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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웹갤발 펌글입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가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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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이라 비겁하다 할지도 모르겠다만, 자기 소개는 하지 않겠다.
요즘 이 바닥이 참 재밌게 돌아가면서 '재밌는데 흥겹지는 않은 말'들이 쏟아지고 있지 않나.
선배 후배도 없고 독자님도 없으시다는데 내가 나를 밝혀서 어쩌리오. 하물며 방에 누워 펜대도 놓아버린 퇴물인것을.
이미 몇몇 선배님, 동료님, 후배님이 요즘의 상황에 대해 발언했더라.
보았고, 참담했다.
과거의 행태가 모두 미덕이었다고 하는 것은 분명 불합리한 일이지만 어쩐지 옛날의 기억이 떠오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작가의 월급은 회사가 준다는 말을 들었다.
반은 맞는 말이다. 작가의 통장 입금내역에는 회사의 이름이 찍혀있지, '독자님으로부터'라고 찍혀있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반만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회사는 대체 어디에서 돈을 조달해다가 작가의 통장에 넣어줬단 말이냐.
인쇄소에서 위조지폐라도 찍었단 말인가? 어딘가 잘은 모르겠지만 하여간 돈이 생겨나는 항아리라도 있단 말인가?
정신 차려라, 이 머저리들아. 미취학 아동용 학습만화에라도 그딴 식으로 그렸다간 항의가 쏟아져서 당장 연재 접힌다.
어째서 그렇게도 생각이 없는가? 배우질 못했는가? 일제시대, 해방직후의 대선배님들처럼 초등 기초교육조차 못받은 것도 아닐텐데 도대체 왜 그러는가?
너희들이 입고 쓰고 먹는 것들엔 돈이라는 대가를 치렀잖은가. 마찬가지로 너희들의 작품에도 누군가 대가를 치렀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가? 그 누군가가 독자 아닌가?
설령 무료 제공이라 할지라도 광고 수입, 홍보 효과 등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너희들의 작품을 본 누군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너의 통장엔 돈이 생기는 거다. 제발 이걸 잊지 마라.
작가가 왜 독자에게 굽신거려야 하냐는 말도 들었다.
역시 반은 맞는 말이다. 일일이 독자에게, 편집자에게, 또 누군가에게 휘둘려가며 갈팡질팡한 작품이 잘 뻗어나가긴 어려울테니. 잘 듣되 관철하라고 나는 배웠었다.
그러나 그건 작품 활동에 대한 말이다. 작품으로 소통하지 않는 순간 너희는 그냥 한명의 인간이고 사회인이 아니냐. 명찰이라도 붙이고 다니나? 다른 차원에서 살고 계신가?
더 나은 작품을 위해 전력으로 밀고 나가야 할 작가주의를 왜 너희의 사적인 소통에 쓰는가. 너희의 작가관은, 신념은, 그깟 SNS 쪼가리에 다 담겨나올만큼 얄팍한가?
부끄럽지도 않으냐.
정말 부끄럽지도 않으냐?
너희는 어째서 그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그렇게 날려버리는가. 누군가는 영혼이라도 팔고 싶은 심정으로 원하는 '작가'라는 자리를 쟁취하고서, 어째서 작품이 아닌 곳에 분노를 쏟는가?
이게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눈막고 귀막고 작품만 하라는 소리인가? 맞다. 바로 그 말이다. 그 분노는 너희의 작품으로 불태워야 정당한 분노다. 작가라면 작품으로 분노해라.
말하고 싶으면 그려라.
소리치고 싶으면 그려라.
울부짖으며 뒹굴고 싶어져도 그려라.
제발 그리란 말이다. 제발! 제발! 그리고 또 그려라! 제발!
작가는 작품으로만 이야기 한다는 말을 왜 그렇게 이해하지 못하나!
명랑만화도 속심에서 시퍼렇게 타오르는 울분이 있고, 순정만화라도 사지가 끊어질듯한 증오가 녹아 피어오르는 무서움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정말 모르는가?
단 한 컷의 분할, 단 한 줄의 대사, 단 한 개의 말줄임표 등에 정신을 놓을 듯한 충격을 받고 눈물 흘려본 적이 정말로 없단 말이냐? 그 하나를 위해 자기 자신을 깎아낸 작가의 고뇌를 본 적이 없나?
그렇다면 그깟 싸구려 펜대는 꺾어버려라!
세상에 다시 없을 명작을 위해 잡은 펜대도 아니고, 돈을 벌어서 먹고 살기 위한 펜대도 아니고, 자기 내면을 세상에 꺼내놓기 위한 몸부림으로 잡은 펜대도 아니면 그건 도대체 뭐냐?
너희는 왜 그리는 건가? 왜 작가가 되고 싶었나? 정말 이러고 싶어서, 독자를 무시해도 되는 갑(?)이 되고 싶어서 작가님이 되신건가?
SNS 따위로 내 목소리 내고 싶은데 그러자니 뭔가 간판이 하나 필요해서, 작가님이라는 호칭을 얻고 굽신굽신 존경도 받고 싶어서 작가님이 되신건가?
그럼 그게 작가냐? 작개지. 그딴 놈들이 늘어나서 새끼를 치면 그게 작x 새끼가 되는거고.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꼰대지만 선배로서(인정 안해주신다고 하지만) 마지막 할말은 하나 뿐이다. 그냥 사과하고, 작품 계속 그려라. 그냥 그거 외엔 아무 것도 없다.
작가라는 인종이 원래 자존심은 더럽게 세고, 또 그렇게 자존심이 세지 않으면 작품이란걸 만들지 못하는 것도 맞다. 그거 때문에 호랑이 등에 올라타버린 것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자기 능력과 시간에 대해서는 항상 잘만 타협하지 않았나. 그런 적이 없는 작가 있나? 마감 조금 더 늦춰보겠다고 버둥거려봤자 결국 윤전기 세우기 직전엔 타협하지 않나.
정말로 펜대 꺾고 다른 길로 떠나갈 것이 아니라면 작품 계속 그려야 할거 아닌가. 마감일에 바짓가랑이 붙잡아봤듯이 고개 한번 푹 숙이고, 독자가 보고 싶은 작품 계속 그리면 되는거다.
그리고 퇴물로서 마지막 할말은 또 이거 하나 뿐이다. 제발 그릴 수 있을 때 더 그려라. 그릴 수 있다는 게 축복임을 기억해라. 예술가로서의 자존심만큼 직업인으로서의 책임도 중요함을 기억해라.
작가와 독자를 예술가와 관람객으로만 이해하지 말고, 장인과 고객으로라도 이해한다면 이번과 같은 일이 얼마나 한심한 작태인지 알게 될거다.
잠시 뒤의 작은 후회를 피하기 위해서 미래의 더 큰 후회를 뒤집어쓰는 일은 없도록 해라. 그리고 꼭 건강도 관리하고. 그릴 수 있을 때는 너희에게 무한히 있지 않다.
어떤 퇴물꼰대가.
출처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webtoon&no=1175211&page=1&exception_mode=recomm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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