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자체의 능력은 다른 동물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에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의 역량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분명 극명하게 뛰어나다.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는 인간의 능력에서 보여지는 이다지도 분명한 동물과의 역량 차이는 그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무엇이 인간을 이렇게 대단한 괴물로 만들었을까? 결과가 되는 현상을 역추적해서 우선 한번 생각해 보자. 인간은 로켓을 쏘아 달나라에 뭔가를 보낼 수 있는데 다른 동물은 그러지 못한다. 동물, 예컨대 침팬지가 로켓을 쏘아 올려서 달나라에 뭔가를 보낼 수 있게 되기 위해서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가? 우선 정교한 언어와 문자가 있어야 하겠고, 정교한 도구를 만들 수 있어야 하겠고, 자연법칙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겠고, 이런 거대한 일을 함께 하기 위한 협동심도 있어야 하겠고, 이런 거대한 작업을 위해 필요한 축적된 정보가 있어야 하겠다. 이것들만 있으면 달나라에 갈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침팬지가 로켓을 쏘아 올리게끔 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탈-존속성 목적의식이다. 그러니까 로켓을 쏘아 올리려면 여러가지 지적 역량들과 함께, 존속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는 탈-존속성 목적의식도 필요하다. 그것이 없으면 달나라 여행 같은, 존속과는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일에 대한 노력이나 시도는 안 할 것이다. 그럴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뭔가를 하려면 그것을 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그것을 하고자 하는 동기나 상상력도 있어야만 한다.
다시 돌아와서 무엇이 인간을 이토록 특출나게 만들었나? 인간이 동물에 비해 근본적으로 우월한 역량은 무엇인가? 현상적으로 보면 결론적으로 그것은 “정보축적능력”이다. 정보축적능력은 새롭게 파악한 정보나 생성한 정보를 추상화 시켜서 그 정보들을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존재나, 나아가 다음 세대도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끔 온전히 외부에 저장하는 능력으로 정의해 본다. 그리고 정보 축적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만이 정보를 생성시키려 하고, 관찰하거나 받아들인 정보를 적극적으로 어딘가에 남기려 한다. 또한 인간에게는 그렇게 변형된 형태로 축적된 정보를 서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다른 동물에게도 어쩌면 어느 정도의 정보축적능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동물과 인간과의 정보축적능력 차이 정도는 동물과 인간과의 역량 차이에 버금갈 정도로 차이가 날 것 같다.
정보축적능력은 종합적인 지적 활동에 의한 인지능력이다. 정보축적능력을 가지려면 우선 축적할 만한 정보를 스스로 파악하거나 만들어 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정보를 어떤 식으로든 외부에 온전하게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저장된 정보는 나중에라도 자신이나 타인에게 의미성 접근이 가능한 형태의 것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저장된 정보는 필요에 따라 언제든 언제적 정보든 누군가의 목적에 맞게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것들이 갖추어 졌을 때 정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축적될 수 있다.
정보축적능력은 인간에게는 있지만 동물에게는 없거나 거의 없다. 세부내용은 차후에 더 언급 하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동물에게는 스스로 파악한 정보나 만들어 낸 정보를 자신이나 다른 개체의 머리 속 말고 다른 곳에 저장해는 놓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들에게 새로운 정보는 곧 바로 사라지거나 기억 형태 이외의 방법으로는 저장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기억은 불안정 하기 때문에 대개 머리 속에 들어온 새로운 정보는 온전하지 않고 왜곡된 형태로 저장되기 마련이다. 왜곡과 함께 기억력에는 또한, 양적인 한계도 있어서 동물들이 저장하거나 축적할 수 있는 정보는 양에도 명백한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생명체에게는 수명이라는 숙명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동물들의 정보는 다른 개체에게 전파가 되어야지 만이 축적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동물은 자신이 생성한 정보를 다른 존재가 활용할 수 있게끔 온전히 표현 하는 능력이 대단히 제한적이다. 그들의 제한된 언어능력과 소통능력, 표현능력으로 보건대 그들이 다른 개체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보에는 양과 정교함과 정확도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또한 같은 이유로, 동물은 다른 개체의 정보에 접근하여 받아 들일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정교함과 정확도에도 한계가 있다. 그리하여 동물들에게는 생성하여 머리 속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의 전부 또는 대부분은 개체의 죽음과 함께 몽땅 사라진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동물들에게는 정보를 활용하거나 정보를 임시로 저장할 수는 있을지언정, 생성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능력은 없거나 대단히 제한적이다. 결론적으로 정보축적능력은 인간만의 고유 능력이다.
정보축적능력: 새롭게 파악하거나 생성한 정보를 추상화 시켜서 그 정보들을 자신이나 다른 존재, 다음 세대도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끔 온전히 외부에 저장하는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