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다른 동물은 문자를 쓸 수 없는 반면 인간은 어떻게 문자를 쓸 수 있게 되었나? 무엇이 인간에게 문자 활용 능력을 가능하게 하였는가? 문자를 활용하여 정보를 축적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만 특별히 필요한 지적 능력이 있을까?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만의 특별한 고유 능력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인간에게만 있거나 인간만의 압도적으로 우월한 지적 능력 같은 것은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조금 뛰어난 인간의 추상화 능력이다. 본질적인 지적능력에서의 차이가 아닌 추상화 능력에서의 그 약간의 차이가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완전히 다른 존재로 만들었다. 인간에게의 다른 동물에 비해 조금 더 나은 추상화 능력을 통해 인간만이 문자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문자는 인간에게 정보축적능력을 발생 시켰으며, 결론적으로 정보축적능력을 통해 인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동물들과 명백히 구분되는 막강한 역량을 가지게 되었다. 심지어 그 역량 차이는 필연적으로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이다.
추상화를 “특정 형태의 정보를 임의 의 다른 형태의 정보로 변환”하는 것으로 정의해 본다. 그러니까 추상화 능력은 예컨대 시각적인 형태의 정보를 예컨대 숫자나 소리 형태의 정보로 변환하는 능력을 말하며, 또한 그 숫자나 소리 형태의 정보로 변환된 정보로부터 원래의 시각 정보를 파악해서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문자 생성의 핵심인 기호화는 대표적인 추상화 작업이라 할 수 잇겠다. 그리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추상화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의 이런 추상화 능력은 다른 동물에 비해 조금 더 뛰어나다. 이 차이 자체만으로는 인간과 다른 동물간의 이 극명한 역량 차이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 조금의 차이로 인해 인간에게는 얼마든 할 수 있지만 다른 동물에게는 전혀, 또는 거의 할 수 없는 지적 능력이 생길 수는 있다. 즉, 인간과 동물간의 추상화라는 보편지능 차이를 경계로 해서 인간은 할 수 있고 동물에게는 할 수 없는 어떤 역량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차이가 인간과 동물간의 역량 차이를 만들 수 있고 이 차이가 인간과 동물간의 역량 차이를 설명할 수 도 있다. 그리고 그 조금의 차이로 인해 인간에게는 얼마든 할 수 있지만 다른 동물에게는 전혀, 또는 거의 할 수 없는 지적 능력이 바로 문자구사능력이다.
동물이 문자구사능력을 가지게 되기 위한 몇가지 필요 조건이 있는데 그 첫째는 집단생활이다. 혼자 살아가는 동물에게는 문자는 커녕 언어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존재와 소통할 일이 없는데 소통 기구인 언어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자구사능력 존재는 우선 집단생활 동물 이어야 한다(소통능력이 없지만 혼자만의 기록능력은 있는 경우는 배제하자..). 여기에는 많은 동물이 해당한다. 개미, 벌, 침팬지, 새등.. 이것은 문자능력 그자체와는 관련이 없지만 문자능력을 위해서라면 잠재적으로 갖추어 져야 할것 같은 전제조건에 가깝다.
둘째로, 문자구사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의 추상정보를 이해하는 추상정보 이해력이 있어야 한다. 동물 중에 일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일부 동물의 경우 강력한 동기를 주어 인위적으로 훈련시키면 우리가 만든 추상정보인 문자를 이해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힘들고 오랜 노력이 필요하며, 그나마도 대단히 한정적인 추상 정보만을 이해 시킬 수 있다. 그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건 인간만이 추상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셋째로, 문자구사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정보를 만들 수 없으면 문자를 사용해서 기록할 정보 대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문자구사능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이것 역시 몇몇 동물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일부 동물은 축적의 대상이 되는 보편적 정보를 새롭게 발견하거나 자기 나름대로의 어떤 이치를 깨달을 수도 있다. 그렇게 획득된 보편적 정보나 방식을 생존과 번식에 활용할 줄 아는 동물은 간혹 소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로, 문자구사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호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문자구사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특정 정보를 임의의 시각적인 형태로 변환하여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만이 가능해 보인다. 물리적인 실체적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동물은 있겠지만, 그 실체적 정보를 의미하는 그것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임의성”시각정보를 스스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동물은 없는 것 같다. 꿀벌이 자신이 발견한 꿀의 위치를 특정한 비행궤적으로 다른 꿀벌들에게 표시하기는 한다. 다만, 이것은 시각적이기는 하나 저장되지는 못하고, 임의적이기는 하나 본능적이고 고정적인 것으로 자의적이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문자구사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에게 추상정보를 전달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문자구사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성시킨 추상성 정보를 타인에게 표현해서 이해 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신이 발견하거나 만든 추상정보를 자신밖에 활용할 수 없다면, 그래서 다른 존재가 그 추상정보를 이해 할 수가 없다면 그 정보는 결국 자신만이 접근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정보는 축적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생명체에게의 수명은 한정되어 있는데 후대로 전달될 수 없는 그 정보는 자신이 죽음과 동시에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존재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추상정보를 스스로 생성시킬 수 있는 수준의 추상화 능력을 가진 동물 역시 인간 말고는 없는 듯 하다.
문자를 통해 타인과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현상에 대한 실체적정보를 임의의 규칙에 따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또한 그 임의의 규칙은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의 것이거나 또는 사전에 서로 약속된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되어야지 정보 축적도 의미가 있고, 축적된 정보도 효용이 있다. 그리고 인간만이 스스로가 만든 추상성, 그러니까 임의의 규칙을 이해할 수 는 있으며, 그러나 그들 스스로는 다른 존재에게 자신이 이해한 규칙을 이해 시키려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스스로의 문자를 통해 스스로의 정보를 생성해서 기록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밖에 없다. 인간만이 문자를 만들 만큼의 추상능력과 동기가 있고 다른 동물은 그렇지 않으며 그 차이가 인간과 동물의 역량차이를 갈랐다. 동물에게 문자 만드는 능력과 동기를 통해 문자를 만들어서 활용하여 시간이 흐른다면 필연적으로 그 동물도 인간에 버금가는 역량을 가진 존재가 될 것이다 (물론 그 사이에 인간이 간섭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추상화 : 특정 형태의 정보를 임의의 다른 형태 정보로 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