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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oast_16698
    작성자 : 둥글레라
    추천 : 12
    조회수 : 2451
    IP : 219.241.***.218
    댓글 : 64개
    등록시간 : 2016/10/19 23:51:52
    http://todayhumor.com/?boast_16698 모바일
    사무직 -> 현장 기술직으로 업종 변경 후 5달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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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나이는 34살. SKY 바로 아래 대학원에서 수학 공부를 했습니다.

    원래 다니던 회사는 해당 업종의 대표되는 회사입니다.
    뭐 쉽게 말해 게임쪽의 3N중 하나라 보시면 되구요.
     
    지난 3월에 있었던 회사의 조직 개편을 보고 높은 사람도 한순간의 정치줄을 잘못 타서 휘청 거리는걸 보고 더는 회사에 미련을 갖지 않기도 다짐 했지요.
    거기에 40대 이상은 소수, 50대 이상은 전멸인것을 보고 당장 10년뒤, 20년뒤가 걱정입니다. 참고로 회사에선 사무직이고 총 경력은 6년 반 정도였습니다.
     
    회사는 결국 직원 편이 아니고 언제든 필요에 의해 돌아가는 구조를 절실히 느껴서 속된말로 회사 생활에 염증이 가득 했습니다.
     
     
    다행히도 아버지가 전기 내선전공(옥외에서 전기를 실내로 끌고와 배선 및 스위치, 콘센트, 전등을 설치 하는 업무)으로 내년에 환갑이시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일을 하고 계셔서 아버지에게 일을 배우고자 도전 하였습니다. 참고로 아버지는 이 일을 이 지역에서 28년간 하고 계셔서 베테랑이신데다가 단골과 인맥이 참 많습니다. 일이 끊이질 않는다는 표현이 적당하겠네요.
     
     
    일단 일 자체가 생각보다 복잡하진 않더군요. 단순할정도는 아니지만 머리 싸매며 이해하고 그럴 필요가 실전에선 필요가 없더군요.
     
    가장 좋은 점은 직장인 보다 자기 시간이 많습니다.
     
    9시까지 현장에 도착하고 아무리 늦게 끝나도 오후 6시. 보통 4-5시, 빠르면 3시 이전 퇴근도 있습니다. 어차피 아버지 사무실이 집에서 5분 거리이고 작업 구역도 결국 서울 1개 구 정도 크기이니 출퇴근이 크게 부담 없습니다.
     
    주말에는 아버지는 그냥 간단한 일 하시는데 저는 쉬라고 하십니다. 특별한 큰 공사 아니고선 토요일까지 부르지는 않으시더군요.
     
    일요일은 무조건 쉽니다.
     
    중요한건 돈이 생각보다 되더란 말입니다. 전기 기자재비를 빼고 나면 인건비가 남는건데... 이게 생각보다 쎕니다.
     
    저는 아직 할 줄 모르지만 누전 같은경우는 아버지가 1-20분 정도 손보시고 최소 3만원~10만원 정도 버십니다.
    기자재 비용도 거의 안들고요.
     
    월급쟁이들 2-300만원 벌고 또 잘 버시는 분들은 4-500만원 버는데...
     
    아버지는 자신이 그보다 더 버시면서도 의식을 못하셨더군요. 연봉 1억 월급이 650만원이 안된다고 하니까 "그거밖에 안돼?"라고 반문 하시더군요.
    물론 아버지는 1980년대 후반까지 회사 다니셨긴 했는데 그때 월급 이후론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시니... 
     
    그리고 주변에서 아들이 도와주는점? 가업을 승계하는 점을 대단히 좋게 보고 있습니다. '대견하다' 는 인식도 있지만 그보다도 '미래를 위해 잘 선택했다'는 반응이 많더군요. 직장인들 파리 목숨이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부터 시작해서 결국 기술을 가진 사람이 최고라는 식으로 말씀 하시더군요.
     
    한편, 아버지는 아들과 일해서 좋은 점은 편리함과 기동성에서 느끼신다고 합니다. 원래 아버지는 운전면허가 없었습니다. 빠른 물체로 지나가는걸 보면 울렁증 비슷한게 있으셔서 차를 못모시는데...
    제가 함께 일하며 중고로 500만원 주고 다마스 밴 한대를 뽑아왔습니다. 저는 군대에서도 운전병이었고 운전경력 10년간 단 한번의 사고나 과태료, 벌점도 없던 모범운전자(?)입니다.
    다마스가 비파워의 수동 기어이지만 군대에서 두돈반 트럭을 몰았던 저에겐 참 작고 편한 차입니다. 밴이라 짐칸이 큰데 거기에 사다리나 전기 기자재, 전선등을 싣고 다니며 현장을 다니니 아버지가 참 편하다고 하십니다.
    그전에는 대중교통으로 가거나 택시로 가는데... 승차거부도 많이 당하셨고 직접 무겁게 들고 돌아다니신적도 많았다고 합니다. 기자재는 다마스 택배를 시키는데 이게 또 최소 15,000원 돈이라고 하네요.
    현재 끄는 다마스는 15,000원 어치 가스를 충전하면 1주일 내내 돌아 댕깁니다.(시내 위주 주행이라 약 200Km 좀 안되게 탑니다.)
    일종에 아버지에게도 편리함과 기동성을 갖추게 된거죠. 무거운 기자재를 옮길때도 아들놈이 도와주니... ㅎ

    단점은 일단 몸이 바쁩니다. 여름엔 땀도 많이 납니다. 사무직의 쾌적한 느낌? 포기해야 합니다.
     
    업무 후 집에와서 샤워하면 먼지와 땀에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인상 깊습니다. 옷을 매일 바뀌 입어야 합니다.
    깔끔한 현장도 있긴 하지만 배선 작업시에는 상당히 먼지도 많고 때론 벽을 드릴 이용해서 깰때는 광부가 되는 느낌입니다.
     
    현장의 사람들이 좀 억세다는 것. 이것도 단점이더군요. 그동안 유순한 사람과 일을 했는데... 이게 인간의 본연의 모습인가? 싶을정도로 때론 억센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다행히도 같은 업무는 아닙니다.
     
    그리고 뭐 일이란게 다 그렇지만 결국 자기가 다 해결해야 합니다. 다행히 지금은 아버지라는 사수가 있지만... 아버지가 없다면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식의 고민이 있을 수 있겠더군요.
     
    구글을 통해서 알 수 있는것도 없고... 결국 경력과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더러 보였습니다.
    젊은 사람이 이런일을 하는 것에 신기하게 여기는 젊은 친구들이 은근히 있더군요. 그럼 전 솔직하게 이야기 합니다. "회사 생활을 해봤는데 미래가 잘 안보인다."
    대다수의 반응은 잘 결정했다고 합니다. 속내는 모르겠지만요.
     
    저녁엔 전기학원 야간반을 등록해서 전기기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9월부터 다녔으니 한달 반 정도 되었네요.
     
    기사 자격증중 가장 어렵다고 하던데... 역시 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학과 대학원 시절 수학을 많이 다뤄서 그런지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외워야 할 것도 많긴 많은데... 매일 저녁에 두어시간 동영상 강의로 복습하고 주말에는 도서관 가서 다시 공부 하는등 공부의 맥을 놓치지 않게 노력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잠이 부족해 피곤한 상태로 출근하게 되네요.

    내년 상반기 중 전기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어 전기공사기사와 소방기사(전기)까지 하반기에 완료 할 생각입니다.
    아버지는 전기는 잘 아시는데 소방쪽은 문외한이라 이쪽 일은 비싼돈 주고 따로 기사를 부르셔서 일을 하셨는데... 이제 제가 그 몫도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온라인 광고등을 적절히 하면서 사업도 키우고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한 젊은이들과 함께 일을 하고자 합니다.
    그쯤엔 아버지는 은퇴하시고 저에게 용돈 받으며 사시겠지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들 화이팅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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