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잠입 액션 게임을 아주 좋아하시거나, 해본 적이 있거나, 적어도 들어보신 적은 있을 것입니다.
이런 잠입 액션 게임의 기초는 어둠과 장애물, 기민함을 이용하여 감시자의 눈으로부터 숨는 것이죠.
하지만 제가 소개해드릴 게임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게임은 감시자의 눈을 피하면 안되는 게임, 이름하여 반 잠입 액션 게임입니다.
Nothing To Hide
숨길 것은 없다.
An Anti-Stealth Game Where You Are Your Own Watchdog
스스로가 스스로의 감시견이 되는 반 잠입 게임
이것이 이 게임의 메인 메뉴입니다.
이 게임의 제작비용은 순수 기부금으로 충당하죠.
그리고 소스 완전 공개, 배포 및 이용 자유 등
제목대로 아무것도 숨길 것이 없습니다.
그럼 플레이를 해볼까요?
시작하면 이런 화면으로 넘어가죠.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인터페이스 아닌가요?
맞습니다. 소셜 네트워크의 모습이죠. 그런데 그 이름이 The Wall 이군요.
글을 올린 Poppy Gardner 가 이 게임의 주인공입니다.
저 삼각형 모양의 눈은 iEYE라고 하는 감시 카메라입니다.
저 형태는 All-Seeing Eye, 즉 모든 것을 보는 눈이죠. (달러화에 있는 피라미드에 눈 달린게 바로 이것입니다.)
앞으로의 게임 진행에 아주 중요합니다.
스크롤을 내려봅시다.
방 안으로 누군가가 들어옵니다. 그는 Poppy 의 아빠 George Gardner 입니다.
그는 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Poppy?
딸아,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그건 내 대중적 인기에 심각한 타격이 된단다.
처음으로 실행되는 공개-비밀 선거가 곧 치뤄질거야. 그건 이 아빠 경력에 매우 중요하단다. 그러니까 너는 The Wall에 행복한 사진을 더
올려야해. 적어도 하루에 400장 정도는 말이야. 알겠지?
그래줄거지, Poppy? 나는 투표자들이 날 나쁜 부모라고 생각하길 원치 않는다.
딱봐도 문제가 심각하군요. 이 조지 가드너라는 사람은 이 나라를 감시 국가로 만든 장본인입니다. 수많은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그를 통해 사람
들을 감시하며 서로가 숨기는 비밀이 있으면 고발하게 만들었죠.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가 스스로의 경비견이 되어버렸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딸의 침대 머리맡에도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놓았죠.
그리고 결국에는 선거마저도 공개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아빠라는 작자는 오직 이 선거만을 염려하여 딸에게 행복한 척 하라고 하는군요.
계속 살펴봅시다.
조지는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갑니다. 그런데 Poppy는 그의 눈을 피해 문 뒤에 숨어있었군요.
Poppy는 자신이 없어도 아빠와 그의 인기는 괜찮을 것이라며, 이곳을 탈출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집을 나오게 되고, 이 곳에서 탈출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여기까지 보면 단순한 퍼즐형 탈출 게임처럼 보입니다. 카메라를 피하며 탈출하는 그런 게임이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 게임에서 주인공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저 카메라에서 한순간도 숨으면 안됩니다. 카메라의 시야에서 나가게 되는
그 즉시 마취총을 맞고 쓰러지게 됩니다. 적어도 하나의 카메라에는 노출되있어야하죠.
벽에 있는 글귀가 인상적입니다.
숨는 것은 범죄입니다. 오직 범죄자만이 숨길 것이 있습니다.
저 카메라는 이렇게 들고 다닐 수도 있죠. 이를 이용하여 주인공은 카메라의 사각지대가 나오면 카메라를 들고 와서 적정한 위치에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카메라에 노출될 수 있죠.
게임을 잠시 중지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문구가 뜨는군요.
' 파놉티콘 중지됨 '
파놉티콘은 영국의 법학자 제레미 벤담이 제안한 감옥의 건축양식입니다. 이 감옥은 원형의 형태로 되어있어 바깥쪽에는 범죄자 수용실, 안쪽에는
감시자의 감시탑이 있죠. 피감시자의 방은 막힌 것이 없어 훤히 잘 보이지만, 반대로 감시탑 내부는 보이지 않아 감시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감시자가 수용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하나도 빠짐없이 알 수 있으며, 심지어 감시자가 없어도 수용자는 감시자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스스로를 감시하게 되는 자기 감시 효과가 일어납니다.
자, 이쯤되면 이 게임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처럼, 이 게임은 모든 것이 통제되고 감시되는, 그리고 결국에는 스스로가 스스로의 감시자가 되는, 그런 상황에 대한 경각심
을 일깨워주는 게임입니다. 카메라에 노출되지 않으면 바로 마취총에 맞아버리는, 그래서 탈출할 때 조차도 카메라에 감시되어야하는 게임의
아이러니는 바로 이때문이죠.
각 퍼즐마다 벽에 나오는 글귀 역시 스스로를 감시하거나, 프라이버시는 아무것도 아니다,
네가 보는 것과 듣는 것과 말하는 것, 그리고 너의 생각을 조심하라.
등등 온갖 무서운 말들로 가득합니다..
더 진행하고 싶지만, 엔딩은 직접 볼때 더 감명이 깊은 법이니까 여기까지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본 게임은 아래의 공홈에서 플레이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