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도에 결혼하고 자녀 두 명이 있습니다
4살 1살이구요
아내는 3남매 중 맏이이고 모범적인 딸로 자랐습니다
보수적인 성격의 부모님 밑에서 옛날 분들이 원하던 맏이의 모습을 강요받으며 자랐습니다
매사에 준비가 철저하고 꼼꼼합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일을 자신의 힘으로 완벽하게 처리해왔기 때문에
타인에게 싫은 소리나 지적을 듣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스타일입니다
본인은 이만큼 준비해왔고 또는 본인도 알고 있는 문제인데 상대방이 지적을 하면 못참아합니다
게다가 농담을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농담으로 한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화가 나는 타입입니다
문제는 저희 어머니인데 농담도 좋아하시는 편이고 장난도 좋아하십니다
일단 저희는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 결혼을 했습니다
장인 장모님도 더 좋은 신랑감도 있는데 딸이 사랑하니까 반대는 하지 않으셨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첫째 둘째 모두 모유수유를 하고 있고 다니던 직장을 당연히 그만두고 현재 주부입니다
첫째 때는 본인이 건강해서 출산 후 둘째 낳을때까지 몸이 힘들진 않았는데
문제는 둘째 출산부터입니다
그 동안 어머니께서 일을 하시다 고관절이 부러지는 중부상을 당하셨고 현재는 일을 그만두시고 요양보호사일을 하시는 상태고
체중감량을 많이 하셔서 항상 저를 포함한 아내나 주변분들에게 살을 빼라는 소리를 자주 하시는건데
문제는 아내가 둘째 출산 후 당연히 몸이 어느정도 불었어요
원래 통통한 체형인데다 쉽게 살이 찌고 빠지는 타입인데 둘째 출산 후 허리디스크가 생겨
얼마전까지 도수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았고
첫째 출산 후 아팠던 손목이 더 심해져서 병원에 다녀야 할 상황입니다
둘째 백일 때 가족끼리 모여서 식사를 하는데
어머니께서 아내한테 살빼라는 말씀을 하셨고 아내가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며 본인 책상에
'시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살을 빼자'라는 문구를 적어놓았더군요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뭐라하진 않고 응원해줬습니다
백일 식사 후 두 달이 지난 시점인데 아직도 응어리가 남은것 같았는데
저번주에 터졌습니다
아내를 위로하다가 저도 짜증이 나서 다음날 아침 사과를 하는 아내 손을 제가 뿌리치고 다시 자러 들어갔고
아내가 첫째 어린이집 등원시키고 들어와서 펑펑 울더니 친구랑 통화를 하면서 풀리는걸 잠결에 들었습니다
일어나 출근하기 전에 수리 맡겼던 스쿠터를 찾으러 갔는데 그 전에 화해하다가 더 싸우게 됐고
바이크 찾으러 간 사이에 아내가 저에게 전화를 했는데 저는 받지 못했어요
아내는 제가 일부러 받지 않는다고 오해를 하고
자해를 했습니다..
그 전부터 자존감이 엄청 높았던 아내인데 결혼 후 시어머니와 성격이 맞지 않고 거리가 멀어 풀 기회가 적다보니
응어리 진 게 많았습니다
아무튼 자책을 하는 경우가 심해졌고 그러면 자책을 하면서 자기 얼굴이나 머리를 때리는 경우가 있었어요
전 당연히 놀랐고 뜯어 말렸었는데
이번에는 정도가 심해서 양쪽 눈두덩이에 멍이 들 정도로 많이 세게 때린것 같았습니다
전 바로 직장에 연락을 해 결근을 하고 같이 대화로 푼 후 신경정신과에 가서 진단을 받았습니다
결과는 우울증인것 같은데 정도가 심한 편입니다 설문지 대부분 심한 정도에 체크가 돼있더군요
아내가 작성한건데 대부분 슬프다 살기 싫다 힘들다 뭐 이런 항목에 체크가 돼있었어요
약을 바로 처방하지 못하고 500여 항목이 적힌 설문지를 받고 작성했구요
내일 다시 방문할건데 아마 약물 치료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번주부터 둘째 이유식을 시작할거라 분유 먹여도 될 것 같습니다
일주일동안 처가 가족들이 위로도 많이 해주시고 저랑 대화도 더 자주 하고
처가에서 첫째도 일주일 동안 봐주시기로 해서 아내 기분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토요일에 산책하면서 아내와 대화를 많이 했는데 아내의 불만은
1.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자녀 둘을 낳았고
2. 생활비 절약을 위해 둘 다 모유수유를 하고 알뜰살뜰 살림 잘 하는데
시어머니께서 자신의 노력에 칭찬을 하시진 않고 살을 빼라는 둥 잔소리와 상처 받을 만한 말씀을 하신다는 겁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3형제를 키우셔서 딸이 없어요
그래서 딸 있는 어머니와는 달리 아내를 포함한 며느리들에게 따뜻한 말을 거의 못하십니다
저와 통화할때와 아내와 통화할때는 칭찬도 많이 하시고 하시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밥을 같이 먹어도 하시던대로 저에게 맛있는 반찬 얹어주시고 아내에게는 거의 주지 않으셔요
이건 아내를 싫어하셔서가 아니라 그냥 습관인겁니다
근데 문제는 처가에서 장모님께서 저를 더 챙겨주신다는 겁니다
이 문제로 아내 정말 힘들어했었습니다
울기도 많이 울고 자시는 양가에 가면 찬밥이고 저는 왕이고..
하지만 처가 부모님들과는 가깝게 살고 풀 기회가 많지만
저희 어머니는 시어머니시기 때문에 서운하다는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죠
그래서 아내는 마음의 상처를 풀 기회가 적었고 쌓이다 이번에 크게 터진거죠
아내가 저에게 원하는건
1. 이미 지나간 일은 다시 곱씹으면서 괴롭지 않게 노력할테니 다시 상처받을만한 말씀을 하시면
제가 단호하게 그런 말씀 하시지 말라고 말씀드리는것
2. 자기가 지금 힘든건 어머니 때문이라는걸 분명히 말씀드려 달라는 것
이 2가지입니다
저는 그동안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나름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의사 선생님게서는 아내편을 들라고 하시더군요 어머니께서는 힘들고 서운하실수도 있지만
그게 방법이라고요
당연히 저는 아내의 요구를 들을 생각입니다만 한편으로는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게 착한아들 콤플렉스라고 하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구요
3형제 다 장가보내시고 고향에서 혼자 계시거든요
그리고 과거에 아내처럼 우울해 하신적도 있으셔서 염려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