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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종현을 추모함
나는 샤이니를 잘 모른다. 종현도 잘 모른다.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스마트폰으로 처음 확인했을 때 몰려온 감정은 암담함이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의 소식을 접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침묵을 택하는 쪽이 더 오래 슬퍼할 것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우울이 또 한 사람을 집어먹었구나, 그렇게만 짐작하고 있다가 막상 종현이 남긴 유서를 읽고 있으니 암담함은 참담함으로 뒤바뀌었다. 나도 안다.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는 의사들이 자주 하는 말들.
힘내세요. 당신은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일시적인 것입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세요. 햇빛 많이 쬐세요. 긍정도 능력입니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마세요.
우울증을 20년 가까이 앓으면서 나도 숱하게 들었던 말이다. 저 ‘권고’의 말들이 지겨워서 병원도 여러 번 옮겼었다. 지금 의사에게 정착한 것은 대략 10년 안팎이다. 진료실 대부분을 책으로 뒤덮고 있는 이 무뚝뚝한 의사는 내 이야기를 그냥 가만히 들어준다. 이야기하다가 울어도, 그냥 울게 내버려 둔다. 내게 시간이 많이 허락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시간을 조금 초과하더라도, 그래서 뒤의 환자가 조금 더 기다리게 되어도 그냥 그렇게 놔 둔다. 나도 그래서 어떤 환자 바로 다음 차례로 1시간 넘게 기다린 적이 있다. 그 병원에서는 아무도, 누군가 누군가에게 채근을 하고 닦달을 하지 않는다. 이 의사는 하루에 받는 환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만히 놔 두기.
어쩌면 정신과 의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싶다.
권고를 최대한 줄이고, 최대한의 경청하는 자세로 눈 마주치기. 가만히 있어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고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고 생각보다 힘이 세다.
정말 힘들 때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힘을 쭉 빼고 계세요.
우울한 감정은 우울한 채로 그냥 두세요.
노력하지 마세요.
자신이 힘든 상태를 자신에게 설득하려고 하지 마세요.
들어주세요, 자신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세요.
이 의사가 나에게 내린 처방들의 대략적인 목록이다. 얄궂은 생각이지만, 종현이, 만약에 이 의사를 찾아왔으면 어땠을까, 그런 게으른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이런 낡은 병원으로 그 청년을 누군가 보냈을 리가 만무하다. 모든 게 게으르게 흘러가는 그 병원의 좁은 진료실을 어쩌면 그가 거부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가정들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수고했어요, 종현 씨. 그가 남긴 유서를 다 읽고 춥고 작은 공원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수고했어요, 종현 씨. 이제 아무도 당신에게 무엇을 하라고 하지 않아요. 쉬세요, 종현 씨. 겨울이 없는 곳에서 꽃을 앓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그리고 계절의 변화, 날짜변경선, 나무도 없는 곳에서, 마침내는 자신을 견뎌야 할 이유가 없는 곳에서, 편하게 쉬세요, 종현 씨.
오늘 처음 당신이 남긴 노래를 들어봤습니다.
고마워요. 잘 가요. 이쪽 세상은, 다시는 그리워 하지도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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