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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istory_16639
    작성자 : 애비28호
    추천 : 16
    조회수 : 2037
    IP : 110.70.***.246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4/06/25 22:50:57
    http://todayhumor.com/?history_16639 모바일
    조선왕조실록 - 하위지(河緯地)의 과거시험 답안지 사건
    하위지(河緯地)의 과거 시험 답안지 시건
    세조 임금때 단종 복위사건으로 멸족을 당한 사육신 중 한 명인 하위지.
    하위지의 마지막도 극적이었지만 벼슬을 처음 시작하던 과거 시험 때 조차도 조용하지 않았음.
     
    □ 사건의 발단​
    세종 20년(1438년 무오) 4월 11일. 과거시험 마지막날임.​
    세종 임금께서 친히 근정전에 나아가 응시생 선비의 과거 문제를 출제함. 이걸 책문(策問)이라 함.
    책문이라 함은 과거 시험의 마지막 관문으로 요즘 논술시험 처럼 임금이 현재 시국에서 중요한 문제를 내면 응시자들이 답안지에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시험임.​
    보통 책문의 주제는 당시 가장 시급한 정책 현안을 임금이 "이번 과거는 이런 문제 한번 내볼까?" 정도로 이야기 하면
    과거시험 감독관들인 예조, 이조, 승정원, 정승들 등 글 좀 쓴다는 신하들이 임금이 말씀 하신 문제를 상세하게 살을 붙여서 만들어 출제함.
    또 신하들이 문제를 먼저 만들고 임금이 확인 후 첨삭 하는 정도임.
    이번 과거 시험에도 여러가지 당시 시급하던 현안을 출제 했는데 그 중 하나는,
    ​"대간(臺諫, 사헌부. 사간원 등의 관리로써 임금에게 잔소리 하는 위치)이란 임금의 이목(耳目)이며 조정의 중한 청선(淸選)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어진 이를 택하여 이를 제수하고 서열의 구애없이 천전되는 것은, 당직(讜直)한 언로(言路)를 개방하고 그들의 풍채와 기절을 권장하려는 것이었다. 근래에는 으레 자격을 따라 하고 보통 관원과 다름이 없어, 혹자는 말하기를, ‘이렇게 하게 되면 대간이 한자리에 오래 머물게 되어 격려하는 뜻도 없으려니와, 언로가 장차 막히게 되어 정직한 진언자가 적을 것이라. ’고도 하는데, 그 말이 과연 그러한가, 그렇지 않은가."였음.
    (물론 여기서 '그러한가? 그렇지 않은가?' 라고 물으니 YES 혹은 NO 라고 대답하거나 클릭해도 관계는 없음.
    뭐 물론 그렇게 답안을 써낸다면 임금 모독죄로 주리 틀고 곤장 밎고 귀양 갈 각오는 해야 하지만...)
    아무튼 출제 문제로써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이고 그저 어느 시절이나 마찬가지지만 요즘 관리들 예전에 비하면 좀 일 열심히 안하냐?.
    예전에 나 이등병때 비하면 말야 요즘 애들 많이 빠졌어... 뭐 이런 정도의 내용임.
    당시 응시생 중 ​하위지(河緯地)도 포함됨.
    하위지의 답안 내용은,
    “대간이란 구중(九重)의 이목이며, 백관의 승묵(繩墨, 법률 기준)으로서 조정의 중선(重選)입니다....<중략>...
     흥천사 중수 공사에 승도(僧徒) 천여 명이 동원되었고 자재의 소비가 그 얼마임을 알 수 없으며, 급식(給食)에 따른 양곡이 하루 수십 석 이상이 소요되며, 대가(大家)와 거상(巨商)들이 속임수와 꾀는 수작을 그대로 믿고 앞을 다투어 미곡·포목 등을 희사하며, 혹시나 절호의 이 기회를 잃을까 두려워한다 하며, 그 공억(供億)의 따른 비용이 실로 만(萬)으로 헤인다 합니다. 이는 곧 정사년 구황(救荒) 당시 한 고을 수만 재민의 반년 식량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이 만 명의 군중이 반년간이나 연명할 물자를 한낱 무용한 비용에 헛되게 버리는 결과가 되는 것이니, 그 비용이 비록 민간에서 나온다 하더라도 국가의 손실은 마찬가지입니다.
    옛날 한(漢)나라 문제(文帝)는 한 누대(樓臺)의 비용을 아낌으로 해서 양곡 축적에 많은 공효를 거둔 바 있거니와, 이제 각 군의 의창(義倉)은 저축이 모두 고갈되었고, 전년에 수납한 환상곡도 10분의 2, 3이 되지 않는다 하니, 만약 요(堯)의 9년의 수해나 탕(湯)의 7년의 한재와 같은 우환이 발생한다면 장차 어찌 이를 막겠습니까. 지금이야말로 조정(朝廷)이 재해의 구제와 흉년에 대비할 시기라 하겠거늘, 어찌하여 큰 공사를 일으켜서 백성에게 손실을 가져온단 말입니까. 석씨(釋氏)는 옳은 것 같으나 참[眞]을 어지럽게 하는 해가 있으니 여기에서는 논하지 않겠습니다. 이 공사를 일으킨 것이 국가 계책(計策)에 손실이 없는 것이 아닐 터인데, 어전에 나아가 성상의 옷깃을 끌며 그 폐해를 극구 진달하는 자를 듣지 못함은, 이 어찌 공론(公論)의 아쉬운 바가 아니겠습니까. ...<후략>​
     
    하위지의 답안지 요점 정리
    1. 세종 임금이 태조 이성계가 세운 흥천사라는 큰 절의 보수공사를 명령 했지?
    2. 흉년도 심한데 너무 무리하게 쓸때도 없는 불교쪽에 예산을 소비하는게 아님?. 경제도 어려운데... 삽질?
    3. 대간들은 뭐하는거임? 임금을 설득해서 말리지 않고 임금의 뜻에 맞춰서 그저 자리 지키기에 연연하는 것 같어. ​
    □ 사건의 전개
    헌납 조자(趙孜)감찰 이호문(李好文)이 이번 과거 시험에 보조 감독관으로 참석하였는데 두 사람 다 대간 벼슬임.
    ​과거 시험의 채점 책임자인 판예조사(判禮曹事) 허조(許稠) 할배가 하위지의 답안지를 읽고 한참 동안 탄미(歎美, 감탄)한 끝에,
    대간을 돌아보고 실눈 뜨고 씨익~ 쪼개시며 말하기를,
    언책(言責. 언론의 책무. 즉 대간들)에 있는 자는 이를 보면 부끄러울 것이다. 이 한 조목은 간관들의 병통을 적중히 찌른 말이다  푸하하하!!!.”
    시험 참관인으로 들어갔던 대간에게 너네들 졸라 욕하는 답안지네. 속이 다 시원하구나... 하며 들으라고 하는 이야기임.
    또 허조가 이 답안지 내용을 여기저기서 놀려 먹었다고 함.
     
    공무원 임용 시험을 치르는 햇병아리 선비의 답안지에 프로페셔널이라고 자처하던 관리들, 그것도 임금에게 잔소리를 수시로 해야 하는
    대간들이 이 답안지 때문에 일단 한번 뭉게짐.
    거기다가 예조판서 허조 할배에게 또 놀림 당하니 대간들의 자존심이 말이 아님. 한마디로 쪽발려서 죽어야 할 판임.
    당연히 대간들은 개빡침.
    이로 인하여 대간들의 집단 행동이 시작됨.
    대사헌 안숭선(安崇善) : 사직서 제출. 핑계는 몸이 아파서 좀 쉬어야 겠음.
    집의(執義) 이승손(李承孫) : 사직서 제출. 조직에 폐만 끼치기 때문에...
    장령 강진덕(姜進德), 성봉조(成奉祖), 지평 민건(閔騫)우사간 임종선(任從善), 지사간(知司諫),  이맹상(李孟常), 좌헌납 조자(趙孜), 우헌납 배강(裵杠), 우정언 윤사균(尹士昀)등 사헌부와 일부 사간원 관리들이 대거 사직서 제출. 
    하위지(河緯地)의 과거 시험 답안지를 언급하며 직임이 부담스러워 사직한다고 함.
    당시 영의정 황희가 허조 할배와 함께 하위지의 답안지를 장원으로 점 찍어 놨는데 세종 임금께서는 아직 그 답안지를 보지 못하셨나봄.
    세종 임금께서는 어떤 응시생이 버르작 머리 없게 뭔 글을 어떻게 적어서 대간들이 다 사직서를 내는지 몹시 궁금해짐.
     
    세종 대마왕께서 하위지의 답안지를 가지고 와 보라고 하심. 문제지와 답안지를 쭈욱 읽어 보신 임금께서,
    "뭐 틀린 말도 아니구먼... 그러고 과거시험 보는 선비가 한 말 가지고 대간들이 사직서씩이나... 앞으로 잘하면 되니까 그냥 없었던 일로 해라"​
    하시고는 사직서를 도로 반려함. ​
    사헌부 직원들은 전부 사직서를 도로 받고 일단 물러남. 여기서 한두번 더 대간들이 사직을 청하고 임금은 만류하다가 대충 없었던 일로 하는게 관례임.
    ​그런데 유독 사간원의 일부 신하들이 다시 아뢰기를,
    우리는 흥천사(興天寺)의 보수공사 계획이 나올때부터 만류했음. 임금께서 말씀 안들어 주셔서 못 못말렸지만...
    하위지 말처럼 힘껏 말려서 보수공사를 전면 중지 시켜야 하는게 대간의 도리로써는 맞지만... 
    그러나  영의정 황희(黃喜)는 직책이 수상(首相)인데 당초 흥천사 보수공사 계획 때는 반대하지 않았으면서 이번 하위지의 답안지(흥천사 보수 반대의견)는 장원으로 점찍는 행위자체는 한입으로 두 말 하는 짓임.
    황희가 불탑 중수의 그릇됨을 결코 몰랐던 것이 아니며, 이로 미루어 볼진대, 그는 속으로 그르게 여기면서도 말하지 않았음이 분명함.
    황희 정승 탄핵하고 국문 하자고요!!!" 불통이 엉뚱한데로 튀고 있음. 황희 할배는 뭔 죄인가...
    자존심이 뭉게질대로 뭉게진 대간들이 이제는 눈에 뵈는게 없는지 황희 정승을 걸고 넘어짐.
    사실 황희가 흥천사 보수공사를 반대하지 않은 것도 맞고 그 보수공사를 반대하지 않은 신하들을 은근슬쩍 비꼬는 하위지의 답안지를 장원으로 뽑은 것도 맞음. 그러고 보니 대간들의 말이 일단 이치에는 맞음.
    그런데 소식을 들은 세종 임금이 듣고 보니 대간들의 말이 맞는 말이긴 한데... 뭔지는 모르지만 짜증이 슬슬 나심.
    평소 자기들 직분을 다하지 않은 대간들이 답안지 뽑아낸 황희 정승을 걸고 넘어지는게 임금 입장에서는 엄청 짜증 나셨나 봄.
    세종 임금께서 대간들을 불러 놓고는,​
    “내가 흥천사 보수공사 명령을 내린걸 하위지가 올바르게 잔소리 한거고 과거시험이라는 것은 올바르게 아뢰는 말을 구하려는 것인데... 하위지가 맞는말 했으니 채점자인 황희가 어찌 이를 장원으로 뽑아 내지 않겠냐?"라고 방언 터지듯 대간들을 폭풍까임을 시작함.
    결론은 하위지도 잘했고(대간들 보다), 바른소리 좋은소리​를 가려 뽑아낸 황희도 잘했다. 대간들은 빈정 상하면 꺼지세요...
    일단 여기까지 좀 껄끄러운 구석도 있었으나 이 정도로 마무리 되어야 하는데...​
    □ 4월 14일. 황희 정승의 반격
    영의정부사(領議政府事) 황희(黃喜)가 뜬금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출근 거부함.
    명목상으로는 나이도 있고 능력도 없어서 대간들의 탄핵이나 받고 있으니 그냥 사직서 쓰고 퇴직 할랍니다...였음.
    그런데 사직서 자체의 의미는 세종 임금에게 내가 중요한지 대간들이 중요한지 한번 골라 보시라는 무언의 압박과 동시에
    어디 새파랗게 젊은 것들이 국내 최장수 인기만점 영의정 황희를 탄햑 하다나... 누가 이기나 보자!!!였음.
    세종 임금께서 별일 아닌거 가지고 대간이 영의정 탄핵하고 영의정은 사표 쓰고 출근 안하는 개막장극에 짜증 대폭발함.​
    임금이 즉시 근신(近臣,내시)에게 명하여 황희 집에 가서 사직서를 도로 내주고 술한잔 같이 하며 위로하게 함.
     
    그리고 드디어 형조에 강력한 어택 명령을 내리심.
    1. 흥천사는 태조께서 창건하신 바이므로 자손과 신민된 자는 마땅히 보호할 곳임.(흥천사 보수의 불가피성을 기본 전제함)
    2. 근래에 와서 비가 새고 무너질 염려가 있으므로, 어쩔수 없이 보수함. 물론 보수 계획 자체는 너네들이랑 의견 교환 한거고.
    (보수한다고 했을때 죽자사자 말리지도 않았잖냐. 보수 계획 잡을때 사표 내지 지금 와서 지랄들이네...)​
    3. 황희가 속으로는 부당하게 생각하면서도 말하지 않을 사람은 아님.(정승이 살인이나 역모죄나 뇌물죄도 아닌데 탄핵은 좀...)
    4. 과거 시험에서 선비들이 니네들 까는 그런 이야기 하는게 당연하고 그걸 장원으로 뽑는거도 감독관으로써 당연한 것임.
    (이거 처벌하면 누가 답안지 똑바로 쓰냐? 그거 자체가 너네들이 늘 이야기 하는 언로를 차단하는 짓임.)
    5. 내가 하위지의 답안지를 보고 임금의 뜻을 거스런다 하여 하위지를 국문 하면 분명히 대간들은 또 과거시험에 나온 말 가지고 국문하게 하는거는 아주 잘못된 거라고 하지 않겠음.(대간들은 항상 이렇게 하면 저렇게 해라, 저렇게 하면 이렇게 해라?)
    6. 그러니 나보고 어쩌라고 이 대간들아!!!
    7. 황희 정승 탄핵은 내가 봐도 많이 오바한거다. 황희 정승 탄핵 하자던 대간들을 오히려 국문하라!!!
     
     
    □ 4월 16일, 사건의 결과
    세종 임금 엄청 화나신걸 감지한 형조에서는 발빠르게 사건 처리를 함.​
    결국 이번 사건의 주모자인지 그냥 총대 메고 나온건지는 몰라도 우사간 임종선(任從善)은 좌천 되고 좌헌납 조자(趙孜)는 파면됨. 
    뭐 다들 시간이 지난후 복직되고 했지만...
     
     
    □ 4월 17일
    예정보다 며칠 늦은 이날, 과거시험 합격자 발표를 함,​
    약간의 논란은 있었지만 역시나 문과의 하위지(河緯地)가 장원 먹음.
    하위지는 1456년 세조 2년. 단종 복위 사건으로 처형 당함.​
    답안지 사건 후 ​한달 뒤 이 사건을 조사 했던 형조 판서 정연(鄭淵)과 참판 이선(李渲)이 돌연 사직서를 제출함.
    기록상으로는 특별히 판서와 참판이 동시에 사직서를 쓸만한 사건이 없는걸 봐선 대간들을 조사하여 좌천과 파직을 이끌어낸 형조 쪽도 부담이 엄청 컸나봄. 물론 사표는 반려 됨.
    사건 초기에 사직서를 제출했던 대사헌 안숭선
    이 할배랑 하위지랑 ​문종 즉위년(1450년)에 또 한판 붙음.
    세종 임금님 말년에 예문 대제학(藝文大提學) 벼슬까지 하시던 안숭선이 부정한 방법으로 아는 사람의 아들을 공무원에 편법 취직 시켜준게 탄로 났음.
    이미 세종 임금 때 처벌을 받긴 했으나 좀 약했나 봄.​
    문종 즉위 후 사헌부 장령(특수부 검사)이 된 하위지가 나서서 안숭선을 집요하게 다시 탄핵함. 악연의 인연인가...
    그 후 단종 복위 사건으로 하위지는 멸족을 당하나 안숭선은 공신 책봉이 되는 비교 되는 삶을 살아감.​
    사건 초기 사직서를 제출했던 사헌부 장령 성봉조(成奉祖).
    당시 수양 대군과 동서지간이었음.
    이 해 과거 시험에 이렇게 피터지게 싸우고 탄핵하고 사표 쓰고 그러는 와중에 성종 임금 때 영중추부사(領中樞府事) 벼슬까지 한 한계미(韓繼美)라는 분은 문음(門蔭, 특채 공무원. 과거 시험 없이 가족 중의 빽으로 벼슬을 받는것)으로 조용히 벼슬을 받으심.
    한계미의 처(妻)가 바로 나중에 왕비가 되는 정희 왕후(貞熹王后)의 언니라서 그랬음.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백그라운드가 좋아야 함.
    사건이 발생했던 세종 20년의 과거 시험..
    사육신 하위지는 장원(1등).​ 성상문은 정(丁)과 11등의 낮은 성적으로 합격 했었음. 사육신 두 분이 임관 동기.
     
     
    P.S 나는 황희 정승이다. 시리즈가 5부로 알단락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5부에서 황희 할배가 '청백리가 아니다',와 '능력이 있으면 약간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도 된다,아니다,'에 대한 많은 의견들이 댓글로 있었습니다. 약간 뒷맛이 개운치 않아 현재 "나는 황희 정승이다.6부(정승의 역습)" 편이 준비 중이며 6회 마지막에 못다한 이야기들을 좀 하겠습니다.
    황희 정승 6부 때문에 "나는 조선 제일의 대마왕 세종이다" 편이 좀 늦어질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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