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퇴근을 하고 어머니와 함께 마트를 찾았다.
"무, 두부 그리고 ..."
카트를 끌며 뒤따라가는 내 앞에선 한참 재료 상태 보기에 열중인 어머니가 혼잣말을 하고 계셨다.
구매하려던 식재료를 모두 카트에 담아갈때즈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두리번거리던 내 두눈에 낯설지 않은 뒷모습이 보였다.
2014년 2월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고 내 번호까지 차단해버렸던
모질기만 했던 그녀였다.
시간이 지나 잊혀지리라 했지만 잊을만 하면 꿈에 나와 내 마음을 흔들어놓던 그 사람..
잊을 수가 없었다.
잊혀지지도 않았다.
꼭 다시 만나고 싶었다.
다시 만나면 무슨 얘길 하고 어떻게 지내왔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할지 혼자서 많이 생각해왔음에 불구하고
안절부절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갈팡질팡 했다.
"뭐해 빨리와"
저만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어머니께서 부르셨다.
"어..어? 어~"
하며 카트를 미는 내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시선은 계속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옆에 계신 분은 어머니이신가보다.'
만나는동안 한번도 가족을 마주쳐본적이 없다. 가끔 내가 물으면 얘기만 해주거나..
집안이 엄격해서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면 안된다는 말만 했었다.
5분쯤 지났을까
"엄마 잠깐만 나 저쪽좀 갔다 금방 올께" 라고 말했던 것 같다.
아니 어쨋든 그런식으로 얘기하고 무엇에 홀린마냥 뛰어갔다.
여기에도 저기에도 그녀는 없었다.
숨이 차올라 헉헉대며 아련함으로 내 마음이 가득할때쯤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보였다.
거침없이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요"
차마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보고싶었다고 어떻게 지냈냐고 그런말도 할 수 없었다.
"네?"
그녀가 뒤돌아 보며 대답했다.
서로를 바라보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 표정이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녀는 많이 당황스러운듯 했다.
"뭐예요?"
용건이 뭐냐는듯 옆에 계신 어머니께서 물으셨다.
"아.. 다름이 아니라.. 제 이상형이셔서.. 번호좀 알 수 있을까요?"
어색한 말, 부자연스러운 웃음..
임기응변이라고 한 말이 고작 이따위라니..
내 자신이 참 한심했다.
그녀는 역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 갑자기 일방적으로 이별통보를 해버린 사람이 내가 눈앞에 있는게 좋을리가 없겠지'
"아..아이고 ㅎㅎ 우리 며느리가 너무 이뻐서 처녀같았구나.. 우리 며느리에요 난 시어머니고~ 그럼 볼일 봐요"
정말로 기분이 좋아 웃는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의 어머니 아니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아.. 아 죄송합니다.. 따님하고 어머니신줄 알았어요 죄송합니다.."
웃으며 인사하는 시어머님과 달리 어색한 미소로 살짝 고개숙이며 그녀는 그렇게 돌아섰다.
점점 멀어져가는 두 사람을 보며 한동안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