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정말 호구처럼 살다가 대인관계며 친구며 돈이며 다 말아먹고
당연하듯 얼마 안 가서 혼자가 됐습니다
그렇게 고통 받다 정신차리고나니 너무 후회되고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안보던 책에도 재미 붙이면서 심리학 공부를 했어요.
심리학공부는 물론이고, 이 외에도 사람을 대할 때는 생각하는 버릇도 들였고,
점검하고 점검하고 노력하고 반성하며,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무엇을 받아들여도, 좋든 안좋든 겸허히 받아들이고 늘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놀랍게도 자존감은 높아졌고, 모두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닌, 모두에게 제가 필요한 사람이 됐습니다
실제로 저에게 감사하는 사람도 생겼고, 저를 먼저 찾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거기다가 앓고 있던 정신질환도 거의 호전적입니다. 약도 줄고 있고 빠른 속도로 치료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저를 보고 비웃는 사람이 있고, 안좋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저 남이 어떻게 보든 나는 충분히 아름답고 멋있다라고 늘 생각했지만
가만히 기억을 떠올리니 떠오르는 주변 사람들의 말들이 생각났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같다. 동남아 사람같다. 공장다니는 아저씨같다. 면도 좀 해라. 옷 좀 깔끔하게 입어라.
신발이 그게 뭐냐. 머리가 왜 그모양이냐. 평소 그냥 흘리는 말들이 이상하리만큼 떠올랐고.
6년도 넘은 옷을 입고 트러블이 가득한 피부를 갖고있는 저를 보더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나 선명하고, 지저분한 줄 몰랐습니다 그러고나니
그간 받았던 시선들이 미친듯이 따갑게 느껴졌고, 서러움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충분히 아름답고,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던 저에게는 이런 외적인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완벽한 줄 알았던 제 자신이 이렇게 초라하다는 걸 받아들이려니 미친 듯이 괴롭고 당황 스럽습니다.
원래 이렇게 쉽게 슬퍼지거나 우울하지 않았는데, 계속 멍하고 기운이 없습니다.
유독 힘든 주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