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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l_171726
    작성자 : 반하게될거야
    추천 : 16
    조회수 : 1089
    IP : 115.93.***.250
    댓글 : 29개
    등록시간 : 2016/11/29 19:14:04
    http://todayhumor.com/?animal_171726 모바일
    애완동물은 돈있고 시간있어야 기르는거지 뭐..
     
     
     
     
     
    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보니, 직장 생활하면서 나 하나 간수하기도 벅찬 내 삶에 동물을 기른다는건 사치라 여겨졌죠,
     
    병원에도 주기적으로 데려가야하고, 사료며 용품이며 한두푼이 아닐텐데 내가 그걸 어떻게 감당하겠나 싶었어요.
     
    매일 챙겨줘야 하는 그 번거로움이며, 정리벽이 있는 내 성격에 날리는 털은 .... 어휴...
     
    외출 한번 마음놓고 못할텐데 끝까지 책임지지 못할거라면 애초에 기르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번번히 분양 기회를 거절해왔어요.
     
     
     
    사실...
     
    저런 여타의 핑계들 보다 큰 이유는,
     
    어떤 동물을 기르던 나와 평생 함께 할 순 없을 텐데, 그 빈자리가 어떤지 이미 겪어봐서 알기에 두려움이 컸어요.
     
    아끼는 물건 하나를 잃어버려도 며칠을 마음 쓰이는게 사람인데,
     
    하물며 십수년 같이 지낸 반려동물을 잃은 뒤의 그 상실감을 감당 할 자신이 없었어요.
     
     
     
     
     
    지금껏 길러본 동물은 병아리, 토끼, 강아지, 햄스터인데,
     
    9살때 학교앞에서 200원 주고 산 병아리는 매일같이 밥주고 물주고 닭장 청소해가며 애지중지 길러서 닭이 되니
     
    아빠 친구가 촌닭이라며 2만원이라는 거금에 사가서 삼계탕이 되버렸어요.
     
    상심한 나를 위로코져 언니가 친구네 토끼농장에서 데려온 손바닥만하던 아기 토끼들은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면 만지지 않곤 못베겼죠,
     
    손타면 죽는다던 언니의 당부에도, 소중히 조심스레 만지기만 하는건 괜찮을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런 내 손길을 버텨낼리 없는 아기토끼들은 시름시름 앓다가 어느날 집에 와보니 사라져 있었고
     
    엄마는 다시 농장에 데려다 주었다 말했지만,
     
    아마도 그 아이들이 간 곳은 엄마품이 아닐거란걸 어린 마음에도 알 수 있었기에, 많이 자책했던 기억이 나요.
     
     
    어린날 친구네집 마당에서 기르던 똥개가 새끼를 많이 낳아서 덥썩 데려왔던 흰둥이와 검둥이...
     
    태어날때부터 몸이 약했던 검둥이는 우리집 마당으로 온 지 한달만에 금새 죽었고, 흰둥이는 2년쯤 길렀던거 같아요.
     
    귀가 앞으로 접혀서 억울한 얼굴이 매력이던 우리 흰둥이가, 나만보면 환장한듯 좋아 어쩔줄 모르던 내 강아지가
     
    생전 눈길 한 번 안주던 아빠손에 노끈으로 묶인채 질질 끌려 운동 나가던날 어쩐지 기분이 너무 안좋더라니
     
    그 뒷날 저녁 우리집 마당에선 알 수 없는 전골 요리가 아빠와 앞집 뒷집 아저씨들의 배를 불렸더랬죠
     
     
     
    스무살이 넘어 독립해서 혼자 살다가, 어느날엔가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우연히 눈길이 머문곳에 햄스터가 보였어요.
     
    그날따라 유독 사이 좋아보이는 햄스터 한쌍에게 마음이 홀려서,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계속 생각이 났어요.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데려온 콩쥐와 팥쥐,
     
    사이좋던 햄스터 부부는 3년뒤 팥쥐가 죽고, 곧 얼마 안가서 콩쥐도 따라 가버렸죠,
     
    짧은 수명이란걸 알고 데려왔음에도 화단에 뭍어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다음날 목소리가 안나와서 일도 하루 쉬어야 했어요.
     
     
     
    두번 다시 내 생에 동물은 없을거라 다짐했어요. 나는 생명을 기를 자격이 없다 생각했죠.
     
     
     
     
     
     
    그치만 친구네집 고양이를 보기위해 왕복 100키로가 넘는 거리를 오가면서도 행복했어요,
     
    다들 제가 집에서 동물을 기르는줄 알 정도로 여전히 동물을 너무나 좋아하는건 변함이 없었죠.
     
     
    그래도 동물을 직접 기르진 못할거라 생각 했어요.
     
     
     
     
    근데 얼마전, 우체부이던 지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트럭에 탄 냥이가 앉아 있었데요,
     
    주변에 길러줄 사람도 없고 며칠째 주인을 찾아도 나타나질 않는데요,
     
    그 사람은 동물을 좋아하지 않고, 잠시 위탁해둔 집도 개 만 두마리라, 고양이가 먹을것이 없어서 개밥을 훔쳐먹고 있는데..
     
    아직 아기인데다 길냥이도 아닌 품종묘라 길에 버리면 죽을거 같은데 집에서 기를순 없어서 어째야 될지 모르겠다고
     
    그래도 다음날까지 주인을 못찾으면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겠데요, 위탁하는집에 페를 끼칠순 없다고...
     
     
     
     
    ...이상하게 사진 한장 안보고도 마음이 동했어요.
     
    개밥이 맞지 않는지 거의 이틀째 굶다시피 하고 있다는 말에 너무 불쌍해서 마음이 아팠어요..
     
     
    당장 퇴근하자마자 펫샵으로 달려가 사료와 모래, 간식과 장난감등 필요한걸 잔뜩사고
     
    제가 임시보호 하겠다고 하고 데려와 버렸어요...
     
    고양이를 기르는 친구 동생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데려와선 목욕도 시키고 발톱도 깎이고.
     
    새벽까지 아가가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괜찮도록 집을 치우고 정리를 했어요.
     
     
     
     
    이제 딱 일주일이 됐네요,
     
    이제 알것 같아요,
     
    시간은 나는게 아니라 없는것 쪼개서라도 내게 되는것이고, 내가 먹을것 입을거 하나 덜사고 덜먹더라도
     
    나 하나 오롯이 믿고 따르는 이 작은 동물에게 좋은것 먹이고 싶고, 아플새라 꺼질새라 마음이 하루에도 몇번씩 동해요,
     
     
    과거에 기르던 아이들과 내가 어떤 마음으로 지냈었는지, 어떻게 그랬었는지 잊고 있었는데
     
    이제야 새삼 생각이 확 나네요,
     
     
     
    언젠가 진짜 주인이 나타 난다면 보내야 할지도 모르지만...
     
    부디 아프지말고 이아이가 저랑 있는동안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_
     
     
     
     
    으.. 먼가 막 생각하다보니 감정이 막 일렁거려서 두서없이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끝으로 울애기 사진투척하고 얼른 보러 가봐야겠어요! ㅎㅎ
     
    다들 냥이 멍이들이랑 행복하시길!
     
     
     
    KakaoTalk_20161129_150432799.jpg
     
    요건 발견됐을때 사진!
     
    KakaoTalk_20161129_150434157.jpg
     
    요건 엊그제 같이 있다가...?;
     
    KakaoTalk_20161129_150433573.jpg
     
    요건 젤리가 너무 이뻐서... 핡.....
     
     
     
     
    종종 궁금한거 물어보러 올께요!! 긴글 봐주셔서 감사해요 :)
     



    반하게될거야의 꼬릿말입니다
    인생이라는 이름을 가진 내 긴 의자에는 

    잠시 잠깐 앉았다 가는사람들도 있고,

    오래 전부터 계속 앉아 있는 사람들도 있다.

    조금전에 와서 앉은 사람들도 있다.


    난 내 긴 의자가 꽉차서 

    보조의자가 필요할 정도로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많길 바란다.


    그리고,

    잠깐 앉았다 가는 사람들중에 네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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