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캄차카 유전서 100억배럴 대박] 한국 몫 240조원
한국경제 | 기사입력 2007-05-31 08:01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 서캄차카 해상 유전광구의 매장량이 100억배럴에 달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와 국내 에너지업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비록 한국 컨소시엄의 지분이 40%로 러시아 국영석유업체 로즈네프트의 60%보다는 적지만,한국 기업들도 초대형 유전의 탐사-시추-개발 전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해외 유전개발사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또 중장기적으로 40억배럴의 원유를 서캄차카에서 들여올 수 있어 중동 의존도를 낮출 수 있게 됐으며,넘치는 국내 유동성을 해외자원 개발사업으로 흘러 들어가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매장량 100억배럴의 의미
중국 정부는 지난 4일 보하이만 근해 허베이성에서 10억t 규모로 추정되는 대형유전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금까지 중국이 발견한 유전 중 가장 큰 것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 소식을 듣고 기쁨에 겨워 잠을 이룰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말한 바 있다.
보하이만 유전의 매장량 10억t을 통상 사용하는 단위 배럴로 환산하면 73억5000만배럴 정도다.
서캄차카 해상광구의 매장량 100억배럴은 보하이만 유전보다 36%나 많은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초대형 유전으로 분류된다.
중동 이외 지역에선 지난해 말 카자흐스탄의 카샤간유전의 매장량이 310억배럴로 확인된 것을 제외하곤 가장 큰 규모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원유 100억배럴은 두바이유 가격인 배럴당 65달러(5월29일 기준)를 적용하면 6500억달러에 이른다.
이 중 한국 컨소시엄의 몫은 40억배럴로 2600억달러다.
원화로 240조원을 웃도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석유 전문가들은 회수율(가채 매장량 중 현재 기술로 생산할 수 있는 비율)이 40% 수준이란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한국 몫이 줄잡아 100조원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40억배럴은 또 국내 소비자와 기업이 4년반 동안이나 쓸 수 있는 양이다.
현재 한국은 한해 9억배럴을 수입해 소비하고 있다.
◆중동 의존도 낮추는 계기
서캄차카 해상광구는 현재 2차원 물리탐사가 일단락된 단계다.
다음 달부터 3차원 물리탐사가 진행되며 내년 하반기부터 시추가 이뤄진다.
러시아 로즈네프트와 한국 컨소시엄은 현재 또 다른 세계적 유전평가기관에 분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며,3차원 물리탐사가 마무리되면 다시 분석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시추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대략 내년 말께 확정 매장량이 발표된다.
전문가들은 확정 매장량이 잠정 분석결과인 100억달러보다 줄어들 수도 있지만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남한 면적의 3분의 2에 이르는 서캄차카 해상광구가 초대형 유전이 터질 적합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판단이다.
시추가 끝나고 4~5년간 채굴 준비를 마치면 이르면 2013년께부터 본격 상업생산이 가능해진다.
서캄차카 해상광구는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한국과 가까워 원유도입 비용을 다소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
중동에서 한국으로 원유를 실어 나르는 데 통상 25일 정도 걸리지만 캄차카는 4~5일이면 충분하다.
또한 호르무즈해협이나 말래카해협과 같은 지정학적 위험지역이 없어 안전이 보장된다.
이는 결국 원유 도입 때 중동의존도를 대폭 낮추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할 전망이다.
원유 도입 중동의존도는 정부가 낮추려고 애썼으나 2000년 76.8%에서 지난해 83.2%로 오히려 높아졌다.
◆해외 자원개발 촉매 될 듯
한국이 초대형 유전 개발에 참여하게 된 것은 국내 업체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의지를 높이는 긍정적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한 석유 전문가는 "서캄차카에 한국 컨소시엄이 200억~300억달러의 돈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최대 2600억달러를 뽑아낼 수 있다면 정유업체가 아니더라도 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줄을 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코스닥시장에선 줄잡아 100여개 기업이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다.
정부는 여기에다 2호,3호 유전개발펀드를 잇달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고유가 시대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는 앞으로 7~8년간 16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며 "풍부한 시중 유동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꾸준히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자부는 여기에다 25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해외유전 개발에 투입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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