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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7167
    작성자 : 사슴2마리
    추천 : 25
    조회수 : 6493
    IP : 121.180.***.226
    댓글 : 6개
    등록시간 : 2011/07/09 14:05:27
    http://todayhumor.com/?panic_17167 모바일
    - 최면몽[bgm]




    날도 끕끕한데

    살짝 소름돋아 보시라며 글을 올립니다.


    예전 글쓰기에 빠져있을때 쓴글입니다. 일부 실화가 가미된 펙션입니다

    시작.





    - 최면몽


    처음은 단순한 그녀의 불면증 치료때문 이었다.

    약간 예민한 성격을제외한 그녀는 지극히 정상적 이었고

    신경정신과라는 곳에 전혀 드나들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몇날 며칠을 넘어, 어떤 수면제조차 그녀를 약간의

    20분 30분간의 잠으로 밖에는 잠들지 못하게 했다.

    불면증은 한달이 넘게 지독히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는 몸도 마음도 몹시 괴로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다 선배의 소개로 A의 신경정신과를 찾게 되었다.


    이곳에서도 해결이 안된다면 굿이라도 벌일 생각이었으니

    어쩌면 과학적이고 이성적 접근에서는 마지노선같은 곳이었다.



    A의 신경정신과는 대도시의 완공된지 얼마되지 않은

    거대한 유리건물의 지하였다.

    그건물을 그녀와 함께 들어가며 난 "공중그네"의 이라부처럼

    뚱뚱하고 하얀 후덕한 인상을 상상했다.



    그것이 내가 아는 정신과에 대한 기억의 전부였으니까.



    지하로 내려간다. 흔한 엘레베이터조차 없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지하라는 곳의 눅눅함과 연두색 벽지와 노란색 조명이라는

    역설적인 심상을가진 계단이었다.





    예약을 하지 않고 와도 될정도로 한산한 곳이었다.

    하긴 정신과가 붐빈다면 그것도 이상할테지만 말이다.

    그녀와 함께 들어간 진료소엔 평범보다는 약간 괜찮은 편에 속하는

    약간의 미남자가 있었다. A였다.



    진료소의 A는 직접 커피를 내려왔다.

    A는 차트를 넘기며 곁눈질로 힐끔힐끔 이쪽을 바라본다.

    "순환기쪽도 뇌쪽도 신경계도 어떤 이상이 없네요."

    A가 입을 뗀다.

    맞는말이다. 그곳에 이상이 있었으면 이런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트라우마나, 과거의 기억이 어떤 계기를 통해 불면증이란

    이름으로 XX씨에게 자기자신을 말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환자분께서 동의하신다면 최면요법을 시행하고 싶습니다.

    무척 필요할것 같기도 하고요. 그 기억을 꺼내보여주시겠습니까?"



    물론 이 말 이전에도 구구절절하고 의례적인 신변잡기나 설문지등을 행했다.

    내가 알고있는한 그녀는 아버지가 어릴적 돌아가신것을 제외한

    어떠한 가정적 문제나 어떠한 정신적 요소는 없다.

    내가 아는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보아온 그녀였으니까. 소꿉친구이기도하고


    "네 하겠어요. 이 불면증이란것만 없어진다면요."

    세상이 썩었다. 최면이란것이 tv에서 연예인들이 하고 익숙해 졌다고 해도

    외간남자. 그것도 처음보는 남자앞에서 잠이 든다니.

    난 말리려고 했다.


    그 때 A가말했다.

    "최면을 준비하기전에 담배가 하나 피우고 싶군요.."

    그러며 나의 어깨를 잡아끈다. 따라나왔다.

    함께 담배를 피우며 A는 말했다.

    "당신은 배려심도 제법있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휴가를 쓰고서까지 이런 정신과에 따라오신걸 보니

    그녀를 제법 걱정하고 계시군요."


    말도안된다. 난 그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선배가 나에대해서 이야기를 했던가? 선배는 A를 소개만 했을뿐

    어떠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못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선배는 지금 나에게 소개만을 해주고는 훌쩍 떠나버렸으니까.


    A는 말을 이었다.

    "저는 사람을 살피고 그사람을 궁금해하는 사람입니다.

    걸음걸이, 눈동자, 손, 발의 위치 옷차림 그 어떤것도 저는 그것을

    하나의 신호로 봅니다.

    소매 끝단까지 다려진 셔츠, 그녀를 바라보는 눈동자

    이곳저곳을 뜯어보는듯한 눈, 꽉 쥐어진 주먹, 오므린 다리

    너무 정직해서하셔서 분석이고 뭐고도 없었죠.

    최면을 불신하시는것 같은데 옆에서 참관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이사람은 재수가 없다. 모두 알고 있다. 알몸을 보여준것만 같다.

    하지만 모두 맞는 말이라 반박할 여지조차 없다.

    저 재수없게 빙글빙글 웃는 얼굴에 무어라 말할것인가.

    난 담배를 비벼끄곤 알겠다 라고 짧게 말하며 그를 따라갔다.



    최면이 시작되었다.

    난 A의 질문, 그녀의 대답을 모두 들을것이다.

    핸드폰의 녹음스위치도 켜놓았다. 충분히 법정에서 증거물이 될것이다.


    최면은 순조로웠다.

    A의 최면의 든것을 확인하는 몇가지 질문에 이어

    바로 정직한 질문을 했다.

    "당신이 잠잘때 무엇을 그렇게 두려워 하나요?"

    그랬다. 그녀는 불면증이 아니었다.

    어떤 내과적 외과적 병이 없지 않은가.

    그녀는 잠자는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이었다. A라는 사람이 조금 더 싫어졌다.

    알몸으로 번화가 한복판에 던져진듯한.

    그리고 알몸의 나를 사람들이 구석구석 관찰하는듯한 기분.


    내가 이런 생각을 할동안 그녀는 대답했다.

    "녹색의 울창한 숲에 내가보여요.

    피를 흘리면서 죽어가는 동물이 한 마리

    그 동물을 죽인듯한 동물이 한마리

    그 옆에는 날 감시하는듯한 남자가 있어요. 새파란날이있는 칼을들었어요.

    칼은 아니에요. 익숙하지만 물건이에요. 너무 무서워요.

    더이상 볼 수 없어요. 너무 끔찍해요."

    그녀는 식은땀을 뻘뻘흘리며 무척이나 고통스러워했다.


    A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곤 말했다.

    "제가 셋을 세면 당신은 깨어납니다. 하나 둘 셋."

    그녀는 일어낫다. 눈물과 땀이 범벅이 되어 화장은 다 번져있었다.

    그녀는 화장이 번진것보다 알수없는 공포감이 채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A는 자리를 비켜주며 그녀가 추스릴 시간을 주었다.

    다시돌아온 A는 그녀에게 신경안정제를 처방해주고는

    3일후 다시 오셔주십사는 부탁을 하였다.

    그리곤 나에겐 그녀 몰래 쪽지와 명함을 건넸다.

    "오늘 저녁 뵙고싶습니다. 그녀의 상태가 심각해보입니다."




    저녁이 되었다. 8시. 언제나처럼 5분일찍 나왔다.

    약속장소는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찻집이었다.

    간단한 주류도 겸하는 찻집.


    A는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한다.

    "그녀의 상태가 심각해보입니다. 어떤 기억이 그녀가 잠드는걸 거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 기억을 꺼내려 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어떤 이야기든 터놓을만한 사람을 알고계십니까?

    그녀가 어렸을때를 같이보냈던 사람이면 더욱 좋습니다. 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A는 나를 떠보는거다. 나에게 이 일을 시키려고 나를 떠보는 거다.

    믿고 이야기를 터놓을만한 사람이라면 나뿐이다.

    분명 A는 알고있을것이다. 그리곤 아주 완곡하게 나에게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A는 홀짝 차를 한모금 마시곤 대답한다.

    "자각몽이라는것이 있습니다.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아는 꿈을 말하지요.

    꿈이라는것은 REM(rapid eye movement)수면 즉 안구가 움직일때 꾸게됩니다.

    XX씨에게 제가 최면을 걸고 당신에겐 인공적인 렘수면 상태에서의 최면을 제가 겁니다.

    그러면 당신은 꿈속에서 꿈이라는것을 자각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믿을만한사람인 당신이 그녀와 동시에 최면에 걸리면 그녀의 꿈을 공유하게 되는 겁니다.

    믿을만한 사람이라면 그 기억을 꺼내서 보내줄것이에요.

    그 기억은 지금 자신을 알아달라 말하고 있어요. 믿을만한 사람에게는요."


    목이마른지 물을 마신다. 이야기를 잇는다.

    "꿈과 꿈을 이여주는것. 그것은 과거의 기억을 공유한

    믿을만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에게 그녀는 최면상태에서 말을 합니다.

    물론 당신은 꿈을꾸고 있지만 최면을 걸어 그 기억을 잊지 않게 할것입니다.

    당신이 믿을만 하다면 그녀는 그 기억을 꺼낼것입니다.

    의사인 저에게 당신이 그녀의 기억속 세계를 보여주신다면 전 그세계를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A는 알고있었다. 믿을만한 사람이 나란것을.

    이 녀석의 앞에선 모든것이 까발려질것만 같다.

    "좋아요. 그녀의 치료를 위해서라면 돕겠습니다.

    그런데 묻고싶은게 있습니다. 그녀가 날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왜 생각한건가요."

    A는 마시던 물의 얼음을 씹어먹으며 답했다.

    "정신병원에 함께 오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협상은 성사됬다. 3일후가 되었다.

    그녀는 3일간 잠을 여전히 못 이루었다.

    하지만 최면에 걸린 시간만큼은 편히 잠들수 있으니

    이전과 같은 최면이란것을 설명하자 쉽게 수긍했다. 그녀는 지금 최면에 빠져있다.

    A는 나에게 설명을 했다.

    "수면중 당신이 말해야겠다 생각하고 라고 말하는것은 실제로 말하게 됩니다.

    꿈속에서 그녀를 만나면 지난번 저와 똑같이 물어보시면 됩니다..

    꿈에서 깨시고 그녀가 대답이 끝나고 난뒤에는 제가 깨워드리겠습니다."


    눈앞에 밝은 빛을내는 손전등을 들이대곤 내앞에서 좌우로 흔든다.

    일부로 규칙적인 안구운동을 하게 하는 것이리라. 그리고는 잠이 들 무렵 나에게 말한다.

    "당신은 이것이 꿈이라는것을 선명하게 인지합니다."


    지금은 꿈속이다. 꿈속이라는것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커다란 고속도로가 보인다. 커다란 차를 탄 사람부터 걸어가는사람끼지

    도로의 끝으로 달리고있다. 나는 어느 차안이다. 제법 큰 차의 실내.

    저 앞의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운전석안의 그는 그녀를 향해 가고있다.

    운전석의 그의 얼굴은 너무도 흐릿하다.어떤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간 달리니 고속도로의 끝이 보인다. 운전석의 남자는 나에게

    조그만 핸드백을 건넨다. 난 그것을 들고내린다. 일언반구의 말조차 않는다.

    그것을 가지고 내려야 할 것 같았다.



    고속도로가 끝나자 울퉁불퉁한 시멘트길이 보인다.

    난 그길을 따라 걷는다. 그녀는 저만치 보이고

    자전거의 뒤에 탄다.

    자전거를 모는 사람은 까까머리의 청년이다. 시멘트길이 끝난다.

    시멘트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흐드러진다.

    시멘트 사이사이의 왜인지 모르는 꽃조차 피해간다.

    앞에 달리는 사람들을 따라잡아야 겠다는 생각조차 없는 듯

    휘적휘적 그렇게 자전거는 시멘트 길의 끝으로 왔다.

    시멘트길의 끝에서 까까머리 청년은 나에게 백팩을 건넨다. 아마 책가방인듯 싶다.


    시멘트길 뒤에는 흙길이 나왔다.

    모두 걸어간다. 나도 흙길을 휘적휘적 걸어간다.

    어느 문 앞에 선다. 그녀가 들어갔으리라.

    문앞의 어느 소년이 조그만 비닐봉지를 들고있다.

    나에게 건넨다. 난 받아들고 그 문앞에서 말한다.



    "너가 그렇게 두려워하는건 뭐야?"



    문이 스르르 열린다.

    난 따라 들어간다. 그녀가 말한 녹색의 숲이다.

    숲의 저편으로 그녀와 그녀가 말한 어떤 남자가 보인다.

    숲길을 따라 걷는다. 잘 정돈된 숲길이 끝난뒤

    어떤 밭이나온다. 밭길의 초입에는 새하얀 털에

    시뻘건 피를 뭍힌 강아지가 뛰어온다. 그녀가 말했던 강아지인가보다

    그옆에는 예리하게 배가 갈린 토끼가 있다.

    절대 강아지따위가 낼수있는 상처가 아니다.

    예리하게 잘려있다.



    좀더 깊히 들어가본다.

    어느 남자가 보인다. 제법 나이차가 있어보인다.

    밭을 메고있다. 어릴적 그녀는 그남자 주위를 돌아다니며

    해맑게 뛰어논다. 그러다 그남자가 그녀에게 다가간다.

    손에는 무언가 퍼렇게 번쩍이는것이 들려있다.

    그녀는 그남자의 밑에 깔려 저항조차 못하고

    그렇게 당하고 있었다.


    그런일이 끝나고 그녀는 한쪽에서 울고있다.

    남자는 그녀를 놔두고는 돌아선다.

    그리고 그녀는 남자가 들고있던 새파란. 날카로운것으로 남자를 찔렀다.

    남자의 등뒤에서 피가터진다


    나를 본다. 그녀도 남자도 나를본다

    그녀는 새파랗고 새빨간 것을 들고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그녀에게 들고있던 가방 3개를 건네야한다.

    건넬수 없었덨다. 아니 건네려 했다.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셋을 세면 잠에서 깨어납니다. 하나. 둘 셋"


    목소리가 들려올때 난 그 가방안의 것을 모두 열어보았다.

    잠에서 깨었다.





    일어나자 그녀는 울고있고 A는 나를 보고있다.

    A는 나와 그녀를 돌려보내고 난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그날저녁 A를 다시 만났다.

    내가 본 것에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A는 말한다.


    "XX씨는 어렸을적 성적학대를 받았습니다. 경황상 친부나 친한 오빠인것 같네요

    그 기억이 어떡 계기로 깨어났고

    기억이 맞다면 어렸을적 XX씨의 고향은 농촌이었을 겁니다.

    고속도로 시멘트길 흙길을 따라걸으며 점점 XX씨에게 당신은 가까워졌습니다.

    가방3개는 그녀가 가졌던 3가지이었던것 같습니다.

    다시금 남자를 만날수 있게해준 3가지라고 할까요. 그게 아마 없어진것 같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된것 같고요.

    흰강아지와 토끼는 그일을 어떤 약한사람에게 덮어씌었다

    정도로 해석이 되네요. 저의 소견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녀는 다시 잠을 이룰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말못할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알렸고.

    알린사람을 그녀를 위해 그녀의 소중한 추억속 물건을 가져왔으니까요.

    그리고 그녀는 어릴적 기억을 완전히 지웠어요. 무의식중에 반발적으로 튀어나온것 같군요"


    섬뜩하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건 그녀도 기억못하는 일이다.

    난 A의 손안에 놀아나는 듯하다. 그녀도 기억을 못하고

    나만 기억하는 일인데. A의 입을 틀어막고싶다.


    "혹시 그녀가 살인한것을 대신 덮어쓴 사람이 당신입니까?"

    난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불면증은 A의 심리분석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후 그녀는 나의 아내가 되었다.

    10살이 넘는 나이차가 있었지만 어릴때부터 아껴주고 힘들때 함께해줌에 감사함을 느꼇으리라.





    A씨 당신이 틀린게 하나있어.

    그녀의 친부는 어릴적 병으로 죽었어.

    그 죄를 뒤집어쓴건 내가아니라고.

    가방속 3개의 물건도 익숙한 물건이었어.





    고마워

    그녀도 그때의 기억은 모두 잊었어

    의식상이든 무의식상이든




    등의 상처가 가끔 아파.

    상처는 나았지만 아프다고.



    이것도 신경성이겠지 헛똑똑이 의사양반?



    -fin



    지독히도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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