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중후반의 남성입니다. 개인 사업을 하고 있으며, 벌이는 충분하지는 않으나
먹고사는 어려움은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 집안도 특별한 곳은 아니며, 여기 등장하는 다른 인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여러분은 성소수자 분들의 가정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계신가요?
아빠가 둘이라거나 엄마가 둘, 이런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
혹시 현재 이런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하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아이가 자라 자신의 가정이 남들과는 약간 다르다는 것에 대해 물을 때,
어떤 대답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그리고 만약, 부모가 셋이라면 크게 다른 상황이 펼쳐질까요?
------------------------------------------------------------
네, 저희는 셋이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내용 전달의 편의를 위해 저를 제외한 등장인물을 A와 B라고 적겠습니다.
제가 처음 연애를 시작한 것이 4년 전, 저의 작은 사업장이 막 자리를 잡을 무렵이었습니다.
A와 제 나이 차는 4살. 나름대로 일을 즐기는 A와 저는 맞는 부분이 많아
요란하진 않지만 조용히 연애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시간이 흘러 1년 후, 저희 둘은 같이 살기로 합의를 하고
자취방을 합치기로 했습니다. 물론 모든 조건은 반반으로요.
A의 수입이 저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같이 살게된 이후 친해진 B는,
A의 여동생이었습니다.
둘의 나이 차이나 B의 직업은 적지 않겠습니다.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요..
물론 그 전에도 B의 존재는 알고있었지만 따로 밥 한번 먹은 일이 없었습니다.
A와 제가 같이 살게 된 이후 B는 A의 집에 놀러가던 대로 저희집에 오게 되었고,
A와 저는 방까지 같이 쓰지는 않았기 때문에 서로 불편할 일은 없었습니다. 한동안은.
여기서 중간과정을 조금 건너뛰면, 1년이 더 지난 어느날 B가 A에게 황당한 소리를 합니다.
(이 대화내용은 나중에 전해들은 이야기 입니다)
그 내용인즉슨, B가 저를 좋아하게 되었고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답니다.
A는 그 대화를 제가 B와 바람을 피웠다고 받아들이게 되고, 폭풍이 두 번 몰아쳤습니다.
그 당시 제가 B에게 가지고 있던 감정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느 정도는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감정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마음이나 행동은 해본 적 없습니다.
마음속에 잡초가 자라더라도 물을 주지 않으면 그만인 거니까요.
아무튼 첫 번째 폭풍이 지나친 이후로, B의 행동은 조금 적극적이 되었고,
A와 제가 자고있는 침대로 비집고 들어와 잠을 자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불어친 두 번째 폭풍.
이번엔 그 중심에 B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번의 폭풍을 지나고, 저희는 셋이 지내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연애, 감정, 금전 등 모든 면에서요.
그 이후로는 B가 짐을 싸서 들어오고, 딱히 집을 옮기진 않았습니다.
사실 저희 셋이 돈을 모아봐야 더 큰 집은 무리라고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게 2년이 지났고, 사실 꽤 행복했습니다.
저는 많은 연애를 해본 사람은 아니라서, 원래 연애라는게 이런것인가 싶기도 할 정도로요.
셋이 같이 영화를 보러 가고, 여행도 가고, 저녁엔 맥주도 마시고.
A와 B의 부모님은 오히려 B를 저희들에게 맡긴 양 안심을 하시는 눈치더군요.
물론 꼭 셋이 같이 노는 건 아니고, 시간이 안맞으면 둘이 놀기도 했습니다.
잠잘 때도 침대에서 둘이 자기도 하고, 거실에서 셋이 자기도 하고요.
물론 여러가지 판타지가 생기기도 했었지만, 현실에선 그냥 현실 문제일 뿐이더군요.
이런말까지 하면 저 스스로도 우습지만 셋이 모으는 돈은 둘이 모으는 돈보다 많습니다.
아, 물론 돈관리는 각자 합니다.
생활비, 데이트 비용은 통장을 따로 만들어 한달에 모두가 같은 금액을 적립해 용돈처럼 쓰고요.
그렇게 지내다 이번 달, 집을 옮겨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A가 임신했기 때문이지요.
셋이서 하는 연애는 좋은 점보다는 신경써야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로를 친구에게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에 대한 것.
A는 원래 저와 연애중이었다지만 B는 그렇지 않은데, 저를 어떻게 소개하느냐와 더불어
남자친구가 있다고 해야하느냐 없다고 해야하느냐 이런 디테일 까지도요.
그러다 보니 SNS에 사진은 거의 올리지 않게 되더군요.
하지만 아이는, 앞의 것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전부 작아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A의 임신 후에도, 저희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B를 뭐라고 부르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그 문제는 단지 아이의 문제만이 아닌, 양쪽 부모님들이나 친구들과도 닿아있는 것입니다.
저희 셋 뿐이면 그냥 조용히 지내면 되는 문제도, 아이가 연관되면 아주 달라집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혼란을 겪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생각하시는 바로 그 단어,
제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지만 그 단어들이 아이에게, 또 저희에게 낙인처럼 따라붙을까 걱정입니다.
근친상간, 일부다처제, ㅈㅁㄷㅂ같은 단어들이요..
물론 저희가 모두 성인이고, 연애는 자유라지만 이런 관계가 다른사람들에게도
용납 가능하다고는 아직 믿고있지 않습니다.
남남커플, 혹은 여여커플과 같은 동성 부부와 저희는 많이 다른걸까요?
임신 사실을 알게 된지 이제 몇 주 지나지 않아 A와 B에겐 아직 이 걱정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둘 다 오유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 이 글을 읽을 가능성도 낮다고 보고요.
아이 걱정으로 잠 못드는 밤이었네요.
글을 썼다 지웠다를 수도 없이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아침이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