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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이명박’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이들도 요즘 약간의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매부와 처남간의 특별한 땅 거래, 사돈간인 처남과 형의 이상한 동업, 이명박과 그의 친·인척 기업간 팔고 사는 유별난 사업방식, 사돈이 동업한 회사에 대한 서울시 특혜의혹. 시간이 갈수록 궁금한 것이 많아지고 있지만, 그가 똑똑히 해명한 것은 없다. 아직 수많은 부동산이 그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 시민이 부동산으로 고통받고 있는 나라에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의 부동산 의혹은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는 이명박은 신속하게 의심을 해소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그런 대응이 남모를 사정 때문인지, 결백을 확신하는 이의 당당함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즉각 해명해야 할 만큼 다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는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율이 높게는 40%, 낮아도 33%를 기록하며 박근혜와 10% 정도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우세는 연이은 부동산 의혹뿐 아니라, 제1정책인 한반도 대운하의 결함이 드러나고, 노무현의 맞짱공격·박근혜의 측면공격·김대중의 대통합론 등 전방위적인 공세가 전개되는 고립무원 상황에서의 결과이다. 지지기반이 그만큼 견고함을 보여주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 역효과를 감수하면서까지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나설 이유가 없다.
-경선 골몰 범여권, 정책은 뒷전-
이명박은 왜 이렇게 요지부동인가. 대쪽, 청렴의 이미지로 무장했다가 추락했던 이회창과 달리 그에 대해서는 도덕적 기대감이 없기 때문일까. 개발독재 시절의 야망과 성공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론에 비해 제기된 의혹의 무게가 너무 가벼운 것일까. 그의 능력이 그의 도덕적 약점을 관용하게 하는 것일까. 온갖 악재에도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이 미스터리를 명쾌하게 풀어주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이명박이 왜 강한가를 찾기보다 범여권이 왜 약한가를 찾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범여권의 잘 나간다는 손학규·정동영·이해찬 세 사람의 지지율을 전부 합친 것의 몇 배를 곱해야 이명박과 같아진다는 그런 수준 낮은 수학을 하자는 게 아니다. 이제 꽤 오래되어 많이 듣던 탈당 이야기가 아직도 꼬리를 물고 소통합·대통합·제3지대니 하는, 무엇하는 건지 모를 것들에 매달려 있는 그들의 정체를 따지자는 것이다. 정당과 노선, 정책이 다를 뿐 아니라, 다른 당에 속해 있으면서 적대하던 그들을 하나의 정치집단으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상상력이 요구된다. 이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노선과 정책이 한나라당에 더 가까운 세 사람이 반 한나라당 선봉장이 된 이상한 집합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이른바 범여권의 빅3를 보자.
손학규. 범여권 정체성 상실의 실체이다. 그의 성공은 자기 부정의 결과로서 범여권의 실패가 될 것이다. 정동영. 한때 서민을 위한 개혁의 실패를 자책하더니 달나라에 보내주겠다는 ‘달나라 정책’으로 거듭나고 있다. 너무 멀리 가고 있다. 분위기 따라 중도로 발길을 옮기는 그의 순발력과 상황변화에 대한 민감성이 그를 죽이고 있다. 이해찬. 독선과 아집뿐 아니라, 개혁보다 대결과 정쟁에 더 능한 골프애호가로 유명하다는 점에서 노무현보다 더 노무현다운 정치인이다. 부시 악역을 도맡은 딕 체니가 왜 대선출마를 포기했는지 배우면 좋을 것이다.
-눈치볼일 없는 李 맘놓고 독주-
그런데도 이런 빅3를 모신 범여권은 실종된 개혁을 되살려 지지를 모을 생각보다 경선규칙에 더 집착하고 있다. 기교에 능한 범여권은 오픈 프라이머리니 휴대폰 투표니 하며 테크닉을 연마 중이다. 절망이 기교를 낳고 그 기교로 인해 다시 절망하는 상황이다. 이명박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명박은 무인지경에서 혼자 뛰고 있는데, 범여권은 표를 버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검증이니, 의혹이니 하는 것에 겁먹을 일도, 눈치볼 일도 없는 것이다.
물론 선거란 묘한 것이라, 만에 하나 막판 뒤집기로 빅3 중 한명이 권력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민주개혁 세력 3기가 아니다. 전혀 다른 제3의 세력, 새로운 우파정권의 등장이 될 것이다. 이명박이 되든 빅3가 되든 우리는 민주화 20년 만에 한 시대의 종언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대근/정치·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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