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가 2003년도 당시 군대에 있을때 있었던 일입니다.
평소에는 사단에 있다가 1년에 한번씩 6개월정도 해안방어교대를 합니다
해안방어교대라는것은 사단안에 있는 3개대대가 6개월씩 나눠서
포항부터 경주까지 해안지역의 초소근무를 맡는겁니다.
이럴경우 대대단위의 인원이 조각조각 찢어져서 평소에는 소초에서
생활하면서 각각의 초소에 24시간 교대근무를 서는것입니다.
주로 소대단위로 찢어져서 소초에서 생활하고 평소에 사단에 있을때는
매달 몇개씩 크고작은 훈련을 하기때문에 소초생활에서는 훈련이 거의 없어서 꿀빤다고들하지요..
사실 그렇기도 합니다. 소초가 민간인 밀집지역에 가깝기도하고
PX같은건 없기때문에 민간인 슈퍼도 자주 이용하고 거의 그런경우는 없지만 PC방도 가기도 하고 횟집에서
회를 주문해서 먹기도 하기때문에 정말 편하죠...
지금은 그렇게 자주 훈련도 뛰고 비맞으면서 산속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고생했던 기억이 지금은 너무나도 그리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할수만있다면 다시 훈련뛰고 싶네요..K201들고 산속에서 날라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네요..
아무튼..이제부터 공포의 47소초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47소초는 우리 사단에서 맡았던 해안방어지역중에 가장 남쪽에 위치한 소초입니다.
가장 끝자락에 붙어 있던 터라 중본이나 GP의 간섭이 적었고
불시감사를 오더라도 가장 끝자락에 있는데다 미리 다른 소초에서 연락이 오기때문에
정말 널널하고 편한 곳이었고 서로 가장 친하던 소초인원들이 모여있었고 분위기도 정말 좋았습니다.
다만 공포의 47소초로 불리우는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당시 제가 일병이었고 선임근무자가 상병이었는데 선임근무자는
제가 비록 나이가 더 많았지만 군생활 선배로써 정말 존경하던 선임이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군생활하던 사람이었고 자부심이 있었던사람입니다.
이사람과 근무를 설때는 단 한번도 허투로 근무를 선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취약시기때 한창 근무를 서면서 전방주시하고 경계근무를
서면서 말뚝근무였기때문에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나름 심심하지는 않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제 앞쪽은 바다고 아래는 절벽, 왼쪽은 잡초길이었는데 선임근무자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가
제가 갑자기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숲길쪽에서 인기척이라고는 말하기는 힘들고 시선? 무언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너무나도 조용했고 파도소리말고는 선임말소리뿐이었지만 무엇인가 소리가 아닌
아무리 무신경한 인간도 느낄수 있을만큼 엄청난 시선과 오싹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저는 순간 선임의 말을 끊었습니다. 군기가 빡셔서 감시 선임의 말을 중간에서 끊어먹었다간
죽을일이었지만 선임도 아까부터 뭔가 느끼고 있었다고 저와 같이 말을 끊고 왼쪽 잡초길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취약시기라고는 하지만 어둠에 익숙해져있었기때문에 잘보였습니다.
눈을 찡그리고 자세히 봤지만 잡초길 끝자락에 뭔가 흐릿한 검은 그림자가있었는데
사람의 형체도 아니었고 알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글 쓰겠습니다'하고 선임근무자한테 보고를 하고 가글을 썼습니다.
(취약시기(달빛이 초승달이거나 거의 없어 많이 어두워서 사방이 거의 안보일때)때
사용하는 장비가 있는데 영어로는 NIGHT VISION인데 고글을 가글로 불러
약간 차이를 둬서 알기쉽게 만든말입니다. 한마디로 야간투시경이죠.)
그런데 가글을 쓰고 보니 잡초길 끝자락에 웬꼬마애가 서있는겁니다.
이 꼬마애가 제가 가글을 쓰고 보는걸 본것인지 갑자기 후다닥 뛰어오는겁니다.
꼬마애의 형체가 옷입은 형태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눈은 흰자위도 없이
그냥 '검은구멍'같은 느낌인데 그곳에서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것만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저는 놀래서 가글을 벗었는데 전방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선임도 "아무것도 없는데 왜 갑자기 가글을 쓰더니 놀래냐" 이러는겁니다.
제가 다시 가글을 써보니 벌써 꼬마애가 중간쯤 와있는겁니다.
저는 너무 놀래서 선임보고 가글을 써보십쇼 라고 했더니 선임도 가글을 써서보더니 갑자기 놀래는겁니다.
웬 꼬마애가 소초앞에 와있다고..
저는 가글을 벗고 다시 어둠속을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후레쉬를 비쳐봐도 아무것도 없었는데 가글을 쓰고 있던 선임이
'꼬마가 우리 초소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어. 근데 발이 없어..'
놀래서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초소 앞은 절벽이라 초소주변을 빙글빙글 돌수도 없는데 말입니다.
계속 보고 있던 선임이 '야! 문연다.' 말하더니 정말로 갑자기 문이 저절로 스~윽 열리는겁니다.
바다바람때문인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열리는데다 후레쉬로 비추고 있었는데 맨눈으론 정말 아무도 없었기때문입니다.
저는 얼른 가글을 쓰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없었는데
선임이 '야! 어딜봐 니 앞에 있잖아!' 하는겁니다.
내려다보니 정말 꼬마애가 제 허리를 붙잡고 눈동자도 없는 퀭한 구멍같은 눈으로 저를 올려다 보고 있었던 겁니다.
그눈이 너무 공포스러웠던게 눈이 안보였음에도 시선을 느낄수 있었다는겁니다.
저는 순간 가위에 눌린것처럼 다리에 힘이 풀려 풀석 주저않았고 그 충격으로 가글이 벗겨졌는데
선임은 제가 주저 않는 순간 꼬마애는 눈앞에서 거짓말처럼 사라졌다는겁니다.
이 귀신은 이후로도 다른 근무자들에게도 자주 보였고
몇몇은 꼬마애를 잡아보려고 가글을 쓰고 붙잡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 꼬마애에게 허리를 붙잡혔을때는 가위를 눌린것처럼 힘을 쓸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후 교대하기전 대대에게 소문을 들어보니 별명이 가글귀신이고
10년전 마을에 있던 꼬마중에 절벽에서 놀다가 발을 헛디뎌 죽은 꼬마가 있었는데
그 꼬마의 귀신이라고 하더군요..왜 가글을 써야지만 보이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가글이라는 장비가 보급된 이후로 나오던 귀신이라고 합니다.
이번 가글귀신이야기는 여기까지이구요.
앞으로 47소초가 폐쇄될때까지의 여러가지 일들을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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