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327536 글쓴이 우국충정 조회 8837 누리 2129 (2203/74) 등록일 2007-6-12 11:41
자칭 타칭으로 민주개혁세력의 적자라는 김근태가 이번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며 열린우리당 탈당도 공식화했다. 한마디로 자업자득이다. 냉정하지만, 이게 진실이다.
그는 87년 양김의 분열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자세는 좋았을지 모르나, 이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정치권 입문 이후 단 한 번도 그의 타이틀에 걸맞은 업적을 남긴 적이 없었다.
오히려 결정적인 순간마다 거듭된 뻘짓으로 명함 파고 다니던 민주개혁세력의 적자라는 타이틀의 빛을 잃게 하였음은 물론, 잘못된 처신과 뜬금없는 어휘 선택으로 무능론을 퍼뜨리는 X맨 역할도 도맡았다.
가깝게는 2002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와의 단일화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자기만 깨끗하다는 식의 경선자금양심고백 해프닝을 거쳐, 급기야 정당한 국민경선 후보로 선출된 노무현에게 그가 오늘 비판한 바로 그 기득권의 또 다른 한 축인 정멍준이와 단일화를 하라고 압박하면서 끝내 노 후보의 도움 요청을 거부하는 희대의 뻘짓을 벌인 바 있다.
그리고 이후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에서도 뜬금없는 단식쇼 후에야 합류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 행보를 보였으며, 이후 초기 지도부 선출과정에서 전당대회 불출마를 통해 정동영과의 정면승부를 회피하는 나약함을 노정한 바 있다. 그 결과 단 한 번도 대의원들의 직접 선택으로 당내 경선에서 1위를 한 적이 없으며, 우리당이 사실상의 파산선고를 받은 올 초에 접어들어서야 겨우 비대위를 떠맡는 형식으로 의장직을 역임하는 형국을 연출했으며, 급기야 창당의 핵심가치였던 기간당원제를 폐지하는 악역을 맡고야 말았다.
이외에도 총선 직후 입각을 둘러싸고 정동영과 서로 낯뜨거운 자리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복지부 장관으로서 국무회의 때는 뭘 했는지 뜬금없게 대통령 해외 순방중에 계급장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 역시 해결책은 하나도 내놓지 못한 채 분란만 일으키고 말았다. 급기야 한미FTA 협상 시국에선 단식쇼에 동참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좌충우돌식 정치 행보를 보이고야 말았다. 그리고 노 대통령에게 비판받은 정치인 중 내부 인물로는 최초로 오늘 불출마 선언을 하고 말았다.
정치는 결단의 연속이다. 그러나 이 여의도의 햄릿은 정계 입문 이후 늘 결단해야 할 때 망설였고, 신중해야 할 때 경망스러웠으며, 싸워야 할 때 움츠러들고, 조정해야 할 때 앞에 나서서 분란을 일으키고 다녔다.
개인적으로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이며, 고문에도 굴하지 않았던 도덕성을 지닌 인물임을 모르지 않으나, 그것만으로 지도자가 되기에는 부족함을 드러내고 말았다. 한 때 기자들이 뽑은 차기 지도자 감 조사에서 늘 1위를 맡아놓고 하던 인물인 것 보면, 대한민국 기자들의 눈이 썩어 문드러졌거나, 김근태가 그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애초부터 역부족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개인적으로 한 때 김근태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 지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하였다.
교육자 집안 출신에, 경기고 서울대를 졸업한 재야운동권의 적자라는 주류형 자산에, 오랜 민주화운동과 정계 입문 이후 비주류에 머무른 덕분에 얻은 때묻지 않은 이미지까지 합해서, 주류와 비주류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바로 그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 그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서 한 때 그의 홈피 등에서 제발 참모진 좀 바꾸라고 여러 차례 고언 아닌 고언도 한 바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재야에서 나름대로 유능하다고 소문났던 인물들은 하나같이 그와 사이는 나쁘지 않은데 그를 돕지 않았고, 그는 그런 이들을 자기 곁에 두고 조언을 듣기는커녕, 지적인 능력과 정치적 판단 능력이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우원식, 문학진이 같은 떨거지들, 아니면 이인영, 임종석, 우상호 같은 겉멋만 든 의장출신 떨거지들의 조언만 들었다. 그러다 보니 두는 수마다 악수요, 그나마 그 악수도 늘 한 타이밍 늦거나 지나치게 빨라서 있는 집까지 다 잃고 말았다. 한마디로 다 자업자득이다. 참모를 보는 눈, 쓰는 능력도 다 자기 그릇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오늘 불출마 결단을 내린 것 자체는 환영하지만, 기자회견문 내용도 그렇고, 질의응답에서도 그렇고, 역시 김근태의 가장 큰 문제는 참모진이 무능하고, 그런 참모를 구분하지 못하는 리더로서의 근본적 자질이 떨어지는 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자기가 빌미를 제공한 민주정부 무능론에 대해서 깨끗하게 오해의 소지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발언을 철회하며 DJ와 노 대통령의 스탠스와 동조하는 대신, 어물쩍 넘어가는 표현을 구사한 것이다. 그나마 미리 배포한 기자회견문에는 또다시 금기어인 실패라는 용어를 버젓이 사용하는 무신경을 노출하고 말았다. 기자회견장에서 누군가의 코치를 받았는지 이를 다른 용어로 바꾸긴 하였으나, 죽음으로써 다음을 기약하는 불출마 선언장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정치인으로서 무능의 극치를 보인 꼴에 다름 아니란 생각이다.
조금이라도 생각 있는 참모가 있었다면, 오늘 불출마 선언에서 같은 결론을 내더라도, 다음과 같이 말했어야 한다.
1. 나는 불출마한다.
2. 대통합의 밀알이 되겠다. 기득권을 버리겠다.
3. 정부와 당에 대한 지지자들과 국민의 비판과 비난은 내가 다 짊어지고 가겠다. 다른 누구보다도 내 책임이 크다. 내게 짊어진 기대에 부응하는 역할을 해내지 못함을 통렬히 반성한다.
4. 그러나 민주정부 무능론, 참여정부 무능론에는 결코 찬성할 수 없다. 일부 과오가 있었음은 인정하지만, 역대 어느 정부들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아니 그 이상의 뛰어난 성과들을 낸 것이 객관적 지표로 드러난다. 한반도 평화정착, IMF 유산의 극복, 독재의 그늘 청산과 민주주의 신장, 복지국가로 나가기 위한 토대 구축 등 부끄럽지 않은 성과를 남겼음에도 무능론이 번지게 된 것은 수구 기득권 세력의 상징조작이다. 물론 그런 빌미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두 정부를 만들고, 여당의원으로 참여한 나부터 깊이 반성하지만, 무능론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다. 적어도 IMF를 불러온 당, 민주주의를 말살한 당보다는 훨씬 유능했음을 분명히 해 둔다.
5. 평화개혁세력이 위기에 봉착해 있다. 수구 기득권 세력의 발호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느끼면서, 다시 한번 국민에게 호소한다. 대통합을 기대해달라. 아직 만족하지 못한 그 부분까지 꼭 만족시켜드릴 기회를 달라. 과오는 내가 지고 갈 테니까, 우리가 세울 통합의 리더에게 다시 기대를 걸어달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이뤄낸 성과는 계승하고, 그 과오는 철저히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이 김근태가 문지기로서라도 돕겠다.
뭐, 이런 식으로 나갔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도 마지막까지 잃어버린 10년론에 대한 반박도 없이 흐지부지 반성만 강조한 것 보면, 여전히 그에게 희망을 찾기에는 멀어 보인다. 단언컨대, 지금 보좌진 그대로 두고 있으면, 차기는커녕, 차차기에서도 김근태의 설 땅은 없을 것이다. 밀알이 되든 말든 상관없이 말이다.
출처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9&uid=3275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