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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hil_16756
    작성자 : 스틸하트9
    추천 : 1
    조회수 : 766
    IP : 182.222.***.224
    댓글 : 4개
    등록시간 : 2018/11/07 12:14:35
    http://todayhumor.com/?phil_16756 모바일
    글쓰기라고 할 때

    발표되거나 출판되어 상업적으로 유통되는 글들은 그냥 '상품'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아침 드라마가 기혼 여성을 위한 맞춤형 환타지를 겨냥하고 히어로 무비가 남성들의 잠재된 욕망을 위해 기획되는 것처럼

    상업적으로 유통되는 글들은 진실과는 그닥 상관이 없습니다.

    쉽게 (그리고 거칠게) 말하면 '특정 소비자 층, XX들을 위한 포르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좀더 깊이 들어가면 '서사'라는 것 자체가 프로파간다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나찌 독일 국민의 서사, 무슬림의 서사, 유대인의 서사, 기독교인의 서사 등등...

    통속적 관념과 가치관은 이런 이야기들 속에서 형성됩니다.

    이런 이야기들 속에서 각자는 각자의 방식대로 위대한 영웅(강한 힘을 가진 가해자)이나 무고하고 선한 피해자ㅡ어느 쪽이든 본질적으로는 선민 의식ㅡ의 역할을 연기하는 상상을 합니다.



    아침 드라마가 특정 소비자들을 위한 일종의 포르노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습니다만,

    '82년생 김지영' 같은 부류들은 포르노보다 한술 더 뜨는 왜곡된 프로파간다라는 사실은 잘 모르거나 애써 은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왜곡된 이야기들 속에서 현실(즉, 있는 그대로의 것들)은 특유의 예측불가능한 다양성과 활동성을 잃고 일종의 거짓된 경직성 속에 갇혀 버립니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작품을 보면서, 민간인 거주 지역에 백린탄을 쏴대며 어린아이들이 산 채로 불타 죽는 모습을 보며 환호하는 유대인들을 상상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현실은 이야기 속의 서사처럼 단순하거나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일제 시대를 겪었다고 해서 모든 한국인이 결코 평화로운 백의민족이라는 타이틀에 부합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특정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기획된 거짓된 서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유통되고 주입됩니다.

    아침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일종의 향 정신성 포르노를 보고 있다고 자각하는 건 자각몽을 꾸는 것 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수천년전 과학적 지식이 없던 시대의 인간들이 두려움과 무지를 덮어두고자 꾸며댄 허황된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유일전능신 종교를 진심으로 믿고 정신적 위안거리로 삼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겠습니까?

    따라서 '이미 (그게 환타지라는 것을) 다 알고 있으니 영향받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은 오만이자 오산입니다.



    우리의 정신은 이런 류의 서사로 이미 오염될 대로 오염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똑똑한 녀석들은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가 '농경 사회적인 근면성에 대한 미화'에서 나온 것임을 알더군요.

    (농담조로 떠도는, 개미와 베짱이의 비틀린 엔딩의 스핀오프들ㅡ개미는 퇴행성 관절염과 직업병, 빈곤에 시달리고 베짱이는 연예인으로 성공하는 등ㅡ은 그래서 일종의 통쾌함을 유발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후기 산업사회적의 서사를 다시 완성하고 있습니다. 역시 돌고 도는 세상.)



    저는 그래서 상업적 글쟁이들을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는 경멸합니다.

    보다 정확히는 자신의 예술적, 철학적 위치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거나 자만하고 있는 자들에 국한해서죠.



    자신이 그저 글 써서 벌어먹고 사는 노동자에 불과하다고 인식하고만 있다면 요즘 세태에선 그리 욕 먹을 일은 아닐 겁니다.

    세상엔, 자기 자신도 자기 돈 주고는 안 살 것 같은 물건을, 생계를 위해서 남한테 팔아야 하는 직업들도 있으니까요.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할 줄 아는 게 그거 밖에 없다면 그렇게 해서라도 살긴 살아야겠죠.

    그래서 가끔은, 세상에서 그나마 '철학적으로' 좋은 직업은, 필연적으로 현실을 왜곡하는 서사를 팔아먹는 작가 따위가 아니라 과학자, 엔지니어, 요리사, 목수, 각종 수공예품 제작자 등등이 아닐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직업에 충실함으로써 타인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죠.

    (* 원폭을 만든 건 과학자가 아니라 과학자들이 발견한 물리학적 발견들을 이용해 원폭 전략을 입안한 정치인들이죠. 정치인, 권력자들이 동서 고금을 통틀어 까이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8/11/07 20:42:10  172.69.***.240  奇香  740745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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