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A대표팀 사정을 잘 아는 복수의 관계자는 "시리아전이 끝난 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이날 승리로 성난 미디어를 최대한 잠재웠다'는 말을 했다고 하더라. 선수들은 시리아를 이겼음에도 경기력 부진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감독의 의아한 발언에 고개를 갸우뚱한 선수들이 있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선수들은 이번 A매치 2연전을 위해 똘똘 뭉치긴 했다.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은 곽태휘(36·서울)가 빠지면서 슈틸리케호의 최고참이 된 골키퍼 권순태(33·가시마 앤틀러스)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또 식사시간에는 테이블을 매번 바꿔 선후배들과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고 휴식시간에도 선수들과 대화로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기성용의 노력들이 결과적으로 물거품이 된 모양새다. B선수는 "선수들도 열심히 하려고 했다. 스스로 압박감 등 문제점을 찾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라운드에만 나가면 서로 맞지 않는 모습이 보이면서 답답했다"고 전했다.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분위기를 향상시키는 데 벽에 부딪힌 문제로는 최고참 라인 붕괴 영향이 크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따지면 홍명보 이동국 김상식 박지성 박주영 등이 대표팀에서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한국 축구는 나이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이들이 주장을 도와 분위기를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슈틸리케호에선 최고참급 라인이 젊어지면서 주장 기성용이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진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그라운드에서 원팀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때문에 후배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베테랑이 슈틸리케호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 실현되기 위해선 선수단에 팽배한 유럽식 사고방식 대신 한국식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