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커리어우먼으로 독신생활을 하고 있던 몇년전 여름 밤 얘기야.
당시 내가 살던 원룸은 화장실과 욕조가 함께 있는 구조였어.
(일본 집은 대부분 욕실과 화장실이 따로있음)
어느 날 밤 목욕물을 데우고 욕조에 들어가려고 욕조의 덮개를 열었더니 사람 머리같은 그림자가 보였어
그것은...
여자였어...
머리 정수리부분이 욕조 한가운데 떠있었고 코 아래부터는 물에 잠겨 있었어
부릅뜬 두 눈은 정면의 욕조 벽을 응시하고 있고 긴 머리카락이 해조처럼 흔들리면서 퍼져있었는데
부력때문에 살짝 떠있던 희고 가는 양팔이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슬쩍 보이고 있었어
어떤 자세로 들어가 앉아도 그 좁은 욕조안에 그런식으로 떠 있을 순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이 아닌 것이 확실했어
갑작스런 광경에 난 욕조 덮개를 손에 든채로 알몸으로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어
여자는 넋을 놓고 있는 나를 눈치챘는지 눈동자만 또르르 굴려서 나를 보더니 씨익 웃는 입가가 뜨거운 물 속에서 검고 긴머리카락 사이로 새빨갛게 열리는게 보였어
(아, 안돼!)
나는 서둘러 욕조 덮개를 닫았어
덮개 아래에서 보글보글 하는 소리에 섞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어
그와 동시에 덮개 밑에서 세게 긁는 소리가....
당황해서 샤워기나 브러쉬, 샴푸라든지 아무튼 그 근처에 있는 것들을 일부러 큰 소리가 나도록 닥치는데로 덮개위로 던져 올려놓고 재빨리 욕실을 뛰쳐 나왔어
욕실 문 너머로 들리던 덮개밑에서 세게 긁는 소리가 손바닥으로 두드리는 소리로 변해있었어
나는 벗어둔 티셔츠와 바지를 걸쳐입고 집을 뛰쳐나와서 택시를 잡아타고 가장 가까운곳에 사는 친구집으로 도망쳤어
몇 시간이 흐르고...밤 12시쯤이었을거야
문도 잠그지 않고 온데다 아무것도 가지고 오질 않았던 터라 친구에게 부탁해 함께 집으로 돌아갔어
친구는 이런 이야기는 웃어 넘기는 타입으로 호기심이 왕성한 여자라서 욕실 문을 자기가 열어주겠다고 했어
욕실은 아주 조용했어
덮개위에 던져놓았던 것들이 전부 바닥에 떨어져 있었어
뜨거운 물속에서의 웃음소리도.. 덮개를 두드리던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친구가 덮개를 열었어
그런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을뿐 여자는 커녕 머리카락 한올 없었어
그저 깨끗한 목욕물일 뿐이었어
하지만 아무래도 기분이 나빠서 친구에게 부탁해서 목욕물을 버려달라고 했어
친구가 욕조 마개를 뽑아 물을 빼내고 있을때 전혀 다른 곳에서 그것을 찾아냈어
난 몸이 얼어붙고 말았어
좌변기의 닫힌 뚜껑 사이로 긴 머리카락이 살짝 삐져나와 있는걸 본거야
친구도 그걸 눈치챘나봐
내가 말려도 들은척도 않고 변기 뚜껑을 여는거야
그 안에는 여자의 얼굴만 동동떠서 위를 보고 있었어
마치 가면같은 그 여자는 눈동자를 또르르 굴려서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친구를 보고 다음엔 나를 보았어
나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여자는 또 입을 빠끔히 열더니 이번엔 분명하게 들리는 날카로운 소리로 웃기 시작했어
꺄하하하하하....끼히히히히
웃음소리에 맞춰 여자의 얼굴이 태엽 장치처럼 조금씩 떨리면서 흘러넘치던 흑발이 스르르륵 변기안으로 끌려들어갔어
굳은 표정을 한 친구가 때려 부술듯한 기세로 변기 뚜껑을 닫아버렸어
그리고 그대로 한손으로 뚜껑을 누른채 다른 한손으로 레버를 비틀었어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가 물이 흐르는 소리와 무리하게 삼키려고 하는 듯한 흡인음에 싹 지워졌어
너무 정신이 없었던 탓에 이후의 일은 기억이 잘 안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갈아입을 옷가지와 간단하게 귀중품을 챙겨서 친구의 집에 와 있었어
집에 오자마자 친구는 가장먼저 화장실과 욕조의 뚜껑을 열어놓고는
「이거 절대로 닫지 마」
라고 몇번이나 다짐을 받았어
이튿날 이른 아침
싫다는 친구에게 간절히 부탁해서 한번더 우리집에 가봤어
거기엔 더이상 아무것도 없었어
하지만 그래도 난 집을 내놓고 친가로 들어왔어
회사랑 멀긴하지만 더이상 혼자살 자신이 없었거든
지금도 목욕할때는 엄마나 동생에게 먼저 들어가 달라고 부탁하고 있어
화장실 뚜껑은 가족들에게 말해서 아주 떼어내 버렸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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