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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1678
    작성자 : 웃기지마세요
    추천 : 15
    조회수 : 1245
    IP : 14.38.***.38
    댓글 : 20개
    등록시간 : 2016/05/10 17:04:24
    http://todayhumor.com/?wedlock_1678 모바일
    흑역사를 남긴 프로포즈
    존재감 없이 있는듯 없는듯 평범함을 지향하는 저에게 인생의 한획을 그을만한 흑역사를 남긴 프로포즈 실화를 들려드립니다.
     
    타인의 흑역사는 뭐다? 유머다! 그래서 음슴체로 감.
     
    ---------------------------------------------------------------------------------------------------------------------
     
    결혼을 약속하고 상견례까지 끝낸 우리는 혼자 독립중이던 와이프의 집을 정리하기 위해 신혼집을 결혼날짜보다 6개월 빨리 구해서 같이 살았음.
     
    다세대주택 1층에 자리잡은 작고 아담한 집인데 우리가 들어갈때 집주인이 새하얗게 도배를 해줘서 마음까지 하얘짐.
     
    나는 태어나서부터 군대있을때 빼고는 엄마랑 헤어진적이 없어 할줄 아는게 없었고 (엄마가 다해줌 feat 마마보이)
     
    와이프는 20살부터 일찍 독립하여 자립심이 강함.(혼자 다함 feat 독불장군)
     
    이러니 초반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았음. 와이프는 미용업 종사자라 회사원인 나보다 퇴근시간이 훨씬 늦은 저녁 9시쯤 집에 오기때문에
     
    내가 어느정도 집안일을 해놓아야 하지만 할줄아는게 없으니 와이프한테 맨날 혼나면서 집안일을 함.
     
    (지금은 다 잘함 근데 이상하게도 혼나는건 똑같음)
     
    그러던 어느날 와이프가 프로포즈 안해줄거냐고 물어보길래
     
    내가 프로포즈 해서 당신이 허락해주었기 때문에 지금 같이 살고있는것 아니냐고 했더니 나중에 친구들만나면 다 프로포즈 자랑하는데
     
    자기는 할말이 없다면서 프로포즈 이벤트 해달라고 요청함.
     
    난 시큰둥하게 프로포즈는 이미 했으니 안할거라고 무슨 프로포즈를 두번하냐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못난 나때문에 힘들어하는게 미안했기에
     
    내가 할수있는 정성가득한 프로포즈를 해주기로 마음먹음. (감동의 도가니 탕으로 기필코 널 울리고 말겠어!!!)
     
    신혼집 장만하느라 한푼도 없는 나는 비용이 많이드는 이벤트를 해줄수가없어서 집에서 하기로 함.
     
    돈많이 안들고 정성을 보일수있는 나만의 프로포즈 계획은
     
    하트모양으로 배치한 촛불가운데에 와이프를 세우고 배경음악을 깔고 나의 진심이 담긴 편지를 낭독하고
     
    꽃다발을 주고 마지막으로 목걸이를 걸어줌 그리고 직접 구운 스테이크와 와인한잔 곁들이면서 저녁식사! 캬~
     
    별것 아닌것 같지만 뭔가 분위기는 있어보인다고 생각했음.
     
    드디어 프로포즈 하기로 마음먹은 날이 다가옴.
     
    미련한 나는 미리 모든 준비를 마쳤으면 좋았을것을 그당시엔 왜 그렇게 하지 못했는지
     
    꽃다발과 목걸이만 준비하고 다른건 하나도 준비를 하지않음.
     
    우리동네엔 대형마트가 없었기때문에 준비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님ㅠ
     
    그러다보니 너무 더웠음. 집에와서 팬티바람으로 편지를 쓰기 시작함.
     
    그동안 미안했던것 고마웠던것 사랑한다는 말 앞으로 잘살자는 말 등 장문의 편지를 씀.
     
    편지를 쓰고나니 와이프 올시간이 얼마 안남음.
     
    고기! 고기를 구워야해!!
     
    다시한번 말하지만 나는 그당시 할줄아는게 없었음. 인터넷으로 검색한걸 대충 기억해서
     
    와인에 숙성시킨 고기를 냉장고에서 꺼내 최대로 달궈진 후라이팬에 살포시 놓았더니 엄청난 연기와 함께 기름이 사방으로 튐.
     
    버터가 없어서 기름을 넣은것이 실수였던것 같음.
     
    긴장한 탓인지 가스렌지 후드 키는것도 까먹고 문도 다 닫혀있는 상태였고
     
    온 정신을 고기 굽는데에 집중하다 보니 집안이 불이 난것처럼 연기로 가득한것도 모르고 있었음.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거짓말처럼 앞이 안보일 정도로 집안이 연기로 가득함.
     
    긍정적인 나는 "오~ 불끄고 촛불키면 연기효과 분위기 쩔겠는데?" 하면서 좋아라함
     
    하지만 연기가 앞이 잘 안보일 정도라 문을 살짤 열어놓기로 함. 그리고 나머지 미비된 준비를 하고있었음.
     
    그러던중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남.(?????)
     
    뭐야 누가 다쳤나? 그당시 나의 온 관심은 프로포즈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가 현관문을 쾅쾅쾅~하고 두드림. 그때 너무 크게 두들겨서 완전 깜짝 놀랐음
     
    처음엔 무서워서 대답안했는데 계속 시끄럽게 쾅쾅쾅 두들겨서 조심스레 현관문을 열었음.
     
    내가 팬티바람으로 맞이 한 건 소방관 아저씨들과 뒤에 구경하고있는 동네 주민들 그리고 울고있는 내 와이프....
     
    잠깐이었지만 그 순간 시간이 멈춰있는 것 처럼 느껴졌음.
     
    너무 놀래서 그때 무슨말 했는지는 기억이 잘안나지만 열어놓은 창문에서 연기가 엄청 나오니까
     
    불이 난줄알고 지나가던 사람이 신고한것이었음. 그리고 소방차가 도착하고 마침 와이프도 도착함. (하필 타이밍도 좋은듯)
     
    나중에 물어보니 소방차가 집앞에 있고 우리집창문에서 연기가 막 나오니까 와이프가 불난줄알고 울고있었던 것임.
     
    뒤늦게 정신 차린나는 집안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소방관 아저씨들에게
     
    고생해서 출동해주셨는데 정말 죄송하다고 불난거 아니라고 설명을 함.
     
    팬티 바람으로 소방관 아저씨들에게 말하는 내모습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동네주민들은 웃으면서 갈길 감.
     
    소방관 아저씨들도 웃으시면서 돌아가심.
     
    다들 돌아가고 난 준비한게 아까워서 프로포즈 시작함.
     
    와이프는 눈물로 번진 눈화장 때문에 펜더의 모습으로 나는 팬티차림으로...
     
    ---------------------------------------------------------------------------------------------------------------------------
     
    쓰다보니 좀 길어졌네요ㅎ
     
    감동먹어서 울리는게 목적이었는데 이유는 다르지만 어쨌든 울리긴 울렸습니다ㅎㅎ
     
    와이프가 하트 촛불 가운데 세울땐 자기를 화형시키는것 같았다고 하더군요ㅋㅋㅋ
     
    그리고 문제를 일으킨 스테이크는 겉은 타고 안쪽은 그냥 생고기였더라는... 결국 전자렌지에 다시 돌려먹었어요ㅎ
     
    요알못에겐 전자렌지와 인스턴트식품이 짱인듯
     
    그때 출동하셨던 소방관아저씨들 정말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저의 흑역사를 남긴 프로포즈 이야기는 여기까지에요.
     
    글 솜씨가 없어서 두서없이 작성하여 이해가 안되실수도 있으나 그 문제는 잘생기고 아름다운 여러분들의 몫이에요.
     
    감사합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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