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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30대 남자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올해로 5년차 인데,
사실 솔직히 얘기하면 상사 분들이 성격이 좋아서 5년을 했네요.
저는 천성이 게으릅니다. 아침잠이 그렇게 많아서
5년간 무단결근 1번에, 거짓말 밥먹듯이 하면서 전날 과음하고 당일연차,
지각은 오늘도 했구요~ 5분 10분씩~ 뭐 미친거죠
시말서 두번을 썼구요 근무태도 불성실로.
첫번째로 이건 제 잘못이 100퍼센트 인걸 인정합니다.
그래서 죄스런 마음이 들어서 제 업무 외에 이것저것 잡스런 회사사무일 시키는걸
웬만하면 그냥했습니다. 나름 열심히 해보고 싶고, 지각대장 주제에 무슨 권리냐 이런 생각도 들고
밑에 후임들은 계속 들어오는데 그래 모범을 못보이는 내가 잘못이지. 그 생각에요.
어젠 아침에 일이 터졌습니다.
화장실에 다녀왔습니다. 꼭 회사 도착하고 9시 쯤 아침화장실을 가는 체질이라...
그런데 어제는 실장님이 오자마자 장장 20분을 다른사람들 모두 앉아있는 자리에서 대놓고 이런저런 얘길 하셨습니다.
넌 항상 자리를 너무 비운다, 일을 시키면 얼렁뚱땅 진행이 안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니가 그렇게 자리를 못잡는거 같으니까 이것저것 잡일 다 시키는거다." 이러시더군요.
....사람들 다 듣는데 창피하더군요 창피하다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래, 내가 개판친게 무려 5년인데...다 맞는 말이네 싶더군요
근데 딱 하나 잡일 시키는건...그런 이유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늘 지각한거, 근무태도 때문에 미안해서 이것저것 빠릿빠릿하게 하던건데
트럭운전 할줄아는 사람 없어서 가서 하고, 아예 내 업무가 아닌 주말 출근해서 판매대 업무,
이것저것 잡일이란 잡일은 시키는데 그냥 했어요. 난 회사에 늘 미안한 사람이니까. 최소한의 폐는 끼치기 싫으니까
잡무는 잡무고, 니 일이 왜 안돼냐고, 그럼 야근을 하던지 밤을 새서라도 해야하는거다 이런 말을 듣는데...
아 결국 내가 내 위치를 이따위로 만들었구나 이 생각이 들더라구요.
근데 그냥 휙 관두면 진짜 아무 책임없는 놈 되는게 더 싫어서
올해까지 남은 밀린 일 죄다 끝내고 관두려구요..
그렇게 생각을 고쳐먹으니까
주변사람들이 보이네요 원래 남들 별로 신경 안쓰는 성격인데
쪽팔리고, 왠지 입지가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생각도 들구요.
나가서는 또 뭘 할까 벌써부터 걱정 되구요
그냥 5년간 한심하게 회사 다닌 것 같아서 기분이 축축 쳐집니다.
일도 별로 손에 안잡히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싶은지 그런것도 모르겠고
근데 또 아직 장가도 안갔고 이 나이에 자신있게 뭔가 선택하기 위한 마지막 기회 같기도 하고
내가 여길 나가면 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사라지질 않네요
그냥 머리가 너무 복잡하고 짜증이 납니다.
맨날 지각하는 나, 관두고 싶은 나, 쭈뼛쭈뼛 대면서 지가 개판쳐놓은게 있으니까 큰소리도 못내고
맨날 빌빌대는 나, 아무튼 그냥 다 그냥 다 막막합니다.
미안합니다. 저보다 더욱 더 심한 상황인 분들 계실텐데 이런 푸념해서.
그냥, 아무 답도 안보이는데 어디다 얘기는 하고싶어서 적었습니다.
여기까지 봐주셨다면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출처 | 직접 적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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