 사실 다른 애들이랑 같이 모아서 형에게 따로 줄려고 했는데 애들이 내버려서 못냈어. 나중에 줄께"

    얼척없는 변명에 할말을 잃어서 알았다고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연락이 오더군요. 제가 공보의로 근무하고 있는 지역에 출장을 나오게 되었다고해서 형얼굴한번 보고 싶다더군요.

    낮에 보자던 약속은 밤으로 미뤄지고 점점 시간이 지나더니 9시 즈음해서 도착했다고 연락이 오더군요.

    뭔가 느낌이 싸했습니다.

    자기가 뭐라도 사올려고했는 가게들이 죄다 문 닫아서 아무것도 못사왔다면서 제가 결국 치킨을 시키게 만들더군요.

    그러더니 자고가겠다고 하는겁니다.

    바로 눈치챘습니다. '이게 목적이구나.'

    출장비를 최소한 20만원은 받았을텐데 이 녀석은 그걸 아끼고 밥이랑 숙소까지 해결할려고 하는 속셈이었습니다.

    일단은 재우고 다음날 저녁에 거하게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이 녀석은 온갖 핑계를 대며 자기는 밥시간을 미루더니 저보고 혼자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파인트 한통 사들고 와서 먹자고 합니다.

    다소 화가났습니다. 최소 10만원 이상 들어가는 숙박비와 식대를 만원도 안하는 아이스크림 하나도 퉁칠려는 계획..

    열받아서 축의금은 가져왔냐고했죠.

    그러니 그 녀석은 "지금은 현금이 없다고 형에게 계좌이체는 너무 정없다며 나중에 현금으로 줄께"라는 변명과 함께 역시나 안주더군요.

    저도 너무 화가나서 한 마디 했습니다.

    "진짜 너무 한거 아니냐고. 너부르고 니가 원하는 친구들 불러서 나는 결혼식에서 손해본것만 30~40만원이다. 결혼식을 돈 벌려고 하는건 아니지만 너는 매번 니차 바꾸고 좋은 옷 입고 저축하는 얘기는 줄창해대면서 축의금 낼 돈도 없냐"고 말이죠.

    그러더니 자기가 지금이라도 나가서 돈을 뽑아서 준다고 하더군요. 됐다고 했습니다.

    옆구리 찔러서 절받긴 싫다고. 그냥 오늘 자고 내일 아침에 가라고 했습니다.

    어지간하면 그런 말 듣고 24시간 ATM에 가서라도 돈뽑아서 줄텐데 이 녀석은 줄창 미안하다고만 하고 결국 그냥 자더군요.

    연을 끊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습니다.

    아침에 이 녀석을 보내고 카톡도 지웠습니다.


    그러던중 사실 어울리지도 않아 별 상관도 없는 전적대의 다른 친구들한테서 연락이 오더군요.

    'OO형 의대가서 의사되더니 사람 완전히 변했다고. 진짜 치시해졌고 의사되더니 사람 완전 전적대 친구들은 무시한다고..'

    저랑 전적대에서 큰 교류가 있는 사람들은 이 녀석포함해서 다른 동생 한명밖에 없는데

    이 동생은 미국에 유학갔으니 그런 소문 퍼뜨릴 시간도 없었을 겁니다.

    결국 이 녀석이었던 거죠.

    너무 화가나서 연락했습니다.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가며 속에 있는 울분을 떠뜨렸습니다.

    그저 미안하다고 하더니 예전의 형과 너무 달라서 그랬다는 군요.

    무조건 잘 사주고 돈 안써도 뭐라 안하던 그 때의 형과 달리 돈에 너무 집착하는것 같아서 그랬다며 미안하답니다.


    할말을 잃었습니다. 애초에 돈을 안쓸때부터 얘기하지 않았던 저의 아둔함이 이토록 큰 화를 불렀다는 생각에 허탈해지더군요.

    그냥 너와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라며 끊었습니다.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이렇게 정말 허무하게도 10년동안 앓아온 친동생처럼 아껴왔던 친구를 저는 잃었습니다.

    그냥 푸념한번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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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9/07 19:24:39  211.48.***.42  로즈핑크  746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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