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면서 커뮤니티에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릴 적엔 안 좋은 일이나 힘든 일이 있으면 친구들을 찾아 한잔 기울이고 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타지로 떠난 친구들 얼굴 보기 조차 힘들어 졌습니다.
가족에게 털어놔 봤자 쓸데 없는 고민만 가중할 것 같아 그것 마저도 막혀 있는
그런 활로 없는 상황에서 고민을 하게 되니 어딘가 마음을 털어 놓고 싶어 지더라고요.
오늘의 유머라는 곳을 익히 알진 못했지만, 진지하신 분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들어서
이곳을 택했습니다. 각설하고 제 고민을 말하자면.....
저는 부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남들하고 똑같이 공부도하고 취직도 해서 많은 분들이
가고 싶은 그런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들어와서도 나름 열정을 불태우며
여러 프로젝트들을 나름대로 잘 해냈습니다. 덕분에 남들 보다 빠른 진급도 하게 되었지요.
그렇게 열심히 지낸 탓인지 이전 매니저가 저를 꼽아 회사가 처음 하는 아니 어쩌면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일지도 모르는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맡겼습니다. 당시는 왠지 그런 타이틀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같이 프로젝트에 뛰어든 회사의 젊은 주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무엇인 가를 한다는 그럼 느낌이었지요. 그전까지만 해도 다른 프로젝트들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처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왠걸 이번 프로젝트는 그 시작부터 달랐지요... 많은 경험을 가지진 않았지만 관심있게
지켜본 제 눈에는 고생길이 훤해 보였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최초, 초도 라는 말에는
항상 불안이 따르니까요. 점점 일에 지쳐갈 때쯤 덮친 격으로 건강까지 악화 되서 거의 6개월
동안을 무기력하게 보냈습니다. 건강이 호전되어 갈 때 즈음 그 프로젝트의 로드도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 카운터 파트너로 변호사 수명과 엔지니어 수명이 가담하면서
일은 저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달았습니다. 고객과의 최초 공사이기 때문에
이후 있을 프로젝트들도 연관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일을 그르치면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구원군을 매니저들에게 요청하게 되었죠.
하지만 세상을 너무 쉽게 봐왔던 탓인가 이 일이 묘하게 사내 정치와 연관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와 쌍두로 문제시 되었던 프로젝트에 매니저급이 붙으면서 그쪽에
더욱 인력을 집중 시키도록 관심이 집중되도록 분위기를 몰아가더군요. 그것까지는 프로젝트의
담당자로서 이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본인 프로젝트에는 5명의 인력을 투입 시키는 반면
제 프로젝트는 저 혼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떠들고 다니더군요. 그렇게 하면서 상위 권한자들의
눈과 귀를 마비 시켜갔습니다. 그 와중에 현안으로만도 버거운 입장인데 새끼 프로젝트도 저에게
담당을 넘겨버리더군요 졸지에 혹을 하나 더 붙였습니다. 다른 담당자들은 여유가 남아 돌아서
일하는 시간에 쇼핑도 잘하고 매니저들 퇴근 시간까지 자리에 붙어 있는게 지겹다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이쪽은 풀리지도 않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꼬박 일해도 퇴근해도 될지 죄책감이 드는데 말이죠.
일은 일대로 밀리고 지원 요청을 수차례 올렸지만 다 묵살 되었습니다. 그 매니저는 물론이거니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 매니저의 한단계 바로 위 매니저 또한 모든 로드를 저에게
집중시켰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 지쳐갔지요.
경기 탓에 여러 일을 겪으면서 그 매니저와 바로 위에 매니저는 회사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탓에
저는 다른 세션으로 위치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상황의 해결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 내는 창구가 되었습니다. 그전에 저에게 어떻게 오더를 내렸는지 왜
현재의 프로젝트가 극심하게 체증이 있는지 본인들의 과오가 모두 저에게 한숨간에 집중되는 구도가
되어버렸지요. 새로 저를 받아 들인 매니저도 상황이 난처하게 되었죠. 프로젝트가 손도 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으니까요. 저는 마지막힘을 짜냈습니다. 집에 가는 것도 포기 하고 정말 최후의
일격을 준비 했습니다. 그렇게 2달 여간 하루 12시간 이상 매달렸습니다. 매달리고 매달려서 겨우
조금의 차도를 보게 될 때 쯤 가족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 생겼습니다. 챙겨야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죠.
그렇게 조금 소강이 일어날때쯤 발주처에서 기다렷다는 듯이 보상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절망했습니다. 그리고 생각 했습니다. 이일을 끝내려면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겠구나,
그게 그 사람의 자잘못을 떠나서 발생할 것이며 나로만 끝나지도 않을 것이라고.
힘들게 고객과의 의견 조율을 마친 뒤에 보상할 금액이 정해졌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예산을 넘겼습니다.
오늘 그 예산초과를 처리하는 보고서를 어렵게 쓰고 결재라인을 탔습니다.
그리고 자금 관련 세션에서 하는 말이... 그거 예산 그 정도가 아니라 절반 밖에 안된다..........
하.. 어떻하면 좋을가요...... 예산 초과가 결재 라인을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이제는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말하는 대로 전범이라는 사람들 모두 빠져나가는 사이에
나는 유일한 전범이 되었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한들 무슨 소용일가요.... 내일 이일을 수습하러 갑니다.
이제 이곳에서 제 커리어의 마지막을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
참이상하죠... 저는 일을 잘 마무리하고 싶었을 뿐인데... 무엇이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