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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171480
    작성자 : 부기우기
    추천 : 21
    조회수 : 1127
    IP : 220.79.***.210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7/07/25 20:14:16
    원글작성시간 : 2007/07/25 17:49:43
    http://todayhumor.com/?humorbest_171480 모바일
    내 인형을 찾아주세요

    작은 시골 마을에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갓 부임한 젊은 여선생님은 아이들의 시 험지를 채점하고 있었다.
    약간 피로하였지만 다음 날의 수업 자료도 준비할 겸 늦게까지 일을 하기로 작정했다.
    "수업이 끝 난 후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지 마세요. 될 수 있으면 해 떨어지기 전엔 집으로 돌아오도록 하세요." 문득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처음 발령장을 받으러 갔었던 교육위원회에서도 똑같은 말을 했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좀더 남아 오 늘 미처 끝마치지 못한 일을 다 하리라 마음 먹었다.
    한동안 선생님 자리가 비어있었던 학교는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 마을은 정말 아름다워. 아이들도 순박하고...이곳에 오길 정말 잘했어."
    사람들이 오길 꺼리는 시골 벽지의 학교.
    단 한 명의 선생님이 없어서 아이들이 배우지 못한다는 건 정말 불행한 일이리라.
    드디어 교단에 서서 정열적으로 아이들을 가 르치고 싶었던 선생님의 소망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비록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시골이었지만 그건 선생님에겐 하등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학교에 부임한 지 겨우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선생님은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아이들의 머릿 속에 좀더 많은 지식을, 아이들의 가슴 속엔 따뜻한 사랑을 가득 넣어 줘야지.'
    노을이 깔린 창 밖의 하늘은 정말 아름다웠다. 어둠이 서서히 세상을 삼키고 있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뭔가 차갑고 오싹한 느낌이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느껴졌다.
    '갑자기 몸이 으스스하네 . 이상한데?'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교실 뒤 쪽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것 같은 느낌에 선생님은 하던 일을 멈추고 얼른 고개를 돌렸다. 아, 이게 웬일인가 ! 소스라치게 놀란 선생님이 벌떡 일어났다.
    바로 셋째 줄 맨 뒤에 다 떨어진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오두마니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한 9살, 10살정도 되었을까? 그 아이는 손을 든 채 처량하게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선생님, 오늘 배울 곳이 어딘가요? 아무리 봐도 모르겠어 요.
    또 제가 숙제로 해올 곳이 어딘지 가르쳐 주세요. 그리고요...." 여자아이가 잠시 머뭇거렸다.
    선생님은 너무 놀라 등 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하지만 침착하게 물었다.
    "그래, 계속해 보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라면 도와줄게."
    "헝겊으로 만든 제 인형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요. 제가 가장 아끼는 인형이거든요.....
    어디에 있을까요?" 선생님 은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가 갖고 있는 책을 보고 선생님은 다시 한번 깜짝놀랐다.
    그 책은 아주 오래 전에 쓰던 국어 교과서 였다. '이 책은 무려 7~8년 전의 것인데......' 선생님은 너무 놀라서 말문이 탁 막혔다.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넋을 잃고 아이를 쳐다보았을 뿐이었다.
    어느 순간 여자 아이는 사라졌다. 정말 눈깜짝할 사이였다.
    선생님은 이 날 저녁에 있었던 일을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그 소녀유령은 벌써 몇 년 동안이나 학교에 나타나고 있었답니다.
    그 유령을 보고 난 선생님들이 모두 이 학교를 떠나버리셨지요.
    아무도 이 학교에 남아 있으려 하질 않았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도 수업이 끝난 후 늦도록 학교에 남지 말라고 당부를 드렸던 겁니다."
    내내 침통한 표정으로 말하던 아주머니가 선생님에게 물었다.
    " 선생님, 많이 놀라셨지요? 언제 떠나시겠습니까?"
    "떠나다니요? 전, 이 학교를 떠나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단호 하게 대답했다.
    "그 아이는 제게 간절히 말했어요. 자기의 인형을 찾아 달라고. 또 공부를 무척이나 하고 싶어 했어요. " 선생님은 그 날 밤새 헝겊으로 인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가르쳐 줄 공부 내용도 생각해 두었다.
    아이가 다시 나 타나면 이 인형을 주리라. 다음 날 선생님은 수업이 끝났지만 일부러 남아 있었다.
    어스름녘에 여자아이는 다시 나타났고 어제와 똑같은 말을 했다.
    선생님은 아이에게 해야할 공부도 정해주고 밤새 만든 헝겊인형을 건네 주었다.
    인형을 받자마자 여자아이 는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선생님은 하숙집 아주머니와 함께 그 날 저녁 산책을하다 마침내 늪에 도착하였다.
    "오래 된 일이었답니다. 한 여자 아이가 살해됐었지요."
    중간 중간 한숨을 쉬어가며 아주머니가 말을 이었다.
    "아이는 학교 에서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고 날은 어두웠었지요.
    이튿날 늪 근처에서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아이의 부모와 친척 그리 고 온 마을 사람들이 아이가 갖고 있었던 인형과 그 나쁜 살인자를 찾으려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답니다."
    아주머니는 오래 전 일어났던 슬픈 사건을 떠올리며 눈물지었다.
    선생님은 인형을 받아쥐고 기뻐하던 여자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 아이의 영혼은 떠돌고 있었던 겁니다." 선생님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선생님은 아이의 무덤까지 말없이 걸 어갔다. 그런데 이럴 수가 ! 바로 전 날 선생님이 그 아이에게 만들어 준 헝겊인형이 아이의 무덤 위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그날 이후 여자 아이는 다시는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떠돌고 있던 아이의 영혼이 이제 안식을 찾은 겁니다. 틀림없이 그 아이의 영혼은 천국에서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을 거예요." 선생님은 인형을 안고 있는 여자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환 하게 웃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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