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헬조선은 테러가 일어나지 않는다?
베스트 게시판에 "헬조선에 테러가 나지 않는 이유" 라는 글이 올라왔네요
잊을만 하면 올라오는 fake story인데, 또 올라오길래 한번 제대로 후벼보려 합니다.
사실 이 같은 글은 과거에도 유머게시판들에 여러 차례 올라왔습니다.
세부적인 스토리는 조금씩 바뀌지만 대충 알카에다가 한국 주한미군기지에 테러를 저지르려고 위장취업해 왔다가 과로로 인해 실패하고 돌아간다는 내용입니다. 한국 정보기관은 이를 모르다가 미국 FBI가 알려줘서 나중에야 알게되었다는 양념이 쳐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일부 글에서는 이 작전의 이름을 "보진카 계획"이라고 부릅니다.
2. 보진카 계획이란?
보진카(대폭발) 계획은 1994년경에 실제로 입안되고, 시행되다 실패한 계획입니다. 알카에다의 3인자인 칼리드 세이크 모하메드가 총 지휘 했고 람지 유세프라는, 훗날 911테러를 기획한 주범이 입안했습니다.
이 계획은 항공기 11-12대를 연쇄적으로 공중에서 폭파시키고, 혼란을 틈타 교황을 암살하는 것이 주 골자였습니다.
즉 2-3차례 갈아타야 하는 6개 코스의 항로를 따라 폭파범이 타면서, 탔던 비행기마다 폭발물이 담긴 가방을 놓고 내려서 나중에 비행 중 폭파되게 만들고, 혼란이 일어난 틈을 타서 마침 필리핀을 방문한 교황을 암살하는 한편 비행기 한대를 납치해 CIA본부에 들이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마지막이 뭔가 내용이 9.11 테러랑 비슷하다구요? 맞습니다. 유세프는 이 계획의 마지막 부분을 다시 활용해 9.11을 벌입니다.
이 보진카계획의 대상국에는 한국도 들어가는데, 이중 6번째 항로가 미국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가는 항로였으며, 여기서 미국 -> 한국으로 온 비행기, 그리고 한국 ->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폭발물을 설치, 동시에 폭파시키는게 주 골자였습니다.
따라서 테러범들은, 한국에 입국할 이유도, 한국에 위장취업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뭐 공항에야 들어오지만 환승경로를 따라 다시 일본으로 나가는 거니까 실질적으로 아얘 입국절차를 거치지 않는 셈이죠(출국심사대 이후 공항부지는 국제법상 특정국가의 소유가 아닌 공역입니다).
어? 인터넷에서는 목표가 주한미군 기지나 대사관이라 위장 취업해 염탐하려 그랬다구요? 보진카 계획은 기본적으로 항공기 항공폭파와 교황암살이 목적이었지 대사관이나 주한미군 기지가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이 보진카계획은 어처구니 없이 실패하는데, 계획을 세우고 필리핀에서 아파트를 빌려 화약을 제조하다 불이납니다. 그리고 필리핀 경찰이 화재 조사하다 화약을 발견하죠. 선발대로 필리핀에 온 테러범들은 도망가면서 필리핀의 쇼핑몰과 극장에 화약을 설치해 폭파시켰습니다. 이와 별게로 유세프는 필리핀 에어라인 434편에 시험용 폭발물을 설치, 1명을 죽이고 10명이 부상입히는 전과를 올립니다. 그러면서 CIA는 '보진카 계획'이라는 계획의 일부 내용을 알게 됩니다.
유세프는 이후 계획을 수정, 9.11을 성공시킨 후 2003년, 미국 CIA에 잡히고, 여죄추궁과정에서 보진카 계획의 전말도 털어놓게 됩니다. 그리고 CIA는 이 내용을 '9.11 테러 리포트'에 담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에서는 2004년 국감에서 열린우리당 최성의원이 주장하면서 밝혀집니다.
3. 그럼 가짜 뉴스의 출처는?
그럼 대체 알카에다가 주한미군 기지등의 정보를 얻기 위해 위장취업했다가 헬조선식 노예노동에 시달리다 출국했다는 주장의 근거은 뭘까요? 이는 알카에다가 지난 1999년 세웠던 다른 정탐계획과 fake 뉴스가 섞인 건데요. 알카에다는 실제로 1999년 주한미군 기지를 염탐하기 위해 '니자르 나와르'라는 테러리스트를 급파하지만 공항 입국심사대를 통과 못하고 10시간 만에 돌아갑니다. 실제로는 헬조선의 악덕사장이 아니라 공항 입국심사대가 막은거죠 ( ")
그런데 '조갑제 기자'님께서, 지난 2010년께 월간조선에 1999년의 계획과 와 보진카계획, 그리고 헬조선식 노동 얘기를 잘 버무린 멋진 기사(라고 쓰고 사기라고 읽는다)를 한편 올리십니다 ( ") 그리고 이 기사가 퍼지면서 "헬조선은 악덕사장이 지킨다"는 식의 얘기가 여기저기 퍼져나가게 되죠. 그리고 언론에서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이라며 이를 다시 받아적고요.. ( ")
4. 결론?
에이브러험 링컨의 명언으로 대체하고자 합니다.
"사진이 딸려있는 주장이 있다고 해서 인터넷에서 읽은 모든것을 다 믿지는 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