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지금 이 상황에서 도대체 뭘 얘기해야 하지?
뻔한 스토리니 연기력이 구리다니 하는데, 제대로 드라마가 공개된적이나 있었나?
물론, 디워의 전반적인 스토리를 예상하라 하면 누구나 예상 가능하겠다. 이무기가 도시를 부수고 그러다가 선한 이무기랑 싸우고 선한 이무기가 이겨서 용이되어 승천한다..
그렇지만 이정도 전체적인 스토리 예상은 오락영화라면 90%는 가능한거 아닌가? 무슨 디워가 반전영화인가 아니면 예상 못해야 재미있는 스릴러 영화인가...
인디펜던스데이 극장표를 들고 기다리면서 "아 과연 지구가 망할까 아니면 우주인에게 승리할까" 따위의 고민을 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지구가 망하는 영화를 보러 온 게 아니라 우주인에게 승리하는 과정을, 혹은 우주인이 도시를 파괴하는 장관을 보러 온 사람들이다.
고질라를 보면서 고질라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인류를 멸망시킨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다.
에이리언을 보면서 에이리언이 주인공 다 죽이고 유유히 승리를 만끽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사람도 없다.
킹콩의 경우는 더 심하다. 이건 아예 리메이크작 아닌가.
반지의 제왕은? 절대반지 파괴 못해서 사우론이 승리자가 되는 시나리오를 예상한 사람 있나?
아.. 더 이상 말 하기도 싫다.
잘 들어라. "뻔한 스토리" 라는건 절대 단점이 될 수 없다. 애초에 그 뻔하다는 기준마저 지극히 주관적이고 모호한 대다가 엔딩 예측 가능한 영화들은 수도 없이 많다. 특히나 오락영화의 경우는 그 예측의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
스파이더맨과 닥터옥토퍼스가 싸울 때, "어차피 스파이더맨이 이겨" 하면서 그 전투씬에서 눈 감고 잠을 청할텐가? 만일 yes 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이쯤에서 "뒤로"를 눌러라. 내가 잘못했다.
말이 샛는데, 뻔한 스토리란건 오락영화에서는 비판할만한 요소가 아니다. 아 물론, 그 중간과정까지 전부 뻔하다면 그것은 연출이나 스토리의 부진이 되겠지만 말이다.
가령 내 동생은 영화 "폰"을 보다가 중간중간 연출과 대사까지 예측했다고 한다. 그만큼 뻔하단 거다.
어떤 남자와 여자가 연애하는데 "저거 여자가 백혈병 걸리는거 아냐?" 라고 예측했더니 정말 백혈병에 걸렸다면 그것이야 말로 뻔한 영화다.
하지만, 과연 디워가 저 정도로 뻔할까?
여기서 디워에 전체적인 줄기가 아닌 그 가지까지 예측할 수 있는 사람들 있는가?
난 아직도 메이킹필름에 나온 수중폭파씬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거기서 이무기가 나오는걸까? 그게 조선씬일까 LA씬일까? 난 전혀 모르겠다.
그리고 난 왜 아만다브룩스가 침대에서 떠오르는지도 모르겠다.
또 선한 이무기가 어떻게 등장할지도, 중간에 높은 사람들이 나오는데 그들이 어떻게 대항하려 할지도, 그리고 이무기의 제단에 가는 과정은 어떨지, 그 수많은 아트록스들은 어떻게 마무리 될지 전혀 모르겠다
왜? 안봤으니까. 안봤으니까 좋다는 말도 안하고 나쁘다는 말도 안하고 그냥 기다리고 있는거다. 그리고 그게 정상이다.
물론 디워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말대로, 영화에서 CG만 좋다고 성공할 순 없다.
(뭐 여기서 디워 CG 마저 비판하는 사람들 있던데, 손바닥으로도 가려질만한 화면으로 본 CG를 비판하는건 우스울 뿐이다. 킹콩 다운받아서 저만한 크기로 실컷 감상해 봐라. 아 물론, 고화질 풀버전 말고 녹화버전으로.)
하지만 그렇다고, 공개되지도 않은 드라마를 가지고 좋다 안좋다 평가하는건 더 웃긴일 아닌가?
뻔하다고?
디워 마지막에 선한 이무기가 용 되는게 뻔하다고 그걸 가지고 깔까? 왜? 반지의 제왕에서 사우론이 이기지 못한것에 대해 불만이라도 토로하지 그러나. 그것도 "뻔하잖는가?"
연기력? 제대로 연기하는 장면은 난 본 기억이 없다. 물론 조선씬의 "어 저게 뭐지" 같은 잠깐 공개된 드라마씬을 가지고 어색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원래 영화의 장면이란게 앞뒤를 보지 않으면 평가가 불가능하다.
그 어색하다던 동물원 경비도 미공개 영상에선 그다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중간의 0.5초 정도가 짤려있었기 때문이였다.
(설마 0.5초가지고 뭐 얼마나 달라지겠냐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있다면 직접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찍은다음 0.5초 한번 빼봐라. 초당 프레임 24로 치면 12장의 그림이 쏙 빠져버리는 거다. 안 어색할 거 같은가?)
길게 썼는데 요약해주면, 지금 여기서 디워라는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단 한명도 없고, 때문에 조심스럽게 스토리가 별로일 것 같다고 예상하면 모를까 보지도 않은 스토리를 안좋네 좋네 뻔하네 하는건 정말 우습게 보인다는 것이다.
글이 시비조로 씌여진 것에 대해 이쯤에서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 하지만 디워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글도 내 글에 비해 나은건 없다고 자부한다.
존댓말을 쓰고 차분하게 말한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아니다.
"깔 필요가 없는 것을" 까고, "나오지도 않은 것을 예측해서" 까고, "자신이 느끼는 것이 진실인 양" 까고, "그러니까 니들은 뭔가에 씌인거야" 라고 마무리를 지어버리는 글들을 보고 흥분해서 손을 놀려보았다.
물론, 정말 영화가 성공하길 바라면서 단점을 비판해 주시는 분들도 있는건 사실이다.
그분들은 내 이 글의 대상이 아니므로 시비조의 어투를 너그러이 용서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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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오해하는 분이 보이셔서 추가로 씁니다.
제 의견은 정말 단순히 표현하면,
"보지도 않은걸 이미 봤다는 듯 까지 말자"
이겁니다.
이건 사실 추천 60개 넘게 먹을 정도로 새로운 의견도 뭐도 아닌데 좀 당혹스럽네요 ㅡㅡ)a
디워를 기대하시는 분들은 대부분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줄 것이라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엄청난 기술력 발전을 높게 평가하는 거지요. 기술력이 발전했다는 건 그만큼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뜻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긍정적인 해석을 "스토리가 구린데, 그리고 뻔한 스토리인데 그게 다 무슨 소용있지?" 라고 하시는 분들이 보이더군요. 사실 영화는 개봉도 안했는데 다 봤듯이 말입니다.
물론 소수이긴 하지만, 제 글은 그런 분들을 향한 글이였습니다.
더불어. 뻔한 스토리에 대한 얘기는 이미 다른분들이 충분히 해 주신듯 합니다만 조금 더 덧붙히겠습니다.
다들 알아주십시요. 이야기는 "풀어나가는 재미" 입니다.
소재와 결말만 보고 이야기를 평가하는건 훌륭한 이야기꾼의 존재 이유를 무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디워에 스토리를 비판하는건 개봉 후로 미뤄주십시요. 아직 이야기가 어떻게 풀려나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출처 - [네이버 영화]
http://movie.naver.com/movie/board/review/read.nhn?nid=487982&code=395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