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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animal_169751
    작성자 : 이야이야옹
    추천 : 16
    조회수 : 1134
    IP : 203.251.***.39
    댓글 : 38개
    등록시간 : 2016/10/21 20:17:36
    http://todayhumor.com/?animal_169751 모바일
    저도 고양이를 주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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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ㅠㅠ 첫글이 잘못 올라가서 다시 씁니다...
     
     
    3개월 전에 저희집에 고양이가 들어왔어요...솔직히 주웠다기보다 들어온게 맞네요..
     
    가족들이 밥을 먹고 있는데 어디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계속해서 들리더래요.
     
    처음엔 먼 곳에서 들렸는데 점점 가까워지더니 꼭 집 앞에서 나는 것 같이 소리가 나길래 문을 열었대요.
     
     
    그랬더니 왠 더럽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않은 적당히 더러운 새끼고양이가 쫄래쫄래 들어오더니
     
    야옹~하면서 비벼대고 다리사이를 지나다녔답니다..그 때 저는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 날 저녁 식단이 된장찌개여서 냄새를 맡고 온 것인지..
     
    아무튼 급하게 인터넷 검색을 해서 북어를 삶아서 염분을 다 빼고 밥이랑 같이 끓여서 줬더니 허겁지겁 먹더랍니다..
     
     
     
    그리고 제가 뙇! 집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저를 안 반겨주는데 걔 혼자 저를 반겨주는거에요 ㅠㅠ 절 처음봤는데도...
     
     
     
    저는 원래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거든요..솔직히 고양이 무서워했어요.
     
    포장마차에서 술 마실 때 길가던 고양이가 제 무릎에 올라와서 앉았을 때도 잔뜩 몸이 굳어서는
     
    사장님한테 얼른 치워달라고 제발 치워달라고 하고...
     
    고양이만 보면 그 눈이 너무 무섭고 귀엽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었어요.
     
     
     
    이 아이를 보기 전까지는요.
     
     
    근데 얘를 딱 본 순간에 다른 주변의 것들이 안보이면서 막 가슴이 벅찬거에요ㅋㅋㅋㅋ
     
    내가 책임져야겠다, 얘는 밖에 나가면 굶어 죽겠구나, 이런 어린 새끼고양이가 어떻게 살아남지?
     
    아 이 쪼끄만한 것도 살려고 이렇게 비굴하게 애교부리고 위험할 수도 있는 사람을 반겨주는데..
     
    나 아니면 못 키우겠다...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일단은 주인이 있을 지도 모르니 엘리베이터에 치즈태비 고양이를 찾는다고 연락처를 남겨두었어요.
     
    하루가 지나도 연락이 안왔습니다..
     
    그 애가 어디 다른 아파트에서 온 것도 아닐테고..심지어 10층에..
     
    게다가 저희 엄마 말로는 남자목소리가 들렸대요, 계단 쪽에서.
     
     
    그렇다면
     
    1. 누군가 새끼 길고양이를 귀엽다고 주워서 집에 데리고 있다가 내보냈거나
     
    2.자기 혼자 10층까지 먹이를 찾아 왔거나
     
    둘 중 하나인데..
     
    새끼고양이가 보통 10층까지 계단을 올라올 수가 있나요?
     
    (근데 저희엄마가 얘 성격같으면 올라오고도 남을거라고 아~주 독한 녀석이라고 ㅋㅋㅋㅋ)
     
     
     
    저희 엄마는 처음에는 수없이 많은 걱정과 우려를 표하였으나,
     
    중성화는 어떻게 시키고~예방접종은 어떻게 하고~
    밥은 누가 주고~목욕은 누가 해주며~똥은 누가 치우고~ 하는 등등
     
    저와 제 동생이 모든 말에 "다 할 수 있지, 키우자"
     
    "엄마는 병원만 데려가, 그 이후 모든 비용은 내가 낼게, 키우자."
     
    "밥 내가 줄게, 씻기는 것도 내가 할게, 똥도 다 치움, 키우자."
     
    "진심 청소 맨날맨날 하고 완전 깨끗하게 살게."
     
     
    하니까 엄마가 "어휴..그래도 그렇지..."하시더니
     
    다음날 바로 병원에 데려가시더니 길냥이라고 1차 거부당하고 ㅋㅋㅋ
     
    두 번째로 간 병원에서 다행히 받아주셔서, 예방접종이랑 중성화 시기 등등을 안내받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간식과 사료, 캣타워, 똥통, 밥그릇, 장난감 등등을 수십만원어치 샀습니다.
     
     
    그리고 지금 너무 잘 크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땅콩까지 무사히 제거해서..하..너무 맴이 아프지만..
     
     
     
     
    아! 그리고요
     
    키우려고 마음 먹고 나서도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랍니다.
     
     
    무~~~~~~~지하게 물었어요. 진짜 발이고 손이고 뭐 움직이기만 하면 냅다 물고
    뿌리쳐도 다시 숨어있다가 달려나와서 물고,
     
    혼내키면 더 물고 물고..달래도 물고 ㅋㅋㅋㅋㅋㅋㅋ ㅅ.......
     
    고양이에 대해 몰랐던 제가 제 친구말만 듣고는..그걸 고쳐보겠다고
     
     
    목 잡아 누르기, 배 긁기, 등 돌려서 무시하기, 방에 격리, 귀에 대고 소리지르기,
    간식으로 유혹하기, 회유하기, 손에 침바르기, 같이 물기, 놀아주기, 수면양말 손발에 신기,
    물면 목구멍으로 손 끝까지 넣기, 무는것방지용스프레이 뿌리기, 레몬즙 뿌리기..
     
     
    다 해했어요...허허.
     
    그 과정에서 피가 숨풍숨풍 나오는 크고작은 상처들이 생겼고요.
    (나중에 발톱 깎을 때 보니 거기에 제 살점잌ㅋㅋㅋㅋ 끼어있음..핏자국과 함께..)
     
     
    근데 씨~알도 안 먹히더라고요. 허허허허허.
     
    고양이 키우는 제 친구가 오더니, 자기네 고양이는 이렇게 하니까
     
    이제는 자기 손만 봐도 한숨만 푹 쉬고 물지를 못하는데, 제 고양이는...이 방법으로는 안되는것 같다고.
     
    애가 아주 골목에서 짱먹게 생겼다고;;; 성격 장난아니래요..
     
     
     
    진짜 힘들었어요.
     
    천사와 악마가 제 안에서 싸웠어요 ㅋㅋ..내다버리자~아냐~양심없는 인간아, 그럼 넌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다~하면서..
     
    그 고민도 잠시..
     
    가끔 보여주는 엉뚱한 모습과 영특함과, 고양이책을 몇 권을 사서 읽어보면서..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느새 그런 마음들은 싹 다 사라지고,
     
     
    돈 많이 벌어서 고양이 사원을 지어야겠다 하는 꿈까지 생겼네요.
     
    그게 아니라면 빌라를 지어서 옥상에다 잔디밭을 만들어놓고,
     
    유기되었거나 갈 곳 없는 고양이들을 데려와서 행복하게 살다 갈 수 있도록 하려고요.
     
     
     
    얘기가 길었네요.
     
    저처럼 고양이는 물론이고 동물과 전혀 인연 없이 살던 사람도,
     
    키운답니다. 고양이.
     
     
    키워보니까 알겠더라고요, 고양이에 대해 했던 많은 오해와, 매력을 알게 되고,
     
    미치도록 사랑스럽고 예쁜 아이들을  이사를 간다는 둥, 키울 자신이 없다는 둥 말도 안되는 이유로 내다버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양심없고 죄책감이 없는 되먹지 못한 인간들인지.
     
     
     
    (그리고..왠지 저희집 고양이를 귀엽다고 주워왔다가 내다버린 사람은...그 이유가....애가 많이 물어서 그런 것 같아효 ㅠㅠ )
     
     
     
    넘 이뻐요 고양이..
     
    너무너무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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