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2때의 일이다.
나는 아파트 15층에 어머니와 둘이 살고있었다.
아파트가 좀 오래되긴 했지만 그만큼 이웃사람들이랑 사이가 좋았고
공무원 위주로 분양한 아파트인지라 이사가지 않고 오래 살고있는 이웃들이 많았다.
지금은 낯선사람들도 많이 보이지만...
그러던 어느날 우리 윗집이 이사를갔고...
또 며칠이 지나자 2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누나 한명이 우리집으로 찾아왔다.
윗집에 이사를 왔다며 혼자 사니까 잘 부탁드린다고 예의바르게 인사를하고
떡 한접시를 우리집에 갖다주었다.
엄마가 문을 열어주셔서 나는 방문밖으로 빼꼼~ 보고 말았지만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게 생겨서 잠깐 두근두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다음날.. 학교에 가려고 엘레베이터에 탔는데 그 누나가 타있었다.
내가 타자마자 누나는 나를보고 그냥 방긋~하고 웃어주었고
나는 그냥 고개로만 살짝 인사를 하고 엘레베이터에 올랐다.
그당시 나의 생활패턴이라고는 학교에서 야자를 마치고
독서실에서 공부..(거의 놀았지만..) 집앞 놀이터에서 담배한대피고 귀가..
항상 변함없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내 생활속의 즐거움이라곤 하루를 마치고 놀이터에서 담배한가치 피우는시간..
그 순간만이 내 하루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12시가 넘은시간.. 오늘도 어김없이 놀이터 벤치에 누워
담배를 피우고있었는데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나는 얼른 담배를 끄고 아무일 없다는듯 멀뚱멀뚱 앉아있었다.
"너~~ 학생이 담배나 피우고 말야~"
윗집에 이사온 누나였다.
"아 안..안녕하세요.."
담배피는 모습을 보여서 그랬을까..? 나는 당황해서 인사부터 했고.
누나는 베시시 웃으며 내 볼을 꼬집었다.
그리고 내 옆으로 앉더니
"나도 하나 줄래?" 하는것이었다.
주섬주섬 담배를 하나 꺼내서 누나에게 주고 불을붙여주니
누나는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듯 깊게 연기를 내뱉었다.
그날 누나와 많은 얘기를 하진 못했지만 그 누나가 어떤사람인지 조금은 알게되었다.
누나가 25살이라는것과 우리 윗집에 혼자 산다는점..
그리고 겉으론 밝아 보이지만 왠지모르게 쓸쓸해 보인다는점..
다음날 나는 혹시나 그 누나가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시간 먼저 놀이터에 가서 기다렸다..
새벽 1시가 넘도록 누나는 오질 않았고.. 나도 기다리다 지쳐 집으로 향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문을 닫으려던 순간
"꼬맹아~~ 같이가~~"
하면서 그 누나가 뛰어오는게 아닌가.
그 모습이 마치 여신이 강림하는 모습과도 같았다.
나는 뛸듯이 기뻤지만 애써 태연한척
"꼬맹이라뇨..고등학생인데.."라고 대답했고
누나는 또 베시시 웃으며 내 볼을 꼬집었다.
집에 도착하고 나선 심장이 계속 두근거려서 잠들수 없었고
다음날 아침 결국 한숨도 못자고 학교에 가게되었다.
다음날 그 다음날도 나는 밤마다 놀이터에서 누나를 기다렸고
매일만나진 못했지만 누나와 나는 가끔씩 놀이터에 앉아 얘기를 나누곤 했다.
가끔 엄마가 얘기하시길 윗집 아가씨는 어찌나 예쁘고 싹싹한지
동네사람들이 다 좋아한다고 나중에 신부감 얻을때 저런사람으로 데리고오라고 하셨고
그런 얘기를 들을때마다 나는 왠지모르게 기분이 좋아서
혼자 베시시 웃곤 하였다.. 윗집 누나가 웃는것처럼..
그러던 어느날 나는 평소보다 일찍 귀가하게 되었고
엘레베이터에서 한 남자를 마주쳤는데 그 남자는 소매밖 손등으로 문신이 조금 삐져나와있고
한 30대 정도로 되보이는 인상이 더럽게 생긴 왠지모르게 기분나쁜 사람이었다.
근데 그사람이 우리 윗층을 누르는게 아닌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나는 먼저 내렸지만 그놈이 누나집으로 들어가는지
누나네 옆집으로 들어가는지 아래층에서 숨죽이고 들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놈은 누나네 집으로 들어갔고
나는 그날부터 슬픔과 절망에 빠져 지내게 되었다.
그 다음날부터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며
독서실이 끝나도 놀이터에 앉아있지 않았고
누나랑 마주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그렇게 몇일이 흘렀을까..
그날밤에도 역시 놀이터를 지나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는데..
"꼬맹아~!!"
놀이터쪽에서 누나가 나를 큰소리로 불렀다.
"꼬맹아 요즘에 담배 끊었나봐?"
누나는 또 베시시 웃으며 태연한척 말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누나는 술에 취해있다는걸..
"너랑 놀이터에서 얘기하는시간이 나한테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데~"
나는 순간 누나를 만난게 기쁘기도 하지만 왠지 밉기도 하고..
여러가지 감정이 섞인 북받친마음으로 눈물이 쏟아져 내리는걸 참고있었다.
"너 내일도 그냥 집에 가면 죽~어~"
누나는 베시시 웃으면서 내 볼을 꼬집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누나는 지금 울고있다는걸..
그 다음날 나는 독서실이 끝나자마자 놀이터로 달려갔다.
어제 왜 울었냐고 속상한일 있으면 이제 나한테 얘기해달라고.. 얘기하고싶었는데....
결국 2시간이 넘도록 누나는 오지 않았고 나는 쓸쓸히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날 새벽 3시쯤인가.. 뭔가 우당탕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깨 불을 켰다.
이건 분명 윗집에서 나는 소린데 남자와 여자가 싸우는듯한? 그런 소리였다.
'그렇다면 이건 누나의 목소리?'
나는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고
위에서 들리던 누나의 목소리는 어느새 비명으로 바뀌어 가고있었다.
내가 그때 무슨생각을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나는 누나의 비명소리를 들은 순간 옷장에 있는 목검을 꺼내들고선
으아아아아아!!! 소리를 지르면서 누나의 집으로 달려갔다.
윗층에 올라오니 대문이 열려있고 저번에 마주친 팔에 문신있는 그 새끼가
주저앉아 피흘리고 있는 누나의 머리채를 쥐고있는게 아닌가..
나는 누나의 그런 모습을 보자 이성을 잃어서
가지고 있던 목검으로 그새끼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려쳤다.
그새끼는 저항할 겨를도 없이 주저앉았고
나는 주저앉은 그새끼의 멱살을 잡고 계단밑으로 밀어버렸다.
계단 밑으로 굴러 떨어졌는데도 나는 계속 소리를 지르며
몇번이고 그새끼를 내려치고 있었다.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옆집 윗집에서 다 깨서 나왔고
엄마도 놀라서 뛰어 올라오시더니 급하게 나를 막아 서시고 누나를 우선 우리집으로 피신시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새끼가 천천히 일어서고 있었고 나는 이제 죽었구나 생각했지만
그새끼는 술에 만취해 있던 상태여서 내가 자기를 때린것도 인식하지 못한체
동네사람들에게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이웃집 아저씨가 그새끼를 일단 진정시키고 엠뷸런스를 불러서 병원으로 태워 보냈다.
그날밤 엄마는 누나를 엄마방 침대에 눕혀서 간호를 해 주셨고
밤새도록 엄마방 불은 꺼지지 않았다.
나 역시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다음날 일요일..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