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그냥 아무한테도 할 수 없는 얘기라서
사실에 대한 얘기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했지만 자세한 얘기는 아무한테도 할 수가 없어서 항상 끙끙 앓고 있었어요.
친한 언니가 오유에 글을 써보는게 어떻겠느냐고 해서.. 평소 눈팅만 몇번 하다가 오늘 가입했어요.
그냥 오늘은 제가 3년의 연애속에 데이트 폭력의 과정과 왜 벗어나지 못했는지
그냥 끄적이고 싶어요.
혹시나 내 글을 보고서 주변에 아는 사람인거 같다고 해도 글썼냐고 물어보지 말아줘요
그만큼 아무도 모르는 사람에게 다 털어놓고 싶은거라서, 그냥 보더라도 모른척 지나가줘요
시작은 아주 좋았어요
운명같았고 얼굴만 봐도 너무 행복했어요
만난지 반년쯤 됐을 때 제가 처음 자취를 시작했고 동거 아닌 동거가 시작되면서 폭력이 시작됐어요
원래 이혼한 아버지한테 맞고 자랐다는거 알고 있었지만 그사람이 나한테 보여준 모습은 폭력적이지 않았고 그사람을 믿고 싶었어요.
저도 한 번 다툼이 붙으면 쉽게 굽히지 않는 성격이었어서 처음엔 말싸움만 오갔었는데
어떤 여름 날 처음으로 맞았어요
솔직히 다 그렇잖아요? 때리는 새끼랑 누가 만나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너무 싫고 한 번도 맞아본 적 없었는데 너무 자존심 상하고 충격받아서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 날 자살암시 문자를 남겨놓고 잠수를 타더라고요
그때 그냥 신경쓰지 말았어야했어요 어차피 죽지도 않았을텐데
근데 미련하게 불안하고 걱정되고 죽으면 어쩌나 너무 무서워서 경찰에 신고하고..
결국 그날 저녁 다시 돌아와서 사과하더라고요
그래도 헤어지자고 했더니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무릎꿇고 빌고 손을 잘라버리겠다고 했을 때 그냥 거기서 멈췄어야했어요.
그 엄마한테도 얘기했는데 그엄마도 자기남편한테 맞아서 이빨 다 임플란트면서 저한테 뭘잘못했길래 맞았냐고 하더라고요
근데 결국 또 잡혔고..
이후 몇 번의 폭력이 있었음에도 그냥 더 좋아지겠지..하며 그렇게 지냈어요
같이 심리상담도 갔었고, (저 혼자 심리상담 받고 있는 곳에서 그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상담만 2년간 했어요)
별에 별 짓을 다했는데 달라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집에서 처음 나올 때 그사람과 함께했었기 때문에 이미 가족과 같았고, 엄마와의 정서적 독립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그사람과 나는 병적인 관계로 얽히고 얽혀서 그 끈을 도저히 풀수도 끊을 수도 없었어요.
언젠가부터 우리 관계는 너무 곪았고
그사람은 한달에 한 번 나를 보러 본가에서 내 자취방까지 왕복 6시간 거리를 와서 우리 집에서 4박5일정도씩 머무르다 갔어요
나는 밤낮으로 원하지도 않는 관계에 응해야했고 그사람의 욕정을 푸는 도구로 전락했어요. 지옥같았어요. 하지만 끊지도 못하는 내가 너무 싫었어요.
겨울 내 생일 전날
평소와 다름없이 다툼이 있었고, 버리고 가려는 그 사람을 붙잡았는데
목을 졸렸어요
그 기억 너무 생생해요
니가 나를 안보내주겠다면 죽이고 가겠다면서 목을 졸랐어요
목을 조르고 쓰러진 나를 발로 밟고 상을 뒤엎어서 그릇이 다 깨지고 물건이 다 깨지고
그러고 가버렸어요
아 이제 끝났구나 짐을 정리하고 본가로 올라가려는데 또 붙잡았어요
난 또 붙잡혔어요. 그때는 사랑, 집착 이런 감정도 없이 그냥 무서워서
이 사람이 진짜 날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게 너무 무서워서 잡힐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고서 전문가하고 6개월간 이별을 준비했어요. 안전이별을요
연락을 줄이고 만나는 횟수를 줄이면서 자극을 주지 않으려고..6개월을 준비했어요
이별통보를 하는 날 그날도 너무 무서워서 남자 선배한테 미리 사정을 설명했더니 그 선배가 집 근처에서 기다려줬어요.
혹시나 찾아오면 바로 연락하면 뛰어올라가겠다고
하지만 저 그후로 3개월정도 반 불구처럼 아무것도 못하고 공황발작에 시달리고 집밖에 제대로 나가지도 못했어요
이별을 준비한 기간이 오래였던건지 생각보다 후폭풍은 심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나서 얼마안가 좋은 사람을 만났어요. 친구로 지낸 사람이었는데 헤어지고 힘들 때 친구로서 만나다가 자연스럽게 관계가 발전됐어요. 사귀자는 형식적인 말도 없이 그냥 자연스레 만나온게 벌써 1년이에요. 매력이 넘치지 않지만 성실하고 소박한 사람이고 화가 나면 입을 곧장 다물어버리긴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으면서 많이 맞춰가게 되었어요.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요.
어느날 그사람한테 연락이 왔어요. 대충 요약하자면 넌 날 배신했다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고 헤어지고 나서도 응원했는데 바람폈다는거 지금 알았다
허탈했어요. 내가 그사람과 헤어지기 위해 내 목숨 건지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이 얼마고 그 후에 내가 떠안은 후유증이 얼마나 큰데
단순히 바람? 그리고 날 사랑하고 응원해? 진짜 역겨웠어요.
부잣집 아들로 살다가 부모님 이혼하고 가난해졌음에도 현실감각이 없어서 돈도 제대로 안벌고 푼돈 필요하다고 나한테 빌려간다는 명목으로 뜯어간 돈이 얼마고 나를 때린게 얼마고, 사람들 앞에서는 착한척 다 떨면서 나 나쁜사람 만들어놓고 이제와서는 사람들한테 날 쓰레기처럼 떠벌리고 다녀요.
그사람과 저는 동아리에서 만났는데 저 그 동아리도 나왔고 이제 아무것도 엮이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한테 이랬다 저랬다 말하는것도 우스워서그냥 입 다물고 있었어요.
근데 진짜 역겨워요. 내가 없는 그 공간에서 내가 아무말 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그럴수가 있을까요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진짜
내가 그때 왜 신고하지 않았나, 사랑으로 보듬겠다는 말도안되는 위선으로 왜 증거하나 조차 제대로 남기지 않았나 후회만 계속 들어요.
그때 그 사람이 나를 때릴 때 너무 뻔한 레파토리
사소한거로 시비가 붙고, 말이 안통한다며 나가버리고, 이렇게 나가버리면 어떡하냐고 붙잡는 나를 밀치고 때리고 밟고 목조르고
지금 좋은 사람이 옆에 있음에도 그 사람과 사소한 다툼에서 그사람도 자리를 피해버리면 그때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신체화증상이 올라와요.
몸이 벌벌 떨리고 그냥 사라지고싶고 한없이 자고싶어요 가끔은 정신차려보면 자해해놨을 때도 있어요
내 스스로도 너무 무서워요.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다는거..
글이 너무 길었죠..
읽을 사람도 몇 없겠지만 그냥..그냥 얘기하고 싶었어요.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직면하는거래요. 저는 직면하는게 필요하대요.
저는 맞았을 때 고통이나 촉각은 생생히 기억나는데 그때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 기억을 찾아야 해결할 수 있대요. 그러려면 계속 얘기하고 되뇌어야하는데 고통스럽기도 하고 스스로 너무 모자랐던거같아서 여태까지 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여기와서 이렇게 토해내고 나니 많이 후련하고, 그때 기억이랑 지금의 내가 다르다는게 체감이 되네요.
혹시나 데이트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들, 꼭 증거 남기세요. 신고하든 안하든, 증거 꼭 남기세요. 저는 너무 후회돼요.
그리고 가능하면 폭력이 있는 사람은 절대 만나지 마세요. 바뀌지 않아요. 상담 데리고 갔을 때 상담과정에서 자신의 성장기 시절 결핍을 확인한 이후로 그걸 무기로 삼아서 폭력이 더 심해졌어요. 결혼하고 애 생긴거 아니면 절대로 사람 고쳐쓸 생각하지 마세요.
혹시나 읽은 사람이 있다면 감사해요. 긴 글인데 봐줘서 감사하고, 저를 바보같다고 생각하겠지만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과거의 저는 제가 봐도 바보 맞고요...그리고 제가 이를 다 극복할 수 있게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물론 폭력의 대상이 여성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남성에 대한 약자인 여성이 폭력을 당하지 않도록, 그리고 폭행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고, 보복성 범죄를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이 올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주세요...
+오유에 글 쓰는건 처음이라 혹시 문제되는 부분 있으면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