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게에 물어보고 싶었으나 익명성을 이용해 더 허심탄회하게 풀고 싶어 고민게를 이용합니다..
저에게는 만 6년 이상을 사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20살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사귀었고, 최근에는 서로 결혼이야기도 스스럼없이 할 정도로 서로 잘 지내고 진지하게 만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했습니다.)
예전엔 이 친구가 없는 일주일이 너무 힘들었던 적도 있고(근거리 연애라 거의 하루도 안 빼놓고 봐서) 서로 마음 정리 해야하는 상황도 왔던 적도 있지만 다 이겨내고 나름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대학생이었을 때는 학생답게 잘 놀러다녔습니다. 그런데 이제 둘 다 직장생활을 하게 되어 예전보다는 맘껏 못 놀러다니네요. 것도 남자친구네 회사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이 많아 예전 같은 데이트와 스킨쉽은 좀 힘들게 되었습니다만 그에 대해서 서운하다거나 슬프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새로운 스케줄에 맞는 새로운 데이트와 새로운 놀거리를 찾아서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남자친구가 배려심이 무척 부족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예전부터 사소한 일로 싸우게 되면 남자친구는 연락을 끊었습니다. 연애 초반의 저는 그를 풀지 못하는 게 싫어 그에 대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 전화를 하는 피곤한 스타일이었습니다만(그래도 2번 이내로 남자친구가 전화를 받아서 풀었습니다),연애 중반,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그게 서로가 생각할 시간을 갖는 중요한 시간이라 생각하여 그냥 두게 되었습니다.
다만, 저는 그 시간에 천천히 생각을 하는 반면, 남자친구는 (뭘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저로부터 휴가라고 생각하는 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 게임을 하고 뭐 이런 일상을 보내왔던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의 결과는 항상, '서로 달리 살아온 인생이 20년인데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이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내 쪽에서 이렇게 행동한게 남자친구에게는 힘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였습니다. 정말 몇 달에 한 번 쯤은 화를 내고 삐지기도 해보고 그랬는데, 남자친구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일관해 오히려 제게 힘든 시간이 되어.... 요새는 화조차도 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냥 신경쓰고 싶지 않게 되었달까...
제가 생각했을 때 잘못이 남자친구에게 있는 경우도 ( 예를 들어, 지난 해에 남자친구가 취업 전에 놀겠다며 사람들하고 스키장에 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하는 도중 전화가 왔고, 받고 약 3분 간 통화를 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끊겼습니다. 남자친구가 말하는 도중에 끊었던 것 같아요. 말이 도중에 끊겨...그래서 사람들하고 노는데 사람들을 만나서 끊었나보다..라고 백번 양보해 생각했습니다만 여전히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 조금 화가 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톡으로, 제가 퇴근할 때 전화를 달라기에 마침 하고 싶은 말이 많아 설레하며 퇴근 시간을 기다리고, 퇴근 시간에 전화를 했습니다만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두 번 정도 통화시도 끝에 소리가 들렸는데 이미 주변은 어수선.. 사람들하고 술을 마시는 모양이었는데 저는 그런 경우 보통... 이미 통화 약속을 했기에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5분이든 '오늘 일 힘들었냐, 특별한 일은 없었냐..... 근데 나 사람들하고 술을 마시게 되어서 오래 통화는 못 할 것 같다..'라고 말할 것 같았는데. 남자친구는 전화를 받은 상태에서도 (통화버튼이 저절로 눌린건지) 한참을 묵묵부답, 사람들의 어수선한 소리만 들리다가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미 오후에 말하는 도중에 전화를 끊는 우를 범했으므로 이번 통화를 기대했는데( 사람들이랑 술을 마시지 말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통화 약속을 해놓은 상태면 통화를 할 때 예의를 갖추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전혀.... 이미 마음은 콩밭에 가있는듯이 듣는 건 건성건성, 얘기는 안 하지만 나 사람들이랑 술먹는데 무슨 통화야 하는 게 절로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떈 5년을 사귄 상태였는데... 그리고 그 사람들도 그걸 알고 있었을텐데 뭔가 굴욕적인 느낌이 들어 좀 다그쳤습니다만.... 그 뒤로 잠수를 타더라구요... ) 사과 하나 안 하고 자연스럽게 그 날의 데이트에 대해서 말하는 남자친구...
위에서 이미 말했듯이 이런 점이 남자친구를 힘들게 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 저는 이제 다그치지 말아야겠다 라고 이미 (남친 잠수 중에) 생각을 했고 지금까지 1년 여 동안은 나름 잘 지켜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제 사소한, 정말 사소한 사건 하나로 6년의 시간을 되돌아볼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 어제가 아니라 그제군요.
남자친구가 게임을 하길래 옆에서 그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남자친구도 얘기를 하고 있고. 둘이 얘기를 동시에 할 때도 있고. 제가 뭘 물으면 남자친구가 얘기를 하는데 이상하게 조금씩 핀트가 안 맞는 느낌이었어요. 게임이 중반 정도 진행되었을 때, 남자친구가 어떤 아이템을 사길래, 어떤 아이템을 만들까 궁금해서 그를 묻는데, 대답을 한참 안 하더라구요. 그래서 또 물었는데.. 또 대답을 안 합니다.
그래서.. 아... 얘가 지금까지 내 말을 전혀 안 듣고 있었구나. 아까 얘기했던 것도 다 그냥 나랑 얘기한 게 아니고 자기 혼자 얘기한 거구나.. 라는 결론에 이르르게 되었습니다. 또 정말 굴욕적이었습니다...
이런 사소한 것 하나 조차도 배려를 안 해주는 사람이 결혼한다고 배려를 해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남자친구랑 노는 게 좋아서 남자친구가 하는 온라인 게임은 다 같이 하고(게임을 정말 못합니다. 그래서 욕도 먹고 그랬는데. 남자친구는 단 한 번도 쉴드쳐준 적이 없고... 오히려 제게 욕한 사람이 '님 백날 그 아이템 가봐야 그걸로 라인전 못 이겨요.' (순화)라고 했을 때도 '그 아이템 안 좋긴 하다'라고 했지, '것도 상황따라서 좋을 수도 있는데, 쟤가 잘 모르네.' 해줄 수도 있었던 것 같거든요..ㅋㅋ 사실 이건 3년 정도 된 사건인데도 아직도 상처가 깊나봐요 갑자기 눈물나넼ㅋㅋㅋㅋ) 스팀도 하고 플스도 하고 운동도 같이 하재서 하고 그리고 요즘은 남자친구 자취방 집안 일도 도와주고 그러는데 고맙단 이야기 듣는 것도 손에 꼽고
진짜 쓰고 보니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네요.
물론 남자친구 다정할 때도 있고 평소에 놀 때 둘 다 너무 재밌게 잘 놀고.. 갈등도 100 중에 10이 될까말까 한 미미한 정도라 지금까지 잘 있던 것 같은데 뭔가 저에 대해 예의를 지켜주지 않는 사람이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라니 라고 생각하니 실망감이 정말 크고 그러네요.
인생의 첫 연애라 더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2명이라도 더 경험해봤으면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을텐데 여지껏 한 명 뿐이라 세상에 얘밖에 없는 듯이 참고 산 것 같아서요... 그리고 여지껏 한 명 뿐이라 더 모르겠어요. 이 사람만 이런 건지..............
글이 정말 길었지만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제 제가 가봐야할 곳이 있어서 ㅠㅠ 글 다시 읽어보고 고쳐쓸 것도 고쳐쓰고 그래야하는데 ㅠㅠ 갑자기 가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