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으세요...주변인들에게 피해줄 거 다 주고 나중에 폐암 걸려 담배회사 원망하지 말구요"
"불만만 말하지 마시고 진정으로 담배를 끊으실려고 노력이나 해보셨습니까"
"간접흡연으로 당신이 만든 기형아, 폐렴환자만해도 여러 명이겠어요"
"그러니까 담배를 아예 없애버려~ 짜증나~ 그거 없어지면 다른데서 다 세금 걷는다"
공공시설 내 흡연규제에 이어 길거리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모든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하자는 비흡연자들의 목소리가 높네요.
이들은 아마도 공공장소에서 담배연기로 인해 더 이상 피해를 볼 수 없다는 것이겠죠.
글 쓰는 사람도 흡연자입니다.
20년 가까이 담배를 피워왔고, 현재도 담배를 끊을 생각을 하지 않는 '꼴초'입니다.
하지만 길거리 흡연에 고통 받고 이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비흡연자들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길거리 흡연 규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흡연자들이 자초한 것이 아닌지 반성도 해야 합니다.
흡연자들은 비흡연자들에 대해 배려나 이해 없이 거리 곳곳에서 담배를 피워왔고 이 때문에 비흡연자들이 겪어왔을 고충을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길거리 흡연 규제의 주장이 모두 합리적이지는 않다고 봅니다.
비흡연자들의 주장 또한 어느 한쪽의 배려나 이해보다는 일방적인 힘의 논리로 상대를 몰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불과 몇 해 전까지 흡연자들이 가졌던 사고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우선 제가 글의 첫머리에 길거리 흡연규제에 찬성하는 네티즌들의 글을 몇 가지 예시했습니다.
물론 다양한 주장중의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저는 위의 4가지 댓글이 비흡연자들의 정서를 온전히 반영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들은 흡연에 대한 이해보다는 흡연을 하나의 범죄행위로 취급합니다.
그래서 담배를 끊는 것은 하나의 선택행위가 아니라 당연한 기정사실로 강요합니다.
흡연에 대한 개인적 취향이나 가치관은 이들에게 생각할 가치도 없는 몹쓸 것에 불과하다는 인상입니다.
그들은 길거리 흡연의 범죄성을 유포하며 비흡연자들의 건강침해를 사실근거로 주장합니다.
물론 폐쇄된 공간 속에 장기간 흡연에 노출될 경우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길거리에서 맡은 담배냄새가 폐암 등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도대체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는지.
수십년간 담배를 피워온 흡연자들도 담배와 폐암 등 질병과의 연관성을 증명하지 못했고, 이에 대한 담배소송에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하물며 길거리에서 맡은 담배연기를 자동차 매연에 비유하는 주장에는 오히려 비흡연자들의 '살의'마저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담배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합니다.
더 나아가 정부가 아예 담배를 없애버리라고 하지만 과연 현실성 있을까요.
그들은 '매연주범 자동차도 금지시켜라'라고 떼쓰는 흡연자들에게 어이없다고 폄하하지만 담배를 아예 만들지 말라는 그들의 주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길거리 흡연에 찬성하는 입장은 절대 아니지만 비흡연자의 이 같은 주장에는 절대 공감할 수 없으며 그들 주장으로 절대 길거리 흡연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가 공존할 수 없는 선을 그어놓고 어느 한쪽이 지금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주장은 인종이나 종교차별과 같은 인간사회에 대한 폭력과 다를 바 없는 것 아닌가요.
그런 주장은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해묵은 갈등만 연장시킬 뿐입니다.
저는 정부나 비흡연자들이 금연 규제보다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공간마련을 주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야 한다는 것이죠.
길거리나 공공시설에서 흡연공간을 만들어 준다면 흡연자들은 당연히 그곳에서 흡연할 것이며 흡연과 비흡연 공간을 구분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공공질서로 자리 잡힐 것입니다.
그것이 흡연과 비흡연의 권리를 서로 존중하는 방법이 아닐까요.
최근 대형 카페나 음식점등은 흡연과 비흡연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충돌은 없습니다. 흡연석과 비흡연석 구분은 바로 서로 배려하고, 서로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 때문입니다.
행여 비흡연자들 중 흡연공간 마련을 위한 예산문제를 지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흡연자들이 내는 세금으로 충분하다 못해 흘러 넘칠 것입니다.
지금처럼 흡연자들이 내는 세금으로 국민모두 공평히 부담해야 할 건강부담금 등으로 전용될 것이 아니라 이를 흡연자들을 위한 시설마련으로 사용한다면 흡연시설 마련은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사실 정부는 지금까지 흡연자에게 세금을 거둬 흡연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지 않았습니다.
어디 공공기관 등에 흡연시설을 마련했다는 얘기 하나 못들었습니다.
건강부담금 등 구멍 난 정부재정을 충당하기 급급하다가 국민건강권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는 어이 없는 주장만 하고 있습니다.
금연운동 단체들도 금연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온갖 흉칙한 사진으로 흡연이 몸에 해롭다고 주장하는 것도 좋지만 흡연자, 스스로 자발적으로 담배를 선택하는 흡연자를 위해 공간마련을 위한 배려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흡연자들이 이 땅 위에서 사라질 '족속'들은 아닌데 말입니다.
흡연과 비흡연은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어떻게 흡연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끊어'라는 식의 해법은 더 많은 갈등만 일으킬 뿐입니다.
저는 흡연자입니다. 정말 저같이 '잘' 흡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공간을 마련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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