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불로장생을 염원하며 식후땡으로 담배를 피웠습니다.
끊는다 끊는다 언제부터 하던 다짐인데 아직까지 담배를 피웁니다.
또 한번의 다짐을 합니다.
"요고만 피고 끊어야지."
조카 지연이가 제 방문을 열고 들어오더군요.
"에이 삼촌 또 담배 피웠지...
내가 피우지 마라 그랬잖아...그랬어 안그랬어?"
"이놈이...니가 내마누라라도 되냐?
왜 피면 안되는데...삼촌은 어른인데."
"몸에 나쁘잖아 그러니까 피지마."
삼촌의 건강을 진심어리게 걱정해 주는 꼬마천사를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습니다.
냅다 들어 안고는 강제로 뽀뽀를 해버렸습니다.
"꾸웨엑~~~저리가"
"삼촌이 이뻐해 주는데 싫어?"
"저리가 똥냄새 나....할무니한테 일를거야...우앙앙앙"
"-_-;;;"
그렇게 지연이는 제방에서 뛰쳐 나갔고 머쓱해진 전 방문을
살며시 걸어 잠궈둡니다.
지연이의 신고로 출동하실 제 어머니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죠.
유비하면 무환하다고 어디서 주워들은 기억이납니다.
담배 참 백해무익입니다.
돈 버려, 건강 버려, 조카한테 미움받아, 사람 지져분해 져...
이글을 쓰면서도 여전히 담배를 쳐물고 있는 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새끼일까요?
그것이 알고싶습니다.
입냄새에 관한 기억이 하나 떠오르는군요.
어느날 주말오후...
후배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혀니 : 왠일이냐? 아름다운 커플색히가 황금주말에 전화를 다주고?
착한 형아를 소금에 절여 죽일 심산인게냐?
후배 : 아뇨 그럴리가요...저녁에 술이나 한잔하게요.
혀니 : 그래? 여자친구 오늘 안만나?
후배 : 네...중요한 약속이 있나봐요.
혀니 : 그럼 난 닭이네? 니 여친은 꿩이고.
후배 : 형.
혀니 : 응?
후배 : 이제 그런 저질스러운 유머는 그만 하실때도 됐잖아요.
연세도 있으신데...
혀니 : 십알롬-_-;;
그날 저녁 시내에서 녀석을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만났어도 별로 반갑다는 생각은 안들었으나,
녀석이 술을 사겠다는 말을 듣고 난 후엔 정말 반가워지더군요.
아니 사랑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우선 생맥주부터 한잔하려고 호프집엘 들어갔습니다.
아직 해도 안진터라 간단하게 주문을 했습니다.
"여기 맥주 5,000cc 피쳐하나 하고요,
스페셜세트 안주요...이집에서 제일 비싼걸루다가"
간단하게 주문을 하자 녀석의 야리는 시선이 느껴지더군요.
굳이 눈을 마주칠 필요까지 없단 생각에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거렸습니다.
녀석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중요한 약속이 있다던 녀석의 여친에게서 온 전화였습니다.
후배 : 형 얘가 약속이 취소됐다고 만나자고 하는데 어쩌죠?
혀니 : 어쩌냐?...내가 짜져 줄까?
후배 : 아뇨 형만 괜찮으면 얘를 그냥 이리로 오라 그러죠 뭐.
혀니 : 나야 괜찮다만, 니 여친이 불편해 하지 않을까?
후배 : 괜찮을거에요...어짜피 인사도 한번 해야할텐데 잘 됐죠 뭐.
혀니 : 그래...그럼 니 여친 친구분도 한분 달고 나오시라고 그래라.
그리고 다시 그녀와 통화가 끝나고,
혀니 : 친구도 같이 온대?
후배 : 됐다는데요...혼자 온데요.
혀니 : 씨박.
후배녀석은 그녀가 오기전까지 간단하게 그녀의 소개를 해주더군요.
그녀의 거주지, 재산정도, 학벌, 가족사, 주변인물들, 사상, 종교 등
이런건 말 했을리가 없고,
그저 술 좋아하고, 노는거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술취하면 시끄럽다는둥
쓸데없는 이야기만 해주더군요.
기왕이면 사랑하는 여친인데 칭찬위주로
이야길 해주지 하는 아쉬움속에서도
혹여 가진자의 오만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못가진 자의 질투어린 마음으로 품어봤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에 시간이 좀 흐르고
저보다는 좀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 잘생긴 후배에게 어울릴만한
세련되고 예쁜 아가씨가 나타나더군요.
후배의 소개로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고 남은 맥주를 비워나갔습니다.
성격활발하다는 후배의 말과는 틀리게 그녀는 매우 얌전했습니다.
말도 거의 안하고 간혹 수줍은 미소만 보일뿐 말이죠.
혀니 : 이거 저 때문에 분위기 어색하네요...죄송해요.
후배 : 아니야 형...얘 술 좀 더 들어가야 말 나와...괜찮아.
부끄러운 듯 피식거리는 그녀...
술 들어가면 어떻게 변신을 할지 두고 볼 노릇이었습니다.
호프집에서 간단하게 한잔 한것 같은데 좀 취하는것 같더군요.
술도 깰겸 해서 주점으로 가자고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주말의 종로거리의 주점은 붐빌대로 붐비고 저희는 어렵사리
한 주점의 구석밖이 좁아터진 자리 하나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소주를 몇병 시키고, 안주도 시키고, 소줏잔이 몇순배 돌자
드디어 그녀가 말을 시작하더군요.
취기가 도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녀 : 오빠 우리 친하게 지내요 ...가끔 만나서 술도 하고 그래요 네?
애인 옆에 두고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딸치는 소린가 했습니다.
혀니 : 누구 맞아죽었다고 신문에 날일 있습니까?
옆에 계신 애인님하고만 친하게 지내세요.
후배 : 형 얘 술들어가면 아무한테나 이래요...친한척
그녀 : 히히...오늘 술 받는다.
하긴 이해하니까 둘이 좋아하는거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테이블에 빈소줏병 수가 늘어가면서 그녀의 말수는 많아지고
말의 속도는 빨라졌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가 만만해졌는지
어느새 그녀의 말은 반토막이 나고있더군요.
그녀 : 오빠야~내가 웃긴이야기 하나 해줄께 가까이 와봐바.
전 후배녀석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괜찮다는 듯 양팔을 벌려보이더군요.
전 상체를 숙이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아무도 들으면 안되는 이야기라도 하려는 듯
그리고 제 귀에 뭐라고 속삭이곤 뭐가 그리 웃긴지
제 얼굴에 침까지 튀어 가며 신나게 웃더군요.
그녀 : 오빠 가까이서 보니까 머리 딥따리 크다...푸하하하하하학켁켁켁
순간 제 인상은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지고 숨조차 못쉬겠더군요.
대가리가 크다고 놀림을 받아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웃으면서 제 얼굴에 뱉어버린 파전쪼가리가 기분 나빠서도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입에서 나는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악취가 문제였습니다.
이건 뭐 입속에다가 음식물재활용공장을 운영하는것도 아니고,
방금 유격훈련 뛰고온 군인양말을 씹어 먹은것도 아닐텐데...
발냄새 하나 진지해서 웬만한 악취에도 면역력이 상당한
저로서도 참아내기 힘든 악취를 풍겼습니다.
콧물하고 눈물만 안났지 방독면 없는 화생방훈련보다
참아내기 힘든 입냄새였습니다.
취해서 쉴새 없이 쏟아내는 그녀의 시끄러운 말소리는 귀를 괴롭히고
거기에 동반한 입냄새는 제 코를 죽여나가고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좁아터진 자리에 환기도 잘안되는 자리라서
그 고통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정도였습니다.
화장실을 가겠다며 그녀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후배에게 물어봤습니다.
혀니 : 야 넌 괜찮냐?
후배 : 뭐가 형?
혀니 : 그 냄새를 어떻게 참고 지내냐?
후배 : 무슨 냄새?...나 냄새 잘 못맡아...
축농증이 있어서...수술받을거야.
혀니 : 헉...
평상시 코맹맹이 소리가 약간 있긴 있었지만
녀석이 축농증이 있으리라곤 상상을 못했습니다.
그녀의 입냄새 테러에 식욕은 물론이거니와
의욕마저 상실하고 주점을 나왔습니다.
얼큰하게 기분좋게 취한 그녀는 정말 즐거워 보이더군요.
후배 애인만 아니라면 집에 그냥 가버리고 싶었습니다.
그것도 택시타고, 되도록이면 빨리 말입니다.
갑자기 그녀가 노래방엘 가자고 제안을 하더군요.
전 정중히 사양을 했습니다.
제가 가기 싫어하는 곳 중에 관공서, 교회, 도서관 다음으로
가기 싫어하는 곳이 노래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조르기 시작합니다.
조또 친한척 팔짱까지 끼고 흔들면서
코맹맹이소리로 노래방 가자고 노래를 부르는겁니다.
환장하겠더군요.
그녀 : 오빠아~~~노래에바앙~~~~노래에바앙~~오빠아~~~~
얼굴 바짝 드리대고 말이죠.
그녀의 칭얼거림에 제 얼굴은 그녀의 입김으로
녹아내리는 듯 했습니다.
난감스럽더군요.
애인있는 여자가 팔짱을 껴서 민망한게 아니었고
어린아이처럼 칭얼대며 조르는 그녀가 쪽팔려서도 아니었습니다.
역시나 그녀의 입냄새가 문제였습니다.
결국엔 그녀의 입냄새 어택에 그만 지지를 치고
노래방엘 가게 되었습니다.
노래방을 찾는데 우연히 편의점이 보이더군요.
지체없이 들어갔습니다.
담배두갑을 사고 휴대용 가그린을 하나 샀습니다.
혹시나 그녀가 자존심이 상할새라
혀니 : 이걸로 입 좀 헹구세요 술 좀 깨게요...좀 많이 취했는데.
입 한번 헹구고 나면 괜찮아 질거에요.
그녀 : 우와...역시 오빠가 최고 고마워~~딸꾹.
그리고 기분좋게 가그린 한통을 입안에 다 담더군요.
그녀 : 오로로록...오로...꿀떡꿀떡..
혀니 : -_-
그녀 : 이게 왜 목으로 넘어가냐...에씨...딸꾹...이제 노래방 출발~!
그모습을 아주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후배녀석의 흐믓한 눈빛이
전 왜 그렇게 가슴 아프게 느껴지던지...
노래방에 들어서자 그녀는 자기가 계산하겠다며 카운터 앞에 서더군요
제가 내야 할 순서였지만 전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녀와 실갱이를 벌이기가 두려웠던거죠.
물론 입냄새 때문에...
그녀 : 아저씨 우리 한시간, 써비쓰 팍팍...얼마에요?
아저씨 : 네 만....헉 씨ㅂ...만이천원이요.
노래방주인아저씨께 정말 죄송스러웠습니다.
신나게 놀더군요.
후배말이 맞았습니다.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고, 잘 놀고, 술취하면 시끄러운것까지.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좋은것 같고
다만 입냄새가 좀 걸어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신나게 댄스곡 몇곡을 후배녀석과 함께 생쇼로 보여주더니
이내 민망한 자세로 부르스까지 추며 절 제대로 소금에 절이더군요.
지들끼리 그렇게 한참을 놀다 지쳤는지 마치 적선이라도 하는 듯
제게 노래 하나를 하라고 마이크를 건네더군요.
기왕이면 후배가 불렀던 마이크를 원했으나 강제로 자기 마이크를
건네주는 그녀의 완력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안 할 순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전 최대한 마이크를 제 코에서 멀리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 : 에이 잘 안들리잖아. 오빠... 마이크 가까이 대고 불러.
그러나 여전히 마이크는 올라올 생각을 안하고,
보기에 답답했는지 그녀가 다가오더군요.
그리고 마이크를 잡고 제 입 가까이로 올려주려고 합니다.
전 반항했습니다.
마이크 하나를 서로 잡고 그녀는 올리려고 전 안 끌려가려는
둘만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순간 갑자기,
"툭~"
"퍽!!!"
"꽥~!"
마이크줄이 "툭~" 하고 빠지며,
마이크가 "퍽!!!"하고 제 안면을 강타하고,
전 "꽥~!"하고 쓰러졌습니다.
다행히 코피는 안나고 코도 안부러진거 같더군요
놀란 듯 그녀와 후배녀석은 자빠져 있는 제게 달려오고
그녀는 심히 걱정스러운 말투로 이야기 하더군요.
그녀 : 오빠 괜찮아? 많이 안다친거 아냐?(잘못들은거라 생각합니다-_-)
혀니 : 어..어 괜찮아 괜찮으니까 저리가.
그녀 : 어디야 입이야?...코야?...내가 호~해줄까?
호~ 해준다는 말에 갑자기 신경질이 나더군요.
혀니 : 제발 ~쫌!!!!!!
그렇게,
돌발사고가 나면서 전 삐져서 집에 먼저 가겠다고 했습니다.
안 붙잡더군요.
또 삐졌습니다.
후배 : 형 코 괜찮아?
혀니 : 니코나 걱정해 새꺄.
후배 : 내코가 왜?
혀니 : 그리고 새꺄 니 콧구멍만 고칠 생각하지 말고
니 사랑하는 애인 치과나 좀 데려가라.
후배 : 갑자기 치과는 왜?
혀니 : 형 간다 나중에 전화해라...
한 2년정도 된 이야기 같습니다.
이후로 후배녀석은 수술을 통해 축농증에서 완전 해방이 되었고
입냄새로 절 곤란하게 만들었던 그 여자친구와
그때보다 더 깊어진 사랑을 나누고 있습니다.
역시 사랑하는 사이엔 입냄새 따윈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가봅니다.
비단 입냄새 뿐 아니라 다른 어떤 더 험한것이라도 진정한 사랑앞에선
문제가 되지않는것 같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주고 남는 부분은 서로 나누어 가지며
행복한 사랑하시는 커플 여러분들 오래오래 예쁜사랑 하세요^^
솔로여러분들도 힘내시구요...짝있으신 분들보다 더 행복하세요.
저같은 놈도 삽니다...ㅜㅜ
마지막으로 조용히 외쳐봅니다.
"솔로만세"
from 웃대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