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산업화 경험 탓에 경제위기 후 더 큰 상실감 느껴"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한국 젊은이들에게 한국은 생지옥이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최고 대학에 들어간 뒤 알짜 직업을 꿰차는 이들과 흙수저를 물고 나와 남는 게 없는 저임 장시간 노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특별한 나라 이름까지 있는데 그건 바로 '헬조선'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1일(현지시간) 서울발 기사를 통해 상세히 소개한 한국 '헬조선' 현상의 일부다.
WP는 이날 '한국 청년들은 자신의 나라를 '지옥'이라 부르고 탈출구를 찾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헬조선'이 유교적 계급질서가 사회를 단단히 틀어쥐고 누가 앞서갈지는 봉건제도로 결정되는 조선 왕조를 떠올리게 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된 노동, 저소득,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애환을 이런 말이 나온 원인으로 지목했다.
WP는 특히 과거 부모세대가 누렸던 고성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청년층에서 헬조선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부모세대는 1960, 1970년대 놀라운 경제성장과 1980년대 민주화를 경험했으나 급격한 사회발전기 후에 태어난 이들은 부정적인 면만 봤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WP는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일자리, 가정, 희망을 잃었지만 한국에서는 특히 의기양양한 산업화의 경험과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이러한 상실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고 분석했다.
작년 2.6%로 둔화한 경제성장, 그와 궤를 함께하는 비정규직의 양산, 대기업 사원들마저도 옥죄는 조기퇴직 위협 등도 헬조선 신드롬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소개됐다.
WP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한국 청년들이 소셜미디어와 웹사이트 등에서 미군 입대, 미국 시민권 획득, 미국과 캐나다로 이주하려면 필요하다고 알려진 용접기술 배우기 등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한국을 탈출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프라인에서는 장강명 작가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손아람 작가가 신문에 기고한 '망국선언문'이 널리 전파됐다는 사실도 조명했다.
WP는 한국 청년들을 더 좌절시키는 것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부모들이라는 한 30대의 불만을 인용하며 기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