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립학교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입니다. 다른 직업을 안 해 봐서 그런지 몰라도,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참 특이한 것 같아요. 직업인인데 거의 성직자 수준의 윤리성을 요구받습니다. 미성년인 학생들을 다수 지도하고 그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이니 그건 당연할 수 있지요. 바른 말과 바른 생각을 지니고 바른 삶으로 살아내어야 하는 직업이니 그럴 수 있습니다.
저는 동시에 월급받고 일하는 노동자이자 한 명의 자연인이기도 하며 대한민국의 국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정당 가입의 권리가 없고 정치적 소견을 표현할 권리도 없습니다. 교사도 월급쟁이라고 하면 불편하게 듣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학교 밖에서도 저를 '교사 ○○○'으로만 대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저는 그게 참 피곤합니다. 퇴근 후에는 그냥 한 명의 성인이자 시민이고 싶은데 저에게 요구되는 책임과 의무에 비해 저의 권리는 교사라는 직업에 눌려 있는 것만 같습니다. 교사가 그런 말을 쓰면 되니, 교사가 어떻게 그런 데를 가니, 교사라서 역시 그렇구나, 교사도 클럽 가? 교사인데 그래도 돼? 교사가 그런 옷 입어도 돼? 교사처럼 말하지 마.... 학창시절 졸업한 지가 몇 년인데 저는 아직도 세상의 '교칙'에 갇혀 있는 기분이에요.
물론 학교 밖에서도 교사로서의 품위와 책무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본인들이 겪은 '진상 교사'들의 사례를 나열하며 저도 그런 인간인지 아닌지를 품평하는 일을 자꾸 당할 때면 좀 지치네요.
세상이 그새 엄청나게 바뀌었고, 당신네들을 괴롭히던 이상한 교사들은 지금 당신 눈 앞에 있는 내가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어요. 나는 아이들을 때리지도 않고 촌지받는 교사 따위는 지금껏 본 적도 없으며 오히려 진상 학부모에게 욕 먹고 갑질 당하는 게 더 흔하다고 외치고 싶어요. 진짜 이상한 교사도 있겠죠. 이상하고 비상식적이니까 뉴스거리가 되는 거지 제발 일반화 좀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