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어려운 시절에
저는 운좋게도 대기업에 입사해서 지금은 연봉이 명절상여 포함 약 5천, 월 실수령액은 290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급여를 상중하로 나눴을때 절대로 하나 중은 아닐꺼라고 생각하는데요
지난달 태어나서 처음으로 카드값이 밀리면서... 멘붕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ㅠㅠ
저나 와이프나 놀러를 자주다니는 것도 아니고 와이프가 집밥을 너무 좋아해서 밥도 거의 집에서 다 해먹습니다.
이런말하기 좀 그렇지만 저는 친구도 별로없고 - -;;
그나마도 몇명 안되는 친구들도 다들 멀리 있어서 일년에 한번 보기도 힘들고 술도 안좋아하고 담배도 안하고
취미라고는 게임과 음악인데 대부분 무료게임이나 패키지 게임을 일년에 한개 살까말까..
음악은 음악스트리밍사이트에 만원정도 나가구요
반찬은 식당하는 부모님이 주시는 김치나 밑반찬 같은게 절반정도 직접 사서 만드는게 절반정도
양가부모님 네분이 모두 (감사하게도..)아직까지도 일을 하시기 때문에 특별한 날이 아니면 용돈을 드려야되는 상황도 아니구요
주말이면 집근처 공원에 산책을 가거나(외식X) 처가댁 or 본가방문(밥얻어먹음)
아니면 거의 집에 방콕해서 주중에 못했던 화장실 청소같은 집안일을 하거든요?
그렇다고 저희가 쇼핑을 즐기는것도 아니라서
와이프는 새옷을 사는게 동네 보세집에서 몇만원짜리 일년에 두어개쯤 사는것 같고
저는 결혼한 후로 산 옷이 운동할때 입을려고 여름운동복 두벌 겨울운동복 한벌정도 있는것 같네요.
그런데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도대체 내 월급은 왜 빵꾸가 났는가!
외벌이 보고서 시작합니다.
[수입]
(연봉에 포함된 상여가 없는 달의) 일반적인 수입 : 290만원
[줄일 수 없는 지출]
대출이자: 130만원
아파트 관리비: 15만원(전기수도등 포함)
[줄일 수 있는 지출]
주택청약: 처남것 까지 20만원
보험료: 저, 와이프, 아들 합쳐서 10만원
와이프 곗돈: 이것저것 합쳐서 7만원
재형저축: 5만원
당비: 8천원
통신비: 폰2대+TV+인터넷+음악스트리밍 서비스까지 20만원
(여기선 사치를 좀 부렸네요... 폰으로 사진찍기 좋아하는 와이프 S7해주고 싶어서...)
신문구독비: 1만오천원
식재료비: 30만원
주유비: 9만원(대부분 출퇴근용도)
애기 기저귀 등: 15만원
겨울철이라면 가스값: +10만원
여름철이라면 에어콘 전기세: +10만원
어린이집 특별활동비: 6만원
[남은 돈]
매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돈: 20.7만원
겨울이라 난방을 한다면 10.7만원
겨울인데 지인결혼식이 하나 있으면 5.7만원
겨울인데 조사까지 있으면 7...천원 (사고없이 아프지 말고 만수무강들 하세요 제발요.......)
그러니까 제가 일상적으로 먹고자는것 외에
옷을 사든, 영화를 보든, 놀러를 가든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면
연간 받기로 되있는 설상여, 추석상여 범위 내에서만 할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설추석때 양가부모님이 아무리 돈을 버신다고 해도 감사의 마음을 담은 선물까지 안할 수는 없잖아요
거기에 이제 막 유치원 초등학교 다니기 시작한 조카들까지..
줄일 수 있는걸 따져봐도
저축을 포기하면 25만원
와이프 계모임...을 다 끊도록 하면 7만원
폰 요금제를 좀 싼걸로 바꾸면 약 2만원?
신문 안받아보면 만오천원
음악 스트리밍서비스를 포기하면 만원
전당대회까지만 버텨서 사쿠라들 쳐내고 권리당원 포기하며뉴ㅠㅠㅠ8천원
식재료비는 지금도 많이나가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차는 포기해도 버스비가 저정도는 나올듯
에어콘 포기, 난방 포기 하면 여름겨울에 10만원씩 더 남고
경사는 그렇다 치고 제발 조사는 없다고 치면
다 합쳐서 52만원정도 남겠네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돈이 굉장히 커졌어요!
다 쓰고 보니 제가 노오오오력이 좀 부족한것 같네요
집에서 인형 눈깔붙이기나 야간에 대리운전 알바라도 좀 뛴다면 와이프나 아들한테 뭐 하나라도 더 해줄 수 있을텐데
냉난방 안하고 경조사 안챙기고 미래를 위한 저축도 안하면
다가오는 스승의날에 어린이집 선생님께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해드릴 수 있을텐데 말이예요
아.. 어떻게 끝내지
여러분 꼭 영원히 마음맞춰 살 수 있겠다 싶은 확신이 드는 사람과 결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