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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만난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공기 좋은 북한산에 오르니 기분이 상쾌했다. 하지만 역시나 운동 부족이었다. 완만한 포장길을 20분 정도 걸으니 벌써부터 힘이 들었다. 물론 ‘팔팔정’은 아직 효과를 발휘하지 않았다. 그렇게 포장길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 들었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30분이 지나도 ‘팔팔정’은 깜깜 무소식이었다. 40분 정도 산행을 했을까. 너무 힘이 들어 친구에게 말했다. “잠깐만 쉬었다 가자.” 물을 한 잔 마시고 숨을 크게 들여 마셨는데 그 순간 깜짝 놀랄 일이 생기고 말았다. 글쎄 ‘팔팔정’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급속도로 ‘팔팔정’이 능력을 발휘하는 것 같았다. 나는 정신을 가다 듬고 애국가를 부를 틈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팔팔정’은 고지대 등산을 위해 효과를 발휘해야 하는데 숨이 차니까 내 몸이 ‘지금은 큰 일을 벌일 때’라고 착각한 모양이다.
이때부터 나는 사경(?)을 헤맸다. 가뜩이나 운동 부족으로 그냥 등산하는 것도 버거운데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그 험난한 산을 오른 것이다. 이 녀석은 잔뜩 화가 나 잦아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야. 이게 아니라고.’ 군대에서 나를 갈구던 부산 사는 고참 생각을 하다가 나를 괴롭히던 악플 생각을 하다가 나라 걱정까지 하면서 자꾸 다른 데 신경을 써보려고 했지만 이 녀석은 고집이 대단했다. 그렇게 땅만 보며 산에 오르다 잠깐 고개를 든 순간 내 몸은 더 괴로워졌다. 젊은 여성 두 명이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레깅스를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내 앞에서 걷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안돼. 여기에서 좀 쉬다가 가자.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 나겠어.” 그렇게 나는 그 자리에 앉아 10분 동안 그저 멍하니 하늘만 바라봐야 했다. 다시 시작된 산행 이후에도 이 녀석은 화를 참지 못했고 결국 나는 3시간 동안 이 상태로 정상까지 올라야 했다. 북한산을 우습게 봤는데 정상인 백운대 근처에서는 안전 손잡이를 잡고 바위를 타야 할 정도로 난이도도 만만치 않았다.
정상에 선 뒤 김지훈 셰르파와 기념 사진을 찍었다. 해발 836.5m의 고지대에 올라본 건 처음이었다. 고산병에 ‘팔팔정’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한 시간 정도 정상에 있어 보기로 했다. 사진도 찍고 정상에 사는 고양이들과도 놀고 셰르파가 미리 챙겨온 김밥도 먹었다. 샥스핀이나 송로버섯 같은 비싼 음식은 아니었지만 북한산 정상에서 먹는 김밥은 핵꿀맛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 고지대에서는 원래 몸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지 ‘팔팔정’이 효과가 있는지 고산병 증세는 없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고산병은 해발 1850m~2750m 수준 고도에서 22% 정도가 겪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아프리카 3개국 중 고산병 위험이 낮게나마 있는 곳은 에티오피아 뿐이었다. 나머지 두 나라는 고산병 가능성도 별로 없었다. ‘팔팔정’이 고산병에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는 더 고지대로 올라가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대통령 경호원들이 몇 시간 동안 몸이 잔뜩 화난 상태에서 업무를 수행한다는 건 무척이나 괴로울 일이었다. 내가 한 번 먹고 활동해 보니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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