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정말로 힘들었다.
세상에 아무도 없고 가족도 친구도 누구에게도 나는 입을 열 수 없었다.
혹여나 내가 잘 못 생각하고 있는 거라고 믿고 싶었다
몇날 며칠을 울기만 했다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양치를 하다가 지하철을 타다가도 울었다.
공부를 해야하는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않으려는 나를 엄마는 걱정하기시작했다
그러다 내가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한 엄마가 내가 걱정돼서 순간순간 울컥하는 모습을 보기도했고.
내 증상이 심각해보이자 엄마는 나를 병원에 데려갔다
엄마와 함께 의사선생님 앞에 앉았지만 나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나요?"
의사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억수같이 쏟아졌다
삼십분 가까이 내가 말을 못 잇고 울기만했더니 의사선생님은 엄마를 나가 있도록 했다.
그러고도 십여분을 계속 우는데 선생님은 나를 가만히 기다려줬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처음으로 그 기억이 언어로써 뱉어지는 순간이었다
아빠가 나를 보고 발기하는 걸 봤다. 그때 나는 옷을 거의 입고 있지 않았다
아빠 컴퓨터에 저장돼있던 동영상을 봤다 아버지와 딸이라는 제목의 그동영상
그리고 찾아온 아빠에 대한 혐오감. 증오심
그리고 또 미안함...
여기까지 나는 이야기했다.
의사선생님은 엄마에게 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저런 얘기를 엄마한테. 가족한테하면 우리집은 어떻게 되는걸까
내가 초등학생이 되기도 전에 있었던 그 일을 나는 왜 잊고살았을까. 잊어버린 척 해던걸까
아빠는 나를 씻겨줬다 아빠는 거기도 깨끗하게 씻어야한다고 했다 벌레가 있다고...
세수대야에 나를 앉히고 손으로 아빠는 나를 씻겨줬다. 나는 그게 정말로 씻는 일인 줄로만 알았다
다음번에 아빠가 나를 씻겨줄때 아빠는 다시 그렇게 씻겨준 일이 없다.
죄책감이 들었던 모양이겠지.
병원을 나왔을때 비가 내렸다. 엄마는 차에 앉아서 무슨 일이냐고 왜그러냐고 몇번이나 물었다.
말하고 싶지 않은데. 엄마는 계속 물어봤다. 엄마때문이야? 아빠때문이야? 공부때문이야?
엄마한테 말하지 않는 걸 보니 가족때문이구나. 그치? 왜? 내가 뭐 잘못했어?
엄마가 울었다. 그래도 나는 말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실수였다면 실수였을까.
그날 새벽에 나는 의사선생님한테 했던 이야기를 남자친구에게도 했다.
남자친구는 나와 같이 울어줬지만 나와 헤어졌다. 우울한 나를 견디기 힘들어했다.
나는 기댈 곳이 없었다. 집에 있을 때도 편한 날이 없었다. 죽고만 싶었다.
서랍에서 약을 찾았다 아스피린 78알.
(그때 죽지 않은 것을 후회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걸 잘 숨겼어야 되는데 하는생각은 한다.
엄마가 내 유서와 약을 보고서는 헤어진 내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한 모양이다..
내가 왜 그러는지 아냐고. 우리 엄마가 우니까. 순진하게 다 얘기했다. 그 바보새끼가
그래도 차라리 다행이었을까. 엄마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내가 잘 못 본거라고 내가 바보라고 했다. 내가 아직 순진해서. 그런거 잘 모르니까.
그리고 엄마는 그얘기를 아빠한테도 했다.
아빠는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랬다.
그리고 나는 다시 행복해졌다. 우리 가족이 아무 일도 없이 끝나서. 내가 바보인 걸로 끝나서.
엄마는 아직도 그때 내가 죽기로 결심했던 일을 공부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그로 인한 충동질.
혹은 어린 마음의 착각. 치기 어린 행동. 방황. 그렇게만 생각한다.
다행이기도 하지만 가끔 우리엄마가 불쌍하다.
어제는 밥을 먹다가 엄마가 소리내서 웃었다. 어떻게 그깟 일로. 너도 참.
나도 따라 웃었다.
그런 가정 얘기는 남한테 하는게 아니야. 정말 가까운 배우자나 친한친구한테도. 너한테 흠이 될 수 있어.
친한친구는 소설에만 나오는 얘기야. 사람은 믿는게 아니야.
끄덕끄덕. 응. 알았어.
엄마는 나를 정말 생각해주는거야. 나를 위해서 그런소릴 하는거지. 나를 정말 사랑하는건 변함없어.
아빠도 마찬가지야. 아빠는 나를 정말로 사랑해. 아빠는 다시는 나한테 그런행동 안하니까.
---------------
문득 답답한 마음에 써본 글입니다.
누구한테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고해서 저도 제마음을 잘모르겠고...
맘대로 일기찌끄립니다.
여기다가라도 이렇게 쓰니 한결낫네요.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