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남편 친구들이 포커판을 벌이겠다고 우리집에 놀러왔어요.
코딱지만한 집에 떡대 큰 서양남자들이 모여있으니 난방이 필요가 없네요.
오랜만에 온 손님들인데 저녁은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피자 굽고 닭 튀겼습니다.
푸짐하면서도 빠르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을 골랐어요.
여기서 “빠르고 간단하게”는 “며칠 전부터 쎄빠지게 밑준비를 해두어야하지만, 당일에는 손이 덜가는”이란 뜻이에요.
피자는 도우부터 소스까지 직접 만든 수제피자입니다.
도우 레시피 필요하신 분 위해서 분량 적습니다.
이스트 5그램, 따뜻한 물 90그램, 설탕 5그램, 밀가루 150그램, 올리브오일 5그램, 소금 2그램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빵 반죽은 전날 만들어서 냉장고에서 발효시켰어요.
이런 걸 저온숙성발효라고 하죠. 딱히 더 맛있는 지는 모르겠네요.
반죽을 밀어서 트레이에 넣고 170도에서 10분 정도 구웠어요.
보통 피자도우를 애벌구이하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은데,
저는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그라탕 수준으로 넣기 때문에 애벌구이를 안하면 빵이 질척거리더라구요.
애벌구이한 빵 위에 올리브 오일로 코팅을 한 후 토마토소스를 얹습니다.
토마토소스도 직접 만들었어요. 만들기 간단하고 맛있지만 시판되는 소스보다 비싸게 치여요.
바닥이 보이면 부실시공이에요.
토핑은 소시지, 가지, 피망, 버섯이에요.
제가 퇴근한 뒤에 만드는 거라 시간절약을 위해 가지와 버섯은 전날 미리 프라이팬에서 구워뒀어요.
피자의 화룡점정, 치즈를 쌓듯이 올려요.
자고로 치즈는 듬뿍 올려야 제 역할을 다 합니다.
220도 오븐에 20분간 구워서 완성.
치킨은 백선생님 방식으로 튀겼어요.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닭을 한마리 분량씩 잘라 팔지 않아요.
그나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오븐구이용으로 통짜 한마리나 큰 닭다리를 파는데 평상시에는 없는 슈퍼도 많아요.
그래서 닭 가슴살과 닭 허벅지살 각 1kg씩 사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준비했어요.
평소에는 우유+소금+말린 허브(바질/오레가노)에 재워두는데, 얼마전에 일본 텔레비전에서 잎새버섯 성분이 단백질을 분해시켜서 고기를 부드럽게 해준다고 하는 걸 봐서,
잎새버섯+물+소금 넣고 믹서로 간 걸로 재워봤어요.
근데 딱히 더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닭가슴살치고는 촉촉하고 부드럽긴한데, 원래 부드러운 고기였을 수도 있잖아요.
재워둔 닭고기를 가볍게 헹군 후, 물+튀김가루로 만든 반죽을 뭍히고 밀가루를 덧입혀서 튀겼어요.
닭은 후라이드, 양념, 파닭 세가지 맛으로 준비했는데, 남편 친구들이 후라이드 꺼지라고 해서 반은 양념, 반은 파닭으로 만들었어요.
급히 만들어 찍느라 사진이 정말 허접하네요.
양념소스도 백선생님 레시피로 만든거예요.
몇번 미국/일본 사람들에게 양념통닭을 만들어 주고 알게 된 게, 미국 사람들에게는 양념소스를 버무려서 줘야한다는거에요.
찍어먹으라고 준 양념소스를 퍼먹다시피 해서 양념이 모자라지거든요.
치킨을 먹기 위해 소스를 바르는 게 아니라, 소스를 먹기위해 치킨을 이용하는 몰상식한 짓을 저지르는 것을 막기위해 버무려서 내놓아요.
이건 사진이 양념치킨에 비해 좀 낫네요.
파닭 소스는, 사실 제가 한국에서 시판되는 파닭을 먹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대충 제 맘대로 만들었어요.
얇게 썬 양파와 파를 물에 담궈서 아린 맛을 빼고, 마늘장아찌와 양파장아찌 국물 반반 섞은 후에 머스타드와 고추냉이를 섞었더니
새콤달콤짭짜름한 소스가 완성되었어요.
피자 2장, 양념치킨 4접시, 파닭 2접시 나갔는데 완판했어요.
어제오늘 준비하느라 피곤했지만, 남편 친구들이 선물로 갖고온 술들을 보니 흐뭇합니다.
연말연시 장기휴가동안 이걸 다 먹어없애는게 목표입니다.
그나저나, 남편 친구들은 아직 갈 생각을 안하네요. 화장 지워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